[기고]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이 국민의 헌법적 결단인가
[기고]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이 국민의 헌법적 결단인가
  • 대전둔산경찰서 수사지원팀장 배병철
  • 승인 2018.04.0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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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철 경감

우리 헌법은 수사기관이 강제수사를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해서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의 자유와 주권권 및 재산권의 보호를 위하여 ‘수사기관이 체포⋅구속⋅압수⋅수색⋅검증 등 강제수사를 할 경우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는 영장주의를 헌법적으로 제도화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헌법에서 영장신청의 주체를 검사만으로 한정하고 있다.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OECD 가입국들은 영장제도를 가지고 있으나, 헌법에서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주체를 검사만으로 한정하지 않고 있다.

‘검사에게 영장청구권을 독점적으로 부여하는 것이 국민의 헌법적 결단’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검사에게만 영장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이 국민의 헌법적 결단이었다고 볼 근거는 없다.

우리나라는 미군정법령 제176호에 의하여 영장제도를 도입한 이후, 1948년 제정헌법에 영장제도를 규정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제정헌법에서는 ‘체포, 구금, 압수에는 법관의 영장이 있어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영장의 청구권자를 특별하게 규정하지 아니하였다. 영장청구권자를 검사로 한정시킨 것은 1962년 제5차 개정된 헌법에서였다. 1961년 5월 16일 박정희를 중심으로 한 군의 일부 조직이 쿠데타를 일으켜 국가권력을 장악한 후, 대한민국 전역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해산시키는 등 헌정을 중단시킨 상황에서 헌법이 개정되었으니 이를 두고 국민의 헌법적 결단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5차 개헌 과정에 대한 문헌자료에서도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 규정 도입에 대한 직접적인 논의는 찾기 어렵다. 그 후 4차에 걸쳐 헌법이 개정되었고, 영장제도를 규정한 조문의 개정이 있었으나 ‘검사에게만 영장청구권을 독점시킨다는 점’은 현행 헌법에 이르기까지 변함이 없었다.

현행 헌법개정인 1987년 헌법은 1987년 6월 항쟁을 통하여 표출된 ‘행정부의 수반이면서 동시에 국가원수의 지위를 가지는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투표하여 선출하겠다’는 국민의 의지가 결실을 맺은 것이었다.

군인들이 정권을 탈취하여 통치한 시기에는 통치권자의 민주적 정당성을 헌법적으로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에 대해서만 국민들이 비상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영장 신청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헌법적 문제로서 다룰 만한 여유가 없었고, 국민들의 헌법적 논의도 없었다. 그러하기 때문에 검사에게 영장의 청구권을 독점시키는 현행의 헌법제도는 국민적 합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없다.

우리 사회는 검찰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상당히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왔다. 검찰에게 권력이 필요 이상 집중되어 국민이 통제할 수 없는 조직이 되었으니, 이제는 검찰개혁을 통해서 국민이 검찰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하며, 그렇게 해야 검찰이 민주사회에 기여하는 국가권력으로 변모할 것이라는 기대가 섞여 있다.

검찰개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영장신청주체의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헌법에 ‘영장 신청 주체를 검사로 한정하는 제도’를 그대로 두고서는 어떠한 검찰개혁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개혁은 권력의 집중을 막고, 국가권력을 국민이 통제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그 기본이기 때문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영장신청 주체를 검사로 한정하고 있는 부분을 삭제하는 개헌안’을 발의하였다. 국회에서도 헌법개정안 발의를 위한 준비에 바쁘다. 우리는 검찰개혁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검찰에 대한 견제를 위해서는 검찰에게 권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도록 기제를 형성하는 제도, 즉 검사에게만 법관에게 영장을 청구할 권한을 부여하는 헌법상 영장제도를 폐지하여, 국민대표인 국회가 영장청구권을 어떤 기관에게 부여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 검찰개혁과 형사사법제도 개혁의 첩경이 될 것이며, 국민주권을 제대로 이루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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