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한 ‘우리’의 언론을 갖고 싶나요?
‘기본’에 충실한 ‘우리’의 언론을 갖고 싶나요?
  • 글 성수진 사진 정종대
  • 승인 2014.06.1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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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이기동 사무국장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저희가 해야 할 역할,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며 진실을 호도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몇몇 매체를 보며 참담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희도 그런 사태를 만들어 낸 방관자였다는 것에 관해, 그리고 그동안 하나의 매체로서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곳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었는지 반성하게 됐습니다.

이번 ‘토마토가 만난 사람’에서는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의 이기동 사무국장을 만났습니다. 언론의 바른 역할, 주체적인 언론 수용자가 되는 법 등에 관해 이야기 들었습니다.

▲ 이기동 사무국장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과 어떻게 함께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민언련이란 단체를 알게 된 건 2000년대 초반이에요. 월간 말지에서 민언련에서 하는 기자 만들기 강좌 광고를 보고 알게 됐어요. 대전에서는 2000년대에 총선시민연대 활동하면서 그 이후에 민언련이 만들어졌어요. 저는 창립 회원으로 모니터 활동 하면서 민언련과 연을 맺게 됐어요. 오마이뉴스 기자 생활 하고 지역 신문 연합체에서 취재 기자 생활도 하다가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다가 2006년에 제안이 와서 본격적으로 민언련과 함께하게 됐죠.

-기자와 민언련 활동은 다른 방향의 활동인 것 같은데요. 어떤 관심과 사명으로 민언련에서 활동 시작하셨는지요.

오마이 뉴스 창단할 때 지역에서 결합해서 잠깐 기자 일을 했는데 기자로 일했지만 사실 지역운동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 한 부분으로 기자를 생각했고요. 또, 현직에서 기사 쓰는 것 하고 시민운동으로서 언론 운동이 비슷한 측면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일했던 곳이 대안 언론 같은 인터넷 신문이었고 그렇기에 주류 언론에서 생각하는 기자 기능, 언론 역할에만 머물러 고민하지는 않았거든요. 큰 틀에서 지역사회를 바꾸는 측면을 고민했기 때문에 민언련에서 활동하는 것 자체도 그렇게 다른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회원 활동 하면서 언론 감시 활동 경험해 보며 필요한 영역이라는 생각을 했었죠.

-언론 모니터 활동 하면서 느끼셨던 부분이 있었을 것 같아요.

현직 기자 활동 하면서도 그랬고 민언련에서 언론 모니터 활동 하면서도 지역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느꼈어요. 언론이 귀담아들어야 하고 바라봐야 하는 것은 지역에 있는 주민, 독자나 시청자여야 하는데 이들 삶과는 무관하게 기능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지역 언론이 자치단체라든지 지역 기득권층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제의식을 계속 지녔었죠.

-그런 문제의식을 지니면서 민언련에서 활동하게 되셨겠네요. 처음 민언련 활동 시작했을 때와 지금, 대전 언론계 모습에 변화가 있나요.

여전히 지역 언론들이 문제가 많은 건 사실인데 2000년 초반 막 대전충남민언련이라는 지역 언론단체가 만들어지고 10여 년 이상 지난 시점에서 보면 지역 언론들도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처음에 지역 언론 모니터할 때만 해도 지역 신문에 지역 기사가 비중 있게 다뤄지진 않았거든요. 연합뉴스라든지 서울 중앙에서 이루어지는 정치적 뉴스가 주요 지면에 배치되고 지역 소식은 주요지면 이외에 배치됐어요.

모니터 활동 하면서 지역 의제, 지역 소식을 지역 신문이 다뤄야 한다는 요구를 많이 했었는데 그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이 있겠지요. 지금은 지역 언론들이 지역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려는 모습으로 바뀌기는 했어요. 다만 아직도 본래 의미에서의 지역 언론사가 더 관심 두고 중심에 둬야 하는 지역 주민 목소리, 지역 주민 여론과 관련해서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측면이 남아 있죠. 또 한 가지 측면은 그때도 지역 언론의 위기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 위기 상황이 더욱 가속화된다는 거예요.

-대전의 언론에 관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느낀 부분은 무엇인가요.

제일 심각한 문제는 언론인들이 언론인으로 대접받지 못 받는 환경인 것 같아요. 기자들이 자유롭게 취재 보도할 수 있는 편집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아요. 또, 전국적으로 대전 지역 언론사 기자들의 처우가 제일 열악한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외부 환경에 쉽게 유혹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언론사주가 기자들 지키는 버팀목이 되어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외부 환경을 기자들에게 압력으로 작용하게 하는 모습이 많아요. 기자를 언론인으로 보는 게 아니라 하나의 소모품으로 보는 거예요. 언론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 환경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요.

