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 서산시의원, "추석을 맞는 小考"
이연희 서산시의원, "추석을 맞는 小考"
  • 최형순 기자
  • 승인 2017.09.25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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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보니까 내가 주는 친절과 사랑은 밑지는 적이 없더라'

9월 달력 한 장을 뜯으니 달력에 빨간 글자가 가을 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많다. 10여일 넘는 보기 드문 추석연휴다.

추석에는 보통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한해 농사를 무사히 마치게 된 것을 조상께 감사드리고, 다양한 민속놀이와 오곡백과를 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이 있듯이 추석은 모든 것이 풍성하고 즐거운 명절이다.

이연희 서산시의원 /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그런데 정말 누구나 그렇게 좋아할까? 연휴 날짜를 세다 문득,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긴장감이 다시 되살아난다.

예부터 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過猶不及] 했는데 이처럼 긴 연휴에 하루하루 먹고 사는 이들부터, 찾아 올 가족친지 하나도 없는 독거어르신들, 급식지원이 없으면 점심을 굷어야 하는 아이들은 어찌 보낼까?

어찌 그들뿐일까? 올 추석은 여름 가뭄으로 인해 농부들의 아픔이 작지 않고, 늦장마로 대다수 고추농사를 망쳐 앞으로 김장물가 걱정에 주부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몇조의 국세를 낸다는 석유화학 대기업들이 즐비한데도 중앙통을 걷다보면 빈 상가는 늘고 있고, 지역경기 침체는 계속되고 있는 데 이렇다 할 희소식도 들려오지 않아 소상인들의 얼굴도 밝지 않다.

“숨을 쉬고 싶어요”라는 환경오염에 지친 엄마들의 울먹이는 목소리에도 무감각한 우리 사회는 살면서 자칫 놓치거나 잊기 쉬운 귀한 가치들. 행복과 더불어 사는 이웃들. 그 무엇보다 사람이 사는 세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 왔을까? ​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故 장영희 교수가 있다. 그녀는 생후 1년 만에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소아마비에 걸렸다. 단지 장애를 앓고 있다는 이유로 비장애인들에게 끊임없는 차별을 받았던 그녀는 그런 세상과 맞서 싸워 서강대에 입학하였고, 미국 뉴욕주립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녀의 글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핵전쟁이 났는데 동굴에 여섯 명밖에 들어갈 수 없다. 학생들에게 수녀, 의사, 맹인, 교사, 창녀, 가수, 정치인, 물리학자, 농부, 본인중 동굴에 들어갈 여섯을 고르라고 했다.

학생들은 정치인을 가장 먼저 빼고, 다음으로 맹인을 둘러싸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그때 한 학생이 이런 이야기를 하였단다. 전쟁을 끝내고 남은 사람들이 사회를 복구해야 할 때 모두 자기 일에만 매달리면 다시 미움과 갈등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구성원들이 일단 맹인을 받아들이면, 구성원들은 그 사람을 돌봐야 하는 숙명 속에서 시간을 쪼개어 그를 도와야 할 것이고 이 행위를 통해,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배려하는 마음과 가치를 배울 것이다. 그러니 맹인을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논리를 폈단다.

실상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것은, 형식적인 삶의 무게보다 서로를 사랑하며 위로하고 서로가 살아있어야 할 존재임을 알아주는 장치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을 때가 더 많아서이다.

행복한 사회란 높은 빌딩, 뻥뻥 뚫린 도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서로에게 연민을 갖고 서로를 인정해주는 사회. 서로의 아픔을 감싸 안고 이야기하며 배려하는 사회이다.

이번 추석에는 삼삼오오 모여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야기하자. 그동안 시의원직을 수행하면서 밤잠을 설쳐 보기도, 새벽길을 나서기도 했지만 시의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고, 나랏님도 하기 어려운 일들이라 치부할 수도 있지만 한쪽 마음이 무거운 돌을 안은 듯 무겁게 내려앉는 추석. 나는 조금 더 우리의 진정한 행복을 이야기하는 추석을 맞을까 한다.

'내가 살아보니까 내가 주는 친절과 사랑은 밑지는 적이 없더라'  고(故) 장영희교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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