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은 재료가 좌우한다…대나무·풀·한지 최고 재료로 최고의 작품 구현
일에 대한 몰입... 대나무가 내 뼈, 한지가 내 살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조폐공사가 60년 동안 부채를 만들고 있는 무형문화재 방화선 선자장의 장인 정신을 벤치마킹하고 나섰다. 방화선 선자장은 조폐공사가 최근 출시한 무형문화재 시리즈 기념메달 1호의 주인공이다.
조폐공사는 ‘60년 부채 만든 방화선 선자장에게 배우는 교훈’ 이라는 제목의 사내 게시글을 통해 그의 장인정신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방화선 선자장은 태극선으로 유명했던 故 방춘근 명인의 장녀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부채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내준 부채 숙제를 한 후에야 학교 숙제를 할 만큼 엄격한 부채 교육을 받았다. 부채는 방화선 명인에게는 삶 자체였다. 부채 만드는 공장이 놀이터였으며 하루 24시간을 부채만 생각하며 살았다. 故 방춘근씨는 1992년 대한민국 명장, 1993년에는 문화재가 되었으며, 아버지가 작고한 이후 방화선 선자장도 2000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조폐공사는 방화선 선자장의 60년 부채 인생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명품은 재료가 좌우한다. △전통과 조화 즉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혁신 마인드 △일에 대한 몰입 등 세 가지를 꼽았다. 방화선 선자장이 만든 부채가 지금도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재료에 대한 유별난 그의 집착 때문이다.
방화선 선자장은 부채의 질은 대나무 선별이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그 대나무 중에서도 ‘왕죽’이 최고이며 2~3년생의 왕죽이 부채의 재료로 최고라고 말한다. 대나무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면서 강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또한 대나무 색깔도 부채의 뼈대가 되는 대나무의 중요한 요소이다. 색깔이 선명한 대나무가 강도도 강하다고 한다. 봄 대나무는 물이 많이 오르기 때문에 부채 재료로 부적합하다고 한다. 수분도 많고, 강도도 약하며, 이런 봄나무로 부채를 만들면 좀이 잘 먹고 곰팡이가 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나무는 물론 한지 풀도 최고급으로 씁니다. 재료가 저의 생명이죠. 밥먹을 때 보다 재료 살 때 더 배부릅니다. 최고의 부채를 만들면서 자긍심도 생기고 희열도 느낍니다.” 부채 재료에 대한 방화선 선자장의 이 같은 각별한 관심은 최고의 부채는 최고의 재료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다.
조폐공사가 주목하는 두 번째 키워드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혁신 마인드이다. 방화선 선자장은 아버지 故 방춘근 명장의 대를 이어 태극선을 발전시키고 있다. 태극선의 전통 문양 색상인 황(黃) 청(靑) 적(赤) 뿐 아니라 다양한 색상을 결합시켜 색다른 태극선을 만들고 있다. 방화선 선자장은 태극선을 아버지와 달리 전통만을 고수하지 않는다.
그는 전통 위에 무엇인가 새로운 현대적인 디자인을 담으려고 노력한다. 70년대부터 선풍기가 나오고 이어서 에어컨이 등장하면서 부채는 사양길을 걷기 시작했다. 방화선 선자장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자신의 부채가 살아남은 것은 ‘현대와 전통의 공존‘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방화선 선자장은 “전통을 기반으로 현대적인 옷을 입혀야 발전이 있습니다. 한 자리에 머물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제가 전통문화재 호칭을 받았으니 전통은 기본이죠. 기본이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으면 미래는 없습니다. 현대와 전통이 공존했을 때 새로운 것이 태어납니다. 예쁜 나뭇잎을 보면 나뭇잎을 형상화한 부채를 만들고 싶습니다. 모든 자연 사물이 디자인이고 스승이죠” 라고 말한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 모든 사물에서 영감을 얻으려는 그의 개방적 사고가 부채 장인을 만든 밑거름으로 해석된다.
조폐공사가 소개하는 방화선 선자장의 세 번째 장수 비결은 일에 대한 몰입을 통해 즐겁게 일하는 자세이다. 방화선 명장은 초등학교 때부터 아버지의 부채 만드는 것을 도왔다고 한다. 그는 남들과 달리 늘 두 가지 숙제를 했다고 한다. 부채 숙제와 학교 숙제.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부채 숙제를 하다 보면 도망가고 싶을 텐데 그는 늘 즐거웠다고 한다.
방 선자장은 “먹고 살기위해서 배우는 직업하고 내가 좋아해서 하는 일은 다릅니다. 부채 만들다 보면 마음이 너무 편합니다. 부채 만드는 시간이 쉬는 시간이죠. 어쩌다 외출하면 불안합니다. 대나무가 내 뼈고 한지가 내 살입니다. 한평생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너무나 행복합니다. 일과 몸이 일체가 되어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고 말한다. 부채 만드는 일을 즐기고 몰입하다 보니 부채는 그의 삶이 됐고, 이런 태도가 그를 명장의 반열로 올려놓은 것이다.
방화선 선자장은 “무형문화재라는 호칭은 사람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기능에 주어진 것”이라며 “기능을 잘 전수해서 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제자들을 양성하는 것이 제 꿈” 이라며 “현재 10여명의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모두 너무 잘하고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선자장 기념메달’은 △태극선과 결합한 금메달(순도 99.9%, 중량 10g, 프루프) 200장, △연엽선・선녀선과 결합한 은메달(순도 99.9%, 중량 6g, 프루프) 1,000장 총 1,200장 한정 수량 제작된다.
판매가격(부가세 포함)은 개당 △금메달 169만원 △은메달 38만5천원이다. 지난 5일(월)부터 시작해 오는 18일(일)까지 예약판매가 진행된다. 조폐공사 쇼핑몰(www.koreamint.com), 풍산화동양행, 현대H몰, 더현대닷컴, 롯데온, 롯데백화점몰, 조폐공사 오롯・디윰관(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 5번 출구)에서 선착순으로 접수 받고 있다.
반장식 조폐공사 사장은 “방화선 선자장의 재료와 제작에 대한 엄격함이 고급 부채를 만든 원동력이며 화폐와 여권을 제조하는 우리 임직원들도 본받아야할 부문”이라며 “60여년 동안 부채에 몰입해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는 자세는 큰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