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언론이냐고 묻는 이들에게
이게 무슨 언론이냐고 묻는 이들에게
  • 글 사진 송주홍
  • 승인 2014.05.16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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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특집_ 카이스트 BORAKAI

“Facebook과 Youtube를 통해 들어오시는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보라카이의 김남웅입니다.”

스튜디오 모습이나 메인앵커 복장을 보면 정형적인 뉴스다. 하지만 메인앵커의 표정, 가령 눈썹을 씰룩씰룩한다거나, 한쪽 입 꼬리를 씩 올리며 웃는 모습, 중간 중간 툭 던지는 실없는 멘트를 보면 이게 뉴스인가 싶다. 클로징멘트도 엉뚱하다. 메인앵커는 뉴스 말미 “5분 동안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여러분, 하던 일 하십시오.”라고 말한다. ‘5분을 뺏어서 미안하긴 하지만, 그렇게 방해되진 않았잖아?’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런 이들에게 누군가는 간혹 “이걸 언론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고 묻기도 한다. 그러면 이들은 “우리는 한 번도 스스로 언론이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뉴스 내용을 보면 정곡을 콕콕 찌른다. 학내 보도부터 학생 인터뷰, 그리고 여론조사까지 겨우 5분짜리 영상인데 콘텐츠가 알차다.

아주 영리하고, 아주 능글맞다. ‘매주 일요일 밤 9시, 바쁜 KAISTian을 위한 5분 뉴스, 내 친구를 보는 뉴스, 내 친구가 보는 뉴스’를 표방한다. 카이스트 학생들이 만드는 ‘BORAKAI’ 다.

자유롭게
3월 어느 날 수요일 밤 10시, 이들이 모였다. 각자 바쁘다보니 시간을 맞추려면 이렇게 늦게 모이는 수밖에 없다. 최승훈 책임프로듀서, 남경식 보도국장, 이재원 사회부장, 김도영 문화부장, 김남웅 사회부기자?메인앵커, 임지은 문화부기자?앵커, 최동운 사업홍보국장, 정재환 제작기획국장까지, 모두 카이스트 3~4학년으로 BORAKAI 뉴스를 만드는 학생들이다.

이렇게 매주 수요일 밤, 8명이 모두 모인다. 각 부서의 사업 진행 현황을 체크하고, 금요일 촬영 전, 마지막으로 대본을 리딩하는 자리다. 금요일 촬영은 어떻게 할지, 연출은 어떻게 할지도 논의한다. 방송에 보이는 분위기와 달리 회의는 사뭇 진지하다.

BORAKAI가 탄생하게 된 건 지난 1월이다. 평소 알고 지내던 최승훈 책임프로듀서와 남경식 보도국장, 김남웅 사회부기자?메인앵커 세 사람 사이에서 ‘영상 뉴스 한 번 만들어보지 않겠느냐?’라는 의견이 나왔다. 영상이나 언론을 전공하는 것도 아니고, 영상 뉴스를 꼭 만들어야겠다는 특별한 목표나 명분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최승훈 책임프로듀서는 “새로운 것에 관한 호기심, 기존 학내 언론에 관한 반발 등이 복합적으로 섞였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새로운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학내 언론에 관한 반발도 BORAKAI를 만든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대학 언론이 많이 축소되고 사라지고 있다. 그나마 있는 것도 경우에 따라서는 학교의 입장을 대변한다. 엄숙하고 딱딱하고 재미도 없다. 신문이나 방송이나 벽을 보고 혼잣말하는 것 같았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그리고 재미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소통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마침 ‘대전시에서 하는 좋은마을만들기 공모사업’이라는 걸 알게 됐다. 최승훈 책임프로듀서는 지원금을 받든 안 받든 무조건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지난 2월 지원서를 작성하는 동시에 함께 할 친구들을 수소문했다. BORAKAI는 그렇게 탄생했다.

재미있게
“학생 뉴스라면 당신은 BORAKAI를 떠올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습관은 다른 채널에 고정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이제 9시에는 뉴스 자체를 떠올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BORAKAI가 힘겨운 도전을 시작합니다. 참으로 쉽지 않을 것입니다. 따가운 시선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이제 BORAKAI가 가지려 하는 것은 소통의 힘입니다.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은, 그렇게 함으로써 건강한 학생사회의 편에 서겠습니다. 내 친구를 보고 내 친구가 보는 뉴스, 그렇게 가겠습니다.”

BORAKAI는 지난 3월 2일, ‘새롭게 시작합니다’(55초)라는 제목으로 처음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을 통해 이들은 나아가고자 하는, 혹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전했다. 그것은 ‘소통’이었다.