구조적으로 사주나 핵심 보직에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될 부분이긴 한데 지금 상황에서는 가능성이 안 보이죠. 내부 구성원인 기자들이 요구하고 바꾸려는 싸움을 벌여야 해요. 그러면 지역사회도 그것에 대해 반응은 하겠죠. 그런데 구성원 자체가 그런 의지도 꺾이고 문제의 심각성이 더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시민이 언론의 주인이라는 의식이 있어야 하는데 대전 시민이 지역 언론에 무관심하게 있어서 문제 상황이 발생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닭이 먼저나 알이 먼저냐는 논란으로 갈 수도 있는 부분인데요. 어떻든 지금 지역 언론의 상황은 지역 언론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봐요. 스스로 권한과 기득권을 갖고 있었을 당시에 지역 언론으로 제 역할을 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거든요. 지역 언론이 그런 부분을 외면해 오다 보니 지역 주민에게 자연히 신뢰를 잃었던 거죠.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중앙 일간지를 보나 지역 일간지를 보나 비슷한 뉴스들이 나오는데 그렇게 따지면 중앙 일간지를 보는 게 신뢰도 있고 내용의 깊이도 담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지역 언론을 찾을 필요가 없었던 거죠.

예를 들어 지역 내에서 경쟁력을 갖춘 부산의 부산일보라든지 대구의 매일 신문은 그 시기에 지역에 대한 목소리에 관심도 더 두고 어떻게 지역 사회 속으로 들어갈지 고민했던 것 같아요. 대전지역은 그런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또 한 가지 측면은 대전이라는 도시가 근대 들어 새롭게 조성된 도시이다 보니 지역 사회에 관한 관심과 밀착이 다른 지역보다 떨어지는 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수도권과 가깝고 인구구성 자체도 그렇다 보니 지역에 관한 애착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러함에도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을 지역 주민의 책임이라고 떠넘기기에는 언론의 책임이 더 크기 때문에 문제 원인은 지역 언론에서 찾아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사회 이곳저곳의 문제가 세월호 참사로 한 번에 터져 나온 것 같습니다. 그중 언론에 관한 국민의 문제 인식도 늘어났습니다.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단어도 많이 쓰입니다. 원래 존재하던 단어였는데 그 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비방하는 기사, 쉽게 쓴 기사, 자극적인 기사를 쓴 기자를 비난하는 위트 있는 단어로 사용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 인식을 드러내는 단어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는 언론의 모습을 보며 한 개인, 국민으로 느낀 소회는 어떠셨나요.

언론 문제를 언급하기 이전에 가장 크게 가슴 아프고 고민이 많이 들었던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거예요. 국민의 안녕과 생명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국민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꼭 박근혜 정부뿐만이 아니라 그동안의 정부가 어떻게 해왔는지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까 생각해요. 또 한편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서 지금 국정 운영하는 집권층이 국민을 어떤 입장으로 대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노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언론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공공성과 공익성이라는 측면에서 언론이 가져야 할 사회적 책무는 국민이 언론을 신뢰하게 하고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이거든요. 현재 몇몇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매체들을 제외하고 지상파 3사를 포함해서 기존 매체들은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 정부나 국가기관에 더 관심을 두고 보도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거든요. 비단 세월호 참사 때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광우병 사태 때도 국민적으로 언론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왔었죠. 당시에는 조중동 보도에 관한 비판에 집중했다고 한다면 이번에는 조중동이라는 보수적 매체를 포함해서 지상파 방송까지, 소위 말하는 우리나라의 메이저 언론을 포함한 모든 언론사에 대한 불신이 총체적으로 터져 나온 것 같아요.

