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이 ‘꿈의 나노 물질’ 그래핀과 닮은 새로운 유기 반도체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IBS는 23일 복잡계자기조립연구단 김기문 단장이 이끄는 국제공동연구진이 분자 자기조립 특성을 활용해 실리콘보다 전기적 특성이 우수한 2차원 전도성 고분자를 합성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술이 상용화 되면 초고속 반도체, 고효율 태양전지, 롤러블 디스플레이 등 가볍고 유연하면서도 성능이 우수한 소재가 필요한 여러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기반도체는 높은가격, 복잡한 공정, 두께, 유연성 등 무기반도체의 단점을 뛰어 넘는 차세대 기술이다. 대표적으로 실리콘반도체 등이 있다.
이중 전도성 고분자는 유기반도체 분야를 한층 더 성장시킬 소재로 각광받고 있지만 지금까지 2차우너 대면적으로 제조한 사례는 거의 없ᄋᅠᆻ다.
전도성을 가진 분자는 친화력이 강해 서로 겹겹이 쌓이기 때문인데, 여러층을 형성한 고분자는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용액 속에 가라앉아, 전자기기로 상용화하기엔 어려운 크기로 밖에 합성하지 못했다.
이에 연구진은 육강형 벌집 모양인 그래핀에 착안해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의 일종인 트리페닐렌을 활용했다.
트리페닐렌 분자에 6개의 하이드록시기(-OH)를 도입하고 다른 분자에는 아민기(-NH2)를 도입, 이들 분자를 용매에 녹인 뒤 가열해 그래핀처럼 벌집구조를 가진 2차우너 전도성 고분자를 합성했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합성 메커니즘도 규명했는데, 합성 과정에 쓰인 산성 촉매로 인해 트리페닐렌 고분자는 부분적으로 양전하(+)를 뗘 이 양전하 간의 정전기적 반발력으로 인해 고분자들은 겹겹이 쌓이지 않고, 용액에 골고루 분산된다. 이로 인해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백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전도성 고분자 박막을 합성할 수 있었다.
이후 연구진은 유기 박막 트랜지스터를 제작해 ‘유사 그래핀’의 전기적 물성을 평가했고 소재의 캐리어 이동도가 최대 4㎠/VS로 실리콘보다 4배가량 높은 것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2차원 전도성 고분자 중 가장 우수한 성능이다.
더 나아가 유사 그래핀 위에 그래핀을 적층한 광(光)검출소자를 구현해본 결과, 제작된 소자가 자외선에서 적외선에 이르는 넓은 영역의 빛을 검출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백강균 연구위원은 “골고루 분산, 즉 용해도가 높다는 것은 원하는 형태의 소자 제작에 유리하다는 의미”라며 “합성한 고분자를 이용하면 드롭캐스팅 등 용액 공정을 통해 간단하게 유기소자를 제작할 수 있어 반도체 소자 개발에 필요한 공정비용을 대폭 절감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도성 고분자는 화학적으로 밴드갭(Band Gap)을 비롯한 전기적 물성을 조절할 수 있다. 전도성 고분자로만 이뤄진 유기 전자소자 구현은 물론, 활용 목적에 맞게 물성을 조절하여 ‘맞춤형 소자’ 개발도 가능하다.
이번 연구는 복잡계자기조립연구단, 분자활성촉매반응연구단, 원자제어저차원전자계연구단 등 3개 IBS 연구단의 공동연구를 통해 나온 성과다.
김기문 단장은 “IBS 연구단 간의 협력과 집단연구 덕분에 오랜 연구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 협력을 더욱 견고히 하여 높은 수준의 집단연구를 구현해 나간다면, 인류의 난제들을 풀어나갈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저명 국제학술지 ‘셀(Cell)’의 자매지인 ‘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