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외치는 잡지 판매원
희망을 외치는 잡지 판매원
  • 김선정
  • 승인 2012.03.02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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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조끼를 입고 ‘잡지’를 판매하는 김종록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대전역 입구 가까이에 다다르자, 빨간 조끼를 입고 ‘잡지’를 판매하는 김종록 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가 파는 잡지는 빅이슈 (BIG ISSUE)로 1991년 영국에서 노숙인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창간한 잡지다.

▲ 빨간 조끼를 입고 ‘잡지’를 판매하는 김종록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 매일 대전역 4번 출구에서 큰 목소리로 잡지 이름을 외치며 사람들에게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는 김종록 씨. 현재 대전에서 빅판(빅이슈 판매원)이라 불리며 잡지를 판매하는 사람은 그를 포함, 단 두 명뿐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일을 시작해 빅이슈 정식 판매원이 된 그는 매일매일 판매 수를 기록하며 자립을 향한 희망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 일을 하기 전 7개월을 방황하다 대전홈리스센터에 찾아갔어요. 더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요. 예전에 양로원 봉사를 다닌 적도 있고 해서 혹시 그쪽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싶어 찾아갔는데 이 일을 추천해 주더라고요. 상담해 준 선생님이 ‘장사라 생각하지 마시고 이 일로 뿌리를 내려 보세요.’라고 하는데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빨간 조끼를 입고 ‘잡지’를 판매하는 김종록
김종록 씨의 하루 평균 잡지 판매 부수는 20권, 판매액 절반을 잡지 공급처에 입금하고 나면 실제 번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많지 않은 수익이지만, 이 일을 하면서 행복하다고 그는 말했다.

“제가 큰 목소리로 잡지 이름을 외치는 것은 이 잡지를 알리기 위해서예요. 대전 사람은 아직 이 잡지가 뭔지 몰라요. 이 잡지는 만드는 과정 처음부터 끝까지 재능기부로 이루어진 거예요. 나 같은 사람 도와주겠다고 만든 잡지인데 당연히 열심히 소리 질러 알려야죠.”

 

▲ 빨간 조끼를 입고 ‘잡지’를 판매하는 김종록
김종록 씨는 대전에 ‘빅이슈’를 알려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이들이 이 일을 할 수 있게끔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어떤 사람은 블로그에 글과 사진을 올려 대신 홍보도 해주고, 조치원에 사는 19살 학생은 잡지 판매 자원봉사를 하러 오기도 한다.

 

손발이 꽁꽁 어는 겨울 추위에 그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내 손에는 3천 원에 구매한 빅이슈 한 권이 들려 있었다. 방금 막 인쇄소에서 나온 잡지가 아님에도 잡지가 들린 손끝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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