지난 2월, BORAKAI 뉴스를 만들 8명이 꾸려지고 첫 번째 회의를 진행했다. 주된 회의 내용은 ‘어떤 뉴스를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진실을 고발하는 정통뉴스를 만들어야한다는 의견과 SNL Weekend Update처럼 재밌는 예능뉴스를 만들어야한다는 의견 사이에서 팽팽한 설전이 오갔다. 이 문제는 ‘언론이 무엇이냐’라는 것으로 이어졌다.

“KBS, MBC는 언론이고, SNL Weekend Update는 언론이 아니라고 했을 때, 언론이라는 걸 누가 판단할 수 있고, 언론은 이래야 한다고 누가 정의내릴 수 있느냐는 거죠. ‘언론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그냥 BORAKAI다.’라고 결론 내린 거죠.”

핵심은 ‘어떻게 해야 학생들이 볼까’라는 거였다. 진실, 정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결국 학생들이 봐주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이 이들 결론이었다. 학생들과 소통하고 싶었던 거고, 그러자면 보다 많은 학생이 봐줘야 하는 것이고, 그러려면 재밌는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 이 목표에 의견을 모은 것이다.

“익살스럽게 해보기도 하고, 시니컬하게 해보기도 했어요. 무엇이 ‘재미’냐에 관해서는 여전히 고민 중이에요. 재미에 관한 기준도 천차만별이니까요. 어쨌든 타깃이 학생이고, 재미없으면 안 보니까 이런 재미, 저런 재미 아무튼 뭉뚱그려서 재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뉴스를 만들고 있어요.”

소재나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게, 그러면서도 형식은 재밌게. 그렇게 지난 3월 9일 일요일 밤 9시, 다양한 학내 소식을 담은 첫 번째 BORAKAI 영상을 송출했다.

그리고 즐겁게
5분짜리 영상을 만들기 위해 이들이 투자하는 시간은 상상 이상이다. 금요일 밤, 촬영이 끝나면 바로 기획회의에 들어간다. 1분 30초짜리 보도에서 어떤 내용을 다룰지, 2분짜리 인터뷰에서는 누구를 인터뷰할지, 1분짜리 여론조사에서는 어떤 주제로 할지 대략적으로 정한다. 정해지는 대로 다음날부터 기자들이 취재를 하고 사전 인터뷰를 진행한다.

보통 월요일 자정까지 사전인터뷰 내용과 취재 내용을 업로드 한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수요일 밤 회의 때까지 메인앵커가 대본을 작성한다. 수요일 밤 회의에서 대본 리딩과 금요일 촬영에 관한 연출을 논의한다. 그리고 금요일 저녁 6시쯤 카이스트 내 스튜디오에 모여 3~4시간 촬영한다. 촬영한 내용을 주말 내내 편집한다. 그렇게 일요일 밤 9시면 Facebook과 Youtube를 통해 방송을 송출한다.

스펙 쌓으랴, 취업 준비하랴, 바쁠 것 같은데 이들은 개의치 않는다. 즐겁게 취재하고 즐겁게 촬영한다. 최승훈 책임프로듀서는 “기회비용의 문제”라고 말한다. 즐겁고, 재밌고 좋으니까 얼마든지 개인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BORAKAI에 함께 하는 학생들 모두 이 일을 하는 이유에 관해 ‘재밌을 것 같아서’, 혹은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아서’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는 BORAKAI 미래를 고민한다. 올해는 대전시 지원을 받아 만들고 있지만, 스스로 만들어낸 가치를 팔아 BORAKAI의 지속가능성을 만들겠다는 것이 이들 계획이다. 첫 번째 수익 모델은 ‘판권’이다.

'TEDx'처럼 BORAKAI 방송 형식을 타 대학이나 기관에 팔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광고다. 광고를 어떤 형태로 할지는 고민 중이지만, 주변의 영세상권이 아닌, 대기업 광고만 받겠다는 것에 모두 합의했다. “사회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서”라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로 현재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몇몇 대기업과 접촉 중이다.

수익모델과 별개로 영상 외의 다양한 콘텐츠 개발도 고민한다. 현재 계획 중인 것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다.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연사를 섭외 중이다. 최승훈 책임프로듀서는 “앞으로도 ‘BORAKAI’ 브랜드를 지속하면서 콘텐츠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까 이거 왜 만드느냐고 물으셨죠. 이걸 왜 하느냐고 물으면 이게 뭔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뭔지 모르니까 일단 부딪혀보는 거죠. 이게 단 맛인지, 쓴 맛인지는 한 번 먹어봐야 아는 거고, 그 다음에 뱉든지 말든지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페이스북 www.facebook.com/bora.kaist
유튜브 www.youtube.com/user/bora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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