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어디서 어떻게 빌려 읽으세요? 생활 속에서 가까이 함께하는 도서관이 있나요?
집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다고 대답할 수 있는 이들은 행운이다. 꼭 책을 읽거나, 빌리려는 목적으로 도서관을 향하지 않아도, 산책하다, 친구와 놀다, ‘잠시 들르는’ 기분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접하는 것. 이것은 문화다.
크지 않아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모습이 아니어도 좋다. 생활 속에서 가까이, 공기처럼 스미는 도서관. 작아서 친근해 자주 찾고 싶은, 작은 도서관 몇 곳에 다녀왔다.
예술 작품이 된 작은 도서관
흔히 도서관이라고 하면 구청이나 시청이 갖는 느낌의 칙칙하고 큰 둔탁한 건물을 생각할 것이다. 마치 독서실에 책을 읽으러 가는 느낌이 드는 도서관들….
누가 이 빨간 컨테이너 박스 두 동을 보고 도서관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낙성대공원 도서관은 공공미술작가 배영환 씨가 컨테이너로 만든 설치미술이다. 도서관이자 예술작품인 셈이다. 철판벽면 일부를 강화유리로 바꾸어, 좁은 도서관 안에서도 답답하지 않도록 했다.
화물 수송에 쓰이는 컨테이너 박스로 도서관을 만든 것이 기발하다. 컨테이너 박스가 갖는 상징은, 어떤 것이든 도서관이 될 수 있다는 것, 그중에서도 ‘이동성’의 측면이 클 것이다. 낙성대공원 도서관이 이동하지는 않지만, 생활에서 가까이 함께하는 작은 도서관을 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것은 그 자체로 상징성을 지닌다.
2개 컨테이너 중 작은 한 동은 유아용 도서와 장난감을 비치해 부모와 아이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꾸몄다.
3천여 권의 책이 비치된 낙성대공원 도서관, 많은 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낙성대공원 도서관이 생기고 주민들 생활엔 책과 함께하는 공간이 들어섰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자주 찾아 시간을 보낸다.
“딱딱한 느낌이 아니니까 더 자주 찾게 돼요. 집도 가까워 산책할 겸 들려 책을 빌리고, 반납도 하고 그럽니다.”라고 한 주민 이용객은 이야기했다.
‘시(詩)’라는 색을 지닌 작은 도서관
큰 도서관과 달리, 작은 도서관은 저마다의 색을 더 확실하게 지닐 수 있다. 낙성대공원 도서관이 있는 관악구에, 시만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이 있다. 관악산 입구에 작은 모습으로 사뿐히 자리한 도서관은 ‘관악산 시(詩) 도서관’이다.
관악산 시 도서관은 2005년 무료로 개방된 관악산에 더는 필요가 없는 매표소를 리모델링한 것이다. 어떤 곳이든 도서관이 될 수 있다. 매표소가 단순히 도서관이 된 것이 아니라, 보기에도 좋은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전체적인 도서관의 모습은 눈(眼)을 닮았다. 눈을 통해 시를 읽는 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우리나라 전통 짚공예의 엮기 방식을 건축에 도입했다.
하루 평균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는 관악산 시 도서관은 산에 함께 오르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는 만남의 장소 역할도 한다. 친구를 기다리며 시를 읽고 산에 오르기 전에 시심을 기르는 것은 관악산 시 도서관에서 특별한 일이 아니다.
숲 속에 있는 작은 도서관
도서관이 꼭 주거지역에 있을 필요는 없다. 관악산으로 들어가 걷다 보면 오른편으로 작게 보이는 건물, 바로 도서관이다. 작은 간판이 사람들이 흔히 시선을 두지 않는 아래쪽에 있어, 어떤 이들은 모르고 지나치기도 한다. 나무로 된 작은 다리를 건너 마주하는 작은 통나무집으로 된 이곳은 ‘숲 속 작은 도서관’이다.
숲 속 작은 도서관은 폐쇄된 관악산 녹지초소를 리모델링하여 만든 것이다. 3천 권 정도 책이 비치되어 있다. 자연생태와 관련된 책, 위인전, 소설 등 주로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제는 소문이 난 작은 도서관에 먼저 책을 협찬해 주겠다고 하는 출판사도 있다. 좁은 공간에 책을 더 둘 곳이 없어 어떻게 진열할지 관리자는 행복한 고민을 하기도 한다.
숲 속에 있는 만큼, 숲과 관련된 프로그램도 만든다. 아이들이 직접 솔방울, 나무껍질 등을 주워 미술작품을 만드는 프로그램, 숲 탐방 프로그램 같은 것들이다.
전에는 공익근무요원이 관리했던 숲 속 작은 도서관을 현재는 관악구청의 위탁을 받아 ‘관악산 숲 가꿈이’가 관리하고 있다. 숲 속 작은 도서관을 중심으로 관악산 숲 가꿈이가 여러 프로그램을 벌이니 숲 속 작은 도서관이 관악산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작아서 가까이 특별하게
낙성대공원 도서관, 관악산 시 도서관, 숲 속 작은 도서관, 세 군데 작은 도서관은 도서관에 관한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도서관은 크지 않아도 좋고,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건물이 아니어도 된다. 또, 반드시 주거지역에 있을 필요도 없다. 작은 규모로, 특히 원래 있던 공간을 활용한 도서관은 우리 생활에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작은 도서관을 중심으로 사람이 모이고, 이야기를 나누고, 많은 활동을 함께하는 것…. 각자 취향에 따라, 기분에 따라, 이곳저곳의 작은 도서관을 찾는 부모와 아이…. 맹모삼천지교의 맹모가 눌러앉을 만한 곳의 풍경이 아닐까.
작고 많아 쉽게 찾을 수 있는 도서관. 반나절 동안 천천히 세 곳을 둘러보았다. 관악구에서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도서관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관악구에는 현재 구립 작은 도서관이 10곳, 사립이 18곳으로 전체 28곳의 작은 도서관이 있다. 낙성대공원 도서관과, 관악산 시 도서관은 구립 작은 도서관이며, 숲 속 작은 도서관도 구립이라고 할 수 있다.
사는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이 있나 돌이켜 보았다. 작은 도서관은 커녕, 큰 도서관도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가야 했다.
시와 구, 시민·구민 모두가 우리 지역의 독서 환경을 돌이켜 보아야 한다. 월간 토마토가 지난 기사에서 충남도청 터를 도서관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낸 것도 이런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한 권의 책은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한 권의 책을 만나느냐 만나지 못하느냐 하는 것이다. 풍족한 독서 환경은 그 한 권의 책을 쉽게 만날 수 있게 할 것이다. 생활 속에서 더 쉽고 편하게 도서관을 접하는 것은 우리에게 중요하고,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