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 살리기에 나서다
대흥동 살리기에 나서다
  • 박숙현
  • 승인 2012.05.1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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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회복,‘삼춘당’을 주목하라

지난 4월, 정체불명의 포스터가 대흥동 곳곳에서 띄었다. ‘원기회복, 삼춘당’이라 쓰여 있는 포스터다. 한약방 이름 같기도, 정치 정당 이름 같기도 한 삼춘당. 지난 호 토마토를 본 독자라면 알겠지만 삼춘당은 청춘, 회춘, 섞일 춘을 의미하는대흥동 종합교양학교다.

▲ 삼춘당은 13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수강생을 맞이했다.

삼춘당은 지역, 청년, 문화예술(평생교육)을 화두로 사회적 기업 누리단이 운영하는 ‘○○은 대학’, ‘구로는 예술대학’을 모티브로 한다. 목표는 지역 활성화다. 지역에서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면서 지역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지난 4월 14일부터 7일간 ‘대흥동은 대학’인 ‘삼춘당’ 문이 열렸다. 계룡문고, 청년사회적기업 공감만세, 월간 토마토가 주최한 삼춘당은 13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수강생을 맞이했다.

계룡문고는 책을 주제로, 할머니의 이야기 보물단지, 책 읽어주세요! 아빠 등을 진행했고, 월간 토마토는 예술가와 함께하는 대흥동 공공미술과 힐링타임을 운영했다. 청년사회적기업 ㈜공감만세는 15분 대학, 당신을 위한 착한여행입문학, DIY, 내 맘대로 만드는 공정여행, 출근 전 대흥동에서 듣는 교양강좌 등을 운영했다.

▲ 삼춘당은 13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수강생을 맞이했다.
삼춘당에서 만난 대흥동과 문화
삼춘당은 대흥동과 문화를 쉽게 접하는 기회였다. 월간 토마토에서 진행한‘화가와 함께한 대흥동 공공미술’은 어렵게만 느껴지던 그림을 낙서로 풀었다. 대학생부터 가정주부까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은 대흥동 곳곳에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자유롭게 그렸다.

가정주부 이애리 씨는 “평소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이런 프로그램이 마련돼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바쁜 일상에 치여 문화를 잊고 있던 사람에게도 좋은 시간이었다. 

계룡문고에서 점심시간 15분 동안 책읽기로 진행한 ‘1,000원의 책마시기’는 잠깐의 여유로 문화를 즐길 수 있었다. 누군가가 읽어주는 책과 시는 잊고 있던 감성을 끌어내고, 지친 마음을 위로했다. 대흥동에 숨겨진 문화공간을 만난다는 점도 참가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출근 시간에 대흥동 카페와 갤러리에서 듣는 대흥동 사람들의 이야기인 ‘출근 전 교양강좌’ 개근수강생 장지현 씨는 “출근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하다 참여했는데 개인적으로 도움이 됐던 시간이에요. 제가 사는 동네에 이런 아기자기한 커피숍과 문화공간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 학생들이 그림 그리는 모습
가능성과 문제를 엿보다
흔하지 않은,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은 삼춘당의 경쟁력이다. 공감만세가 프로그램 수강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수강생 100%가 재수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공감만세 이형동 팀장은 “문화적인 면을 다룬다는 점과 강사의 전문성과 친절도에서 만족도가 높았다”라고 말했다.

높은 프로그램 만족도와 삼춘당을 통해 사람들에게서 느껴진 대흥동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문화적 필요 욕구는 삼춘당의 가능성이자 힘이다. 공감만세 임다혜 코디네이터는 “삼춘당을 준비하면서 만난 공간, 사람들은 절실했어요. 대흥동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간절하다는 걸 알았어요.그러면서 ‘이거는 해야 한다.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춘당은 이러한 가능성과 함께 문제와 한계도 안고 있다. 시범 운영한 삼춘당에서 드러난 문제는 프로그램 운영과 홍보다. 세 단체에서 따로따로 진행한 프로그램은 집중도가 부족했다. 다양한 수업을 무리해서 진행하기보다는 삼춘당을 아우를 수 있는 핵심 프로그램을 집중해서 운영할 필요가 있었다.

삼춘당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아쉬운 점으로 꼽은 홍보 부족도 문제였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은데 모르는 사람이 많은 거 같아요. 홍보가 미흡한 거 같아요.”라는‘별밤여행, 대흥동 마실대탐험’ 참가자 조선진 씨의 말처럼 홍보가 부족했다. 시범운영하는 만큼 많은 사람의 참여를 이끌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주일간 시범 운영한 삼춘당은 ‘대흥동은 대학’이 나아갈 방향을 시험하고, 평가하는 지표였다. 그만큼 삼춘당을 운영한 주체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공감만세 고두환 대표는 “상시적인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상주인구가 거의 없는 대흥동에서 어떻게 프로그램을 상시적으로 진행할 것인지, 생활에 어떻게 밀착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삼춘당이 대흥동은 대학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보다 생활에 밀착한 프로그램을 상시적으로 운영하는 방안 모색이 필요했다.

주체 안에서의 내부적인 고민도 필요했다. 삼춘당이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 세 사업체가 지원금 없이 자발적으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세 단체는 자체적으로 비용과 인력을 들여서 삼춘당을 운영했다.

월간 토마토 이용원 실장은 “영리단체가 이것을 진행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조직 내에서의 정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삼춘당을 운영하는 주체들이 앞으로 삼춘당을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삼춘당은 13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수강생을 맞이했다.
삼춘당을 주목하자
삼춘당의 목표는 ‘대흥동은 대학’이다. 이는 곧 일상공간인 지역에서 누구나 가르치고, 어디나 강의실이 되는 곳, 지역 자원을 가지고 서로 소통하고, 재생산하며 지역을 풍부하게 만드는 공동체다.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건 ‘활기’다. 지역을 지금보다 더 유쾌하고 즐거운 공간으로 만들어 사람들을 불러들인다는 게 목표다. 지역 자원을 매개로 만난 사람들이 만들어 낸 활기로 지역을 활성화한다는 거다.

그동안 시도했던 상권 활성화로 지역 활성화에 접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다. 그래서 삼춘당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해 운영해야 한다. 삼춘당이 목표로 하는 ‘대흥동은 대학’이라는 공동체가 만들어져 자생적으로 운영되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시간, 논의가 필요하다.

이제 막 발을 내디딘 삼춘당은 ‘대흥동은 대학’의 첫 발걸음일 뿐이다. 다음 삼춘당을 누가 어떤 형태로 어떻게 운영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누가 됐든 기획자는 대흥동이 가진 지역 자원을 어떻게 삼춘당과 접목해 풀어낼 것인지 고민하면서 더 재기 발랄하고, 집중된 삼춘당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 활성화의 새로운 시도인 삼춘당의 밑그림을 주체와 기획자는 잘 그려나가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삼춘당을 주목해야 한다. 지역을 살리고자 하는 움직임과 시도가 과연 어떤 결과로 구현될지는 지역에 사는 우리에게 달렸다. 시작 단계인 그들에게 가장 큰 힘은 무엇보다도 꾸준한 관심과 애정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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