-희망적인 움직임도 있는 것 같아요. 세월호 참사 이후, 주목을 받은 매체들이 있습니다. 다른 언론사들이 일정 부분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일 때, 현장의 진실을 보도하려 한 뉴스타파, 고발뉴스, JTBC 뉴스나인 등입니다. 시청자 후원으로 제작되는 뉴스타파, 고발뉴스 등은 대안 언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느 시절이나 그런 부분은 있었던 것 같아요.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도 언론이 제 기능을 못 할 때 언론 역할을 했던 매체들이 존재했었고 지금 시기에도 뉴스타파나 고발뉴스 같은 대안매체가 기성 언론에서 하지 못하는 영역을 채워주기도 했고요. 또 대안 매체에서 채워 주지 못하는 것들은 SNS나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서 국민 스스로 궁금증을 해소하고 의혹을 정리하고 공유했죠. 언론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 국민들이 명확하게 알고 있다고 이해될 수 있는 측면이죠. 한편으로는 무언가 기댈 수 있는 부분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영역이 적어 안타깝죠. 많은 분이 모른다는 한계가 있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지상파나 기득권을 가진 매체들의 역할이 더 크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세월호 참사와 관련지어 생각하면, 권력 있는 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했다면 초기 대응에 압력을 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습니다. 하나의 사건으로 바라보는 언론의 바른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기본에 충실한 언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진보든 보수든 떠나서 저널리즘에 충실한 매체가 없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드는 거죠. 언론이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한다는 생각은 누구나 갖고 있잖아요. 근데 사실은 언론이 일정 정도 편향이나 논조는 있기에 지향하는 바를 담을 수밖에 없죠. 그게 진보나 보수냐 형태로 갈라지긴 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얼마만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사실, 사안을 다루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국민에게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하고 국민이 그런 정보를 제공받음으로 인해 다양한 여론이 형성돼서 사회적 합의를 거치며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측면에서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언론들이 너무 많은 권한을 유지하는 게 문제예요. 세월호 참사 보도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해요. 정부 발표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검증하는 언론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심각해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속보 경쟁에만 치중했지 정작 핵심적인 문제점, 정확한 사실을 가려내는 데는 소홀했거든요. 우선은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게 지금 시기 언론에 요구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참사 발생 이후, 주간조선은 ‘이래도 수학여행 가야 하나’라는 문구로 표지를 만들어 깜짝 놀랐습니다. 소위 보수 언론이라고 하는 언론들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일을 많이 봤습니다. 누군가는 조중동을 키운 건 국민이라고 말하더라고요. 조중동을 국민이 키워 놓고선, 자신들이 키운 괴물을 보고 놀라는 꼴이라고요. 바람직한 국민의 역할, 언론 수용자의 태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언론 괴물들을 키운 것도 국민이고 또 어떻게 보면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는 정치권력을 만들어 내는 것도 국민일 수 있겠죠. 그렇게만 얘기하면 대안 없이 국민의 책임으로 돌려질 수밖에 없어요. 물론 국민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긴 한 것 같아요. 국민 스스로 원하는 매체든 정치 세력이든 가꾸고 키워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엎질러 둔 부분을 누구 책임이냐 따지는 것으로 소진하기보다는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언론, 정치인에 관해 고민해서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해요. 우리 사회가 혼란을 겪고는 있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가 걸어온 민주화의 과정을 보면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 같지는 않아요.

-요즘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기자도 권력 계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얼마 전, 몇몇 청와대 출입 기자들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라면에 계란을 넣어 먹은 것도 아니고 끓여 먹은 것도 아니라는 발언을 하면서 비보도 요청한 것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청와대 출입 기자단이 징계 결정을 내린 것을 보고 기가 찼습니다. 청와대 출입 기자단이 스스로 그동안 국민의 알 권리를 교묘하게 박탈하고 있었다고 알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이 권력에 유착하고, 그 유착을 깬 시도에 응징하는 행태인데요. 언론, 기자의 윤리라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태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셨어요?

말씀하신 대로 기자가 기득권을 보장받는 측면에서 또 하나의 막강한 권력으로 스스로 기능하는 측면도 있었던 거죠. 하지만 기자의 특권은 국가 권력으로부터 위임받은 게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거든요. 이것을 언론사 혹은 기자 개인에게 부여된 권력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거죠. 비도보라는 게 국가 위기 상황 속에서 악용될 위험성이 있는 경우 제한적으로 요청될 수는 있겠지만, 일상적으로는 요청될 일이 없는 거예요. 비보도라는 것은 일단은 숨긴다는 거고 무언가 문제가 있는데 보도하지 말아 달라는 뉘앙스잖아요. 국가 기관과 기자들이 자기네들끼리 그런 식으로 비보도네 뭐네 하면서 악용해 왔던 부분이죠. 언론 스스로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자기 성찰과 언론 윤리를 다시 한 번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요즘 들어 TV 뉴스의 중요성을 실감합니다. TV의 파급력이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신문을 읽지 않는 사람들도 TV 뉴스는 보고, 어떤 식으로든 접하니까요. 여러 일로 시골에 다니며 보면 채널 A, TV조선만 보는 어르신이 많습니다. 조금만 시선을 돌려 보면 달리 생각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운데요. 매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게 참 어려운 것 같거든요.

