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은 복잡계자기조립연구단 김기문 단장 연구팀이 소리가 화학반응을 조절할 수 있음을 규명하고 시각화에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김 단장 연구팀은 물의 움직임에만 주목한 기존 연구와 달리 물의 움직임에 의한 공기 용해도 변화에 관심을 갖고, 소리로 물결 패턴을 제어해 용해도를 조절하면 한 용액 내에서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화학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우선 연구팀은 소리가 접시 안의 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관찰했는 데, 동심원 사이 간격이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좁아지고, 그릇 형태에 따라 다른 패턴을 나타냈다. 소리 주파수와 그릇 형태에 따라 물결 패턴을 조절할 수 있음을 알아낸 것.
이후 연구팀은 지시약을 이용해 소리가 만든 물결이 화학반응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결과 공기와 접촉이 활발한 상하운동하는 물결(마루·골)에선 색이 무색으로 변했다.
또 산성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지시약인 BTB 용액을 이용해 동일한 실험을 한 결과 용액에 파란색, 녹색, 노란색이 구획별로 나뉘어 나타났다.
황일하 연구위원은 “용액의 산성도는 전체적으로 동일하다는 상식을 뒤엎은 흥미로운 결과”라며 “소리로 산화․환원 또는 산․염기 반응을 일으켜 물리적 가림막 없이도 용액 내 화학적 환경을 서로 다르게 구획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김기문 단장은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소리를 이용해 쥐의 움직임을 통제했듯, 우리 연구진은 소리를 이용해 분자의 거동을 조절했다”며 “화학반응과 유체역학을 접목해 발견한 새로운 현상으로 소리를 이용한 다양한 화학반응 조절 등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 IF 21.687)에 실렸고 연구 중 촬영한 이미지는 제5회 IBS Art in Science 전시회에 ‘소리 붓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작품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