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박과 호프로의 전국길거리공연프로젝트
코박과 호프로의 전국길거리공연프로젝트
  • 글 박한슬 사진 정종대, 사진제공 호프로
  • 승인 2014.05.23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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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청년을 만났다. 4월 어느 밤 목척교 부근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마이크에서 앰프로 그리고 유난히 따뜻했던 그날 밤공기를 타고 흘렀다. 그의 뒤에 카메라를 든 또 다른 ‘그’가 있었다. 조촐한 무대, 많지 않은 관객이 함께 한 벚꽃 흩날리던 봄밤이었다.



팀이라고 하기엔
그 밤이 지나고, 볼 수 없을 것만 같던 그들을 다시 만났다. 1차 길거리 공연을 마친 그들에게 연락이 왔다. 유쾌함이 넘치는 두 청년은 힙합을 사랑하는 코박 씨와 영상을 사랑하는 호프로 씨다. 두 사람은 4월 1일, ‘전국길거리공연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전국을 돌며 코박 씨는 랩을 하고 호프로 씨는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보통 보컬과 래퍼 혹은 악기 연주자와 보컬이 짝을 이뤄 활동하게 마련이지만 두 남자의 조합은 조금 낯설었다. 래퍼와 영상촬영자라…. 호기심이 생겼다.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물었다.

“두 분은 팀이에요?”
“아… 그게 팀은 아니에요. 참 애매해요. 팀은 아닌데….”

말끝을 흐리던 두 사람은 난감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팀 결성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한다.

“제가 노래를 하고 호프로가 뒤에서 영상을 찍는데, 어쩌다 보니 무대가 제 중심으로 돌아가더라고요. 아무래도 사람들에게는 노래하는 제가 잘 보이겠죠. 그 점에 있어서 호프로에게 미안함이 많아요. 사실 이 친구 굉장히 유능한 친구거든요. 나인뮤지스, AOA 메이킹필름 제작에도 참여하고, 교수님들도 많이 찾아요. 어찌 보면 제가 도움을 받는 쪽이죠. 그래서 팀 결성을 고민하는 거고요.”

미안함을 토로하는 코박 씨의 말에 호프로 씨는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미국에서 공부 중이던 호프로 씨가 SNS에 올린 영상을 보고 가수를 준비 중이던 코박 씨가 함께 공연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호프로 씨도 마침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둘은 함께 하게 됐다. ‘팀’이라고 명명하지 않았지만 둘 사이에는 그보다 더 진한 무엇이 있다.

코박과 호프로
두 사람은 같은 학교 산업디자인과 선후배 사이다. 닮은 점이 참 많다. 전공과는 관련 없는 일을 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코박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힙합가수를 꿈꿔왔다. 어느 날 친구가 들려준 힙합 곡 하나가 그를 사로잡았다. 절제된 비트와 박자감, 둥둥 울리는 드럼소리에 매료됐다. 대학 시절 내내 지방공연을 다니고, 언더 무대에서 활동하며 꿈을 키웠다. 소속사에도 들어갔지만 혼자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데뷔 준비를 하고 있다.

호프로 씨는 학과 생활을 충실히 하던 학생이었다. 성적도 꽤 좋았다. 졸업 후 자동차 디자인 일을 하려고 했다. 처음 시작은 사진이었다. 학교 행사에서 동기, 선?후배 사진을 도맡아 찍었다. 그동안 찍은 사진으로 작은 전시를 준비하던 중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을 영상으로 편집하기 시작했다. 완성된 영상을 보고 좋아하는 친구들 모습에 전율을 느꼈다. 그때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영상이라는 걸 깨달았다.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닥치는 대로 촬영했다. 그렇게 촬영부터 편집까지 혼자 배웠다.

보장된 길을 걷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스스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소속사에도, 이름 있는 영상 기획사에도 죄송하다는 말만 남기고 독립해 혼자 작업한다. 한방에 빵 뜨고 싶지만 또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

전국길거리공연프로젝트
4월 1일 대전을 시작으로 9박 10일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한 도시에 하루 이상 머무르지 않았다. 대전에서 광주로 뒤이어 전주, 천안, 안성, 장흥, 제주도, 부산, 대구까지 총 9개 도시를 돌아다녔다. 돈은 일절 받지 않았다.

“처음부터 돈 받을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원래는 ‘버스킹 프로젝트’였는데 ‘버스킹’ 의미를 찾아보니 ‘돈을 구걸하기 위해 거리에서 공연하는 일’이라고 나오더라고요. 돈을 구걸하려고 시작한 일이 아니라 이름을 ‘전국길거리공연프로젝트’로 바꿨어요.”

이번 프로젝트는 곧 가수로 데뷔하는 코박 씨가 데뷔 전 상업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자신을 알리고 싶어 시작했다. 호프로 씨는 그런 코박 씨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데뷔 티저 영상을 제작해 SNS, 유투브 등에 올려 홍보에 사용할 예정이다.

“영상 활용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아요. 일단 파워블로거, 페이스북 유명 페이지에 전부 홍보영상을 배포할 거예요. 유투브에는 영어 자막을 함께 넣어 외국인도 볼 수 있게 할 거구요.”

많은 도시를 돌아다니며 호응이 좋은 적도 있었지만 안 좋았던 적도 많다. 장흥에서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을 모시고 공연하다 30분 만에 무대를 접기도 했다. 천안에서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 잔뜩 긴장한 채 공연했다. 대구와 제주도에서는 호응이 좋았다.

특히 대구에서는 새벽이 넘도록 이어진 공연에 끝까지 함께 해준 관객 4명과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광주에서는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공연했다. 더 좋은 영상을 만들고 싶은 호프로 씨가 학교 측과 거래 아닌 거래를 했다. 학교 홍보영상을 찍어주는 조건으로 C 여고 학생들 앞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100여 명이 넘는 여고생의 열정적인 환호와 응원이 고스란히 호프로 씨 카메라에 담겼다. 현재는 태안 모 여고와도 협의 중이라고 했다.

9박 10일의 여정은 만만치 않았다. 앰프, 마이크, 여러 대의 영상기기 등 장비 무게도 엄청났다. 헬리캠이 두 동강 나는 아찔한 사고도 있었다. 빡빡한 일정에 몸이 아프기도 했고, 두 사람 모두 예민해져 싸우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더 끈끈해 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홍보 때문이죠?
대놓고 물었다. “홍보 때문이죠? 이렇게 인터뷰 요청하신 거?” 두 사람은 당황한 얼굴로 껄껄껄 웃는다. 그런 그들이 밉지 않았다. 인터뷰 내내 두 사람은 진심을 다해 이야기했다. 그동안 두 사람이 살아온 삶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내 음반, 영상을 사주세요,’가 아니라 ‘이렇게 음악하고 영상 찍는 청년이 있습니다.’라고 외치고 있었다. 힘들어도 죽을 때까지 음악과 영상을 할 거라는 말에서 두 남자의 진정성을 느꼈다.

코박 씨는 6월 중순 싱글 앨범으로 데뷔한다. 호프로 씨는 계속 함께 할 예정이다.

“한 사람이 배신하지 않는 한 끝까지 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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