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지공원에 컨테이너 도서관 만들어주세요! 꼭~
쌈지공원에 컨테이너 도서관 만들어주세요! 꼭~
  • 이재용
  • 승인 2012.01.06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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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특집…빨간 토마토가 꿈꾸는 세상, 대전시에 제안 하나

 

월간 토마토가 야심 차게 기획한 특집 ‘빨간 토마토가 꿈꾸는 세상’이다. 올해 월간 토마토 구성원이 생각하는 12개 프로젝트를 매월 한 가지씩 제안할 계획이다.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 모습을 그리는 제안이다. 이것이 잘 되면, 내년에는 독자들로 그 대상을 넓혀갈 생각이다.

공공기관에서도 정책 및 아이디어 제안 제도가 있고 시상도 하는 걸로 아는데, 우린 그런 것보다 이런 게 더 좋다. 기획 제목에 들어가 있는 ‘빨간’은 기본 사상을 색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니 오해 마시실. 다 익은 토마토는 본래 빨갛다. 그리고 기획을 색으로 연결해 인지도를 높여보려는 얕은수도 깔려 있다.

관심을 두고 동의하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주변에 널리 알리고 범시민 운동으로 확대해 대전시를 압박해주길 간절히 바라며 기획 의도를 밝힌다.

-편집자 주-

박성효 전 시장이 벌인 사업 중 하나가 ‘3000만 그루 나무심기’다. 녹화사업은 그 자체로 환영할 일이지만 당시 목표 설정한 숫자에 집중하면서 벌어진 몇 가지 폐해에 대한 지적도 만만찮았다. 실제로 3000만 그루를 심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민둥산에 나무심기도 아니고 도심에 3000만 그루 나무를 심으려니 다양한 아이디어가 샘 솟았다. 조금 널찍한 도로 중앙선에는 난데없이 나무 심는 공사가 벌어져 운전자들이 놀라기도 했고 시민 참여를 이끌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점점 관심 밖으로 밀리는 ‘쌈지 공원’

이중 오늘 관심을 두는 사업이 하나 있으니, 바로 쌈지공원 조성사업이다. 이름도 예쁜 쌈지공원이 대전시만의 독창적인 사업 아이템은 물론 아니다. 다양한 과정을 거치며 남은 자투리 공간에 나무를 심고 벤치 등 시설을 갖춰 공원화하는 사업으로 많은 지자체에서 시행했다. 공원은 일정 규모를 갖춰야 한다는 편견을 깬 측면이 있다.

대전시 입장에서는 나무를 심겠다는 약속을 지켜 좋고 버려지다시피 한 공간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단순히 공원조성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여건이 되는 공원에서는 축제도 열었고 비교적 규모가 크면 체육시설을 갖춰 활용도를 높였다.

도심 공원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듯했다. 당시 대전시는 비교적 녹지공간을 확보한 신도심 대신 원도심과 단독주택 밀집지역 등 녹지시설을 갖추지 못한 지역을 우선 대상으로 삼았다.

2006년 즈음, 대전시는 11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2014년까지 쌈지공원 110개소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업 완료 시점으로 설정한 2014년이라면 아직 3년이 남았다.

대전시 푸른도시과에 따르면 올해도 세 곳에 쌈지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예산 2억 8천만 원을 세웠다고 한다. 동구 판암동에 1곳, 중촌동에 2곳이다.

남는 땅을 활용하기 때문에 규모는 천차만별이다. 적게는 30평부터 크게는 300평까지다. 시에서 예산을 들여 조성하면 관리는 각 구에서 한다. 규모가 작다 보니 관리랄 것도 특별하게 없다. 전체적인 구역 내 ‘가로수 관리예산’을 통해 함께 통합관리하고 있는 식이다.

현재 시에서 파악하고 있는 2011년 현재 쌈지공원 개소는 63개소다. 계획 대비 절반이 조금 넘는 숫자지만 관심은 예전만 못하다. 2000년대 중후반 새로운 도심 재생 혹은 리모델링 사업으로 관심을 두었던 ‘쌈지공원’인데 아쉽다.

