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대전역 입구 가까이에 다다르자, 빨간 조끼를 입고 ‘잡지’를 판매하는 김종록 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가 파는 잡지는 빅이슈 (BIG ISSUE)로 1991년 영국에서 노숙인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창간한 잡지다.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 매일 대전역 4번 출구에서 큰 목소리로 잡지 이름을 외치며 사람들에게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는 김종록 씨. 현재 대전에서 빅판(빅이슈 판매원)이라 불리며 잡지를 판매하는 사람은 그를 포함, 단 두 명뿐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일을 시작해 빅이슈 정식 판매원이 된 그는 매일매일 판매 수를 기록하며 자립을 향한 희망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 일을 하기 전 7개월을 방황하다 대전홈리스센터에 찾아갔어요. 더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요. 예전에 양로원 봉사를 다닌 적도 있고 해서 혹시 그쪽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싶어 찾아갔는데 이 일을 추천해 주더라고요. 상담해 준 선생님이 ‘장사라 생각하지 마시고 이 일로 뿌리를 내려 보세요.’라고 하는데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큰 목소리로 잡지 이름을 외치는 것은 이 잡지를 알리기 위해서예요. 대전 사람은 아직 이 잡지가 뭔지 몰라요. 이 잡지는 만드는 과정 처음부터 끝까지 재능기부로 이루어진 거예요. 나 같은 사람 도와주겠다고 만든 잡지인데 당연히 열심히 소리 질러 알려야죠.”
손발이 꽁꽁 어는 겨울 추위에 그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내 손에는 3천 원에 구매한 빅이슈 한 권이 들려 있었다. 방금 막 인쇄소에서 나온 잡지가 아님에도 잡지가 들린 손끝이 따뜻해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