어느 정도 연세 드신 분들은 그동안 삶의 과정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가치관이 한순간에 바뀌는 것은 어려운 것 같아요. 물론 젊은 사람 입장에서야 그런 분들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걸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런 부분은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어떻게 보면 그것도 하나의 강요나 폭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매체의 비판적 수용과 관련해서 미디어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미디어 혹은 다른 정보에 관한 교육이 전혀 없었던 거죠. 진보적인 생각을 하고 있거나 미디어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체계적 교육을 받아서라기보다는 어떤 계기를 통해서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언론을 비판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게 된 경우가 많아요. 언론 운동 하는 입장에서 보면 과거에는 감시 비판에 집중했다고 한다면 앞으로는 미디어 교육을 통해서 청소년기부터 미디어에 관해 자연스럽게 생각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언론의 주인이 언론사나 기자가 아니라 시민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언론 수용자들이 가만히만 있는 주인이 아니라 작게나마 행동하는 주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희도 그게 고민이에요. 특히 민언련 같은 단체는 어떻든 미디어의 주인으로서 국민의 역할, 지역 주민의 역할을 끌어내려고 하는데 사실상 저희가 그만큼의 역할을 못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도 드는데요. 우리 사회가 그런 부분에서 조금씩은 진보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굵직굵직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미디어에 대한 중요성, 미디어의 역할에 대해 정확히 얘기하는 것이 저희 같은 언론단체라기보다는 일반 국민인 것 같아요.

광우병 사태를 거치면서 구독 거부 운동을 한다든지 이런 행동이 이어졌듯이 이번 세월호 참사를 거치면서 대안 언론에 지원, 지지, 후원이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요. 또 한편으로는 기존 매체와 다르게 우리와 더 밀접한 작은 매체에 대한 고민도 많아질 것 같아요. 최근에 마을 미디어 같은 부분이 확대되는 것도 그런 고민인 거죠. 큰 것을 바로 바꾸는 것보다도 생활 속 작은 실천을 통해서 미디어를 바꿔나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각하시는 언론 개혁의 모습에 관해 말씀 부탁할게요. 대전충남민언련은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예전에는 진보 언론이 자리 잡는 게 언론 개혁이 아닌가 생각했었어요. 지금은 그것보다는 언론 개혁의 본질은 언론이 제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언론이 올바른 역할을 하고 그 안에서 가치 차이가 있다고 하면 그 부분은 국민이 자연스럽게 선택하는 과정을 통해서 언론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본에 충실한 언론, 저널리즘에 충실한 언론이 형성됐을 때 또 다른 논의가 필요할 것 같아요.

민언련은 그동안 언론 모니터 감시비판 활동을 주로 했어요. 장기적으로는 미디어 교육이라든지 이런 부분을 통해서 언론 운동이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요. 또 한편으로 새로운 대안 언론을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시민이 중심이 돼서 시민을 위해 기능할 수 있는 매체를 준비하고 있는데 조만간 시민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월간 토마토에 기대하는 점도 있을 것 같고 그에 따라 실망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기대나 질책의 말씀이 있다면요?

질책보다는 기대하는 바가 좀 크죠. 사실은 저희가 한 축으로 해야 할 역할이기도 했었는데 월간 토마토를 많이 후원하거나 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지 못해 미안한 부분이 있어요. 월간 토마토는 사실 생뚱맞게 탄생한 것일 수도 있잖아요. 지역에서 과연 저런 매체가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반응도 있었던 것 같고 문화 전문 잡지로서 지역에서 과연 얼마만큼 담아낼 수 있을까도 고민되는 부분이긴 했는데요. 어떻든 지역에서 매체라는 것들이 제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어준 게 토마토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토마토라는 잡지 자체가 단순 문화 전달 매체가 아니라 지역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가는 언론으로서 역할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월간 토마토도 좀 더 다양한 사람들, 많은 지역 주민에게 정체성을 잃지 않고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고요. 또 한편으로는 지역사회가 같이 그런 부분을 고민해야 해요. 월간 토마토만의 문제는 아닌 거 같고요. 지역 사회에서 이런 매체를 키워가고 가꿔가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결국 우리 지역 사회가 밝고 건강하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쉽고 빤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아무리 형편없고 기댈 곳이 없다고 생각되는 지역 언론이라 하더라도 결국 지역 언론이 없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나 자신, 지역 주민에게 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보기 싫어도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보면서 ‘너네 이런 거 잘못됐잖아. 우리가 원하는 건 이런 거야.’ 하는 이야기들을 시민이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지역 언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고 지역 주민도 지역 주민이 원하는 언론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측면에서 월간 토마토도 한 권 구독해 주면 더 좋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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