일자리 창출도 가능

첫 번째 월간 토마토 제안은 이 쌈지공원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자는 거다. 다름 아닌 ‘도서관’이다. 한참 충남도청 터를 도서관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을 폈다. 이번에는 쌈지공원이다. 우리가 ‘도서관’에 좀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 인정한다. 어려서 공부 제대로 안 한 친구들이 모였거니 생각해도 좋다.

작은 공간에 조그맣게 만드는 것이 쌈지공원일진대 도서관이 가당키나 하냐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면 지난해 월간 토마토 12월 호를 다시 들춰보시길 권한다. 44P에 성수진 기자가 쓴 ‘생활 속에서 가까이 함께하는 그 이름, 작은 도서관’이라는 기사를 눈여겨봐야 한다.

그중 관심을 두어야 할 곳이 바로 낙성대공원 도서관이다. 이번 제안에 결정적 모티브다. 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도서관. 쌈지공원과 컨테이너 박스 무척 잘 어울리지 않는가. 찰떡궁합이다. 작은 공간에 작은 공간이 더해져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마침 조건도 좋다. 원도심과 주택 밀집지역에 집중적으로 쌈지공원을 조성하겠다는 대전광역시의 애초 계획대로 진행했다면, 상대적으로 문화시설에 있어 소외받는 지역에 자연스럽게 도서관을 개관할 좋은 기회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도서관’이 정말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쌈지공원 컨테이너 도서관은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도 있지만 인근 중·대형 도서관에서 관리하는 것이 좋겠다. 정기적으로 도서를 교환하고 대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필요하다. 여기에 노인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쌈지공원 컨테이너 도서관이 들어서는 지역에 은퇴자 중 관심이 있는 주민에게 관리를 맡기는 거다.

주민 입장에서는 가까이에 책을 보고 대출할 수 있는 도서관이 생겨 좋고 노인에게는 사회에 여전히 공헌할 수 있는 일자리가 하나라도 늘어나니 일석이조다. 꼭 은퇴 노인일 필요도 없다. 대전시가 자랑하는 자원봉사자도 결합해 좀 더 풍성하게 운영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지역 벤치마킹 사례로 손꼽히는 ‘건강카페’도 소규모로 리모델링해 결합할 수 있다.

무한 가능성 담은 ‘컨테이너 도서관’

당연히 컨테이너 도서관이 들어서는 쌈지공원에는 주변에 앉아 책을 보며 사색할 수 있는 시설보강이 이루어져야 한다. 너무 춥거나 더우면 컨테이너 도서관 내부에서 책을 봐야 하지만 볕이 좋은 날에는 바로 옆 벤치에 앉아 책을 읽도록 배려해야 한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나 아빠가 아이를 옆에 두고 따뜻한 볕을 쬐며 한두 시간 책을 읽다 돌아가고, 학교가 끝난 초, 중, 고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도서관으로 몰려가 책가방을 내려놓고 책을 골라 읽는 모습, 상상만으로도 즐겁지 아니한가. 그렇게 낯이 익고 친밀해지면 컨테이너 도서관 관리자는 훌륭한 지역 상담사 구실도 할지 모른다.

“할아버지, 오늘 학교에서 이런 일이 있었는데요.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오늘 제가 남편하고 이런 일 때문에 싸웠는데 너무한 거 아니에요?”

또, 공원벤치에서 자주 보여 인사를 나누고 친구로 삼고 우리 동네 아이 얼굴을 익힌다면 점점 희박해지는 동네 공동체가 조금씩 회복될지도 모른다. 이쯤 되면 컨테이너 도서관 주최 백일장이나 독서 토론 모임도 만들 수 있다. 공간이 허락한다면 정기적으로 크고 작은 문화예술 행사를 가미해 동네 문화센터 구실을 톡톡히 할 수 있도록 지원도 가능하다.

아, 점점 상상이 부풀어 오른다. 자칫 욕심이 과하면 아무것도 안 될 수 있다. 일단, 동네 도서관 기능이 가장 중요하다. 쉽게 접근해 편하게 책을 읽거나 빌릴 수 있는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한 후 다른 사업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면서 슬쩍 덧붙이고 싶은 제안은 규모가 작은 만큼 컨테이너 도서관과 주변을 밝힐 가로등 정도는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를 사용하면 좋겠다.

일단 서너 곳 선정해 시범사업을 벌였으면 좋겠다. 월간 토마토도 반드시 취재를 나갈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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