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

일은 거창하게 벌여 놓았으나 끝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함

2005-11-10     편집국

세종실록에는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라는 말이 나온다.

세종대왕은 평소에 관리들이나 백성들의 기질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 관심은 그가 국가를  경영하는데 큰 도움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어느 날 세종대왕은 평안도 절제사에게 서신을 보냈다. 
“우리나라 사람은 일을 시키면 처음에는 매우 근면하고 성실하게 일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나태해져 그 일을 올바로 실행하지 못한다. 그것이 바로 고질적인 병폐이다. 그래서 그런지 고려공사삼일이라는 속담이 생겼다. 이 말이 헛된 말은 아니다.”

세종대왕은 일을 시키면 제대로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는 관리나 백성들을 올바로 파악하고 질책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고려공사삼일은 “거창하게 일을 벌여 놓았지만 끝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인조 때 유몽인의 어유야담에도 “조선공사삼일(朝鮮公事三日)”이라는 말이 나온다.
조선시대 때 유성룡은 역리에게 전국 고을에 공문을  보내라고 명을 내렸다. 그러나 역리는 며칠이 지나도록 복지부동하고 있었다. 화가 난 유성룡은 그를 불러 꾸짖으며 그 이유를 물었다.

이에 역리가 대답했다.
“우리 속담에 조선공사삼일(朝鮮公事三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전부터 위에서는 저희들에게 많은 업무를  지시합니다. 그리고는 며칠이 안돼서 그 일을 취소하곤 했습니다. 그러한 일들이 늘 되풀이되니 우리는 누구를 믿고 일해야 합니까? 이번에도 저희들은 사흘 후에 다시 고칠 것을 예상하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유성룡은 크게 한탄을 했다고 한다.   
이후부터 조선공사삼일은 “정사와 법령이 3일이면    바뀐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우리 국민들의 성격과 정사가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와 조금도 변한 것이 없다. 이제 한국공사삼일(韓國公事三日)이라는 말이 어울릴 듯하다.

예로부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책사업이 바뀌고, 기관장이 바뀔 때마다 기관의 업무 방향이 달랐다. 도무지 일관성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명예욕에 빠져 전임자의 성과를 부정하고 자신을 업적을 세우려  하기 때문이다. 어디 그 뿐인가 정치권에서도 화려한    장밋빛 청사진을 수시로 제시한다. 그러나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 없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정책 때문에 다들 갈팡질팡하고 있다. 때문에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날로 더해   가고 있다. 그러니 고려공사삼일·조선공사삼일이라는 말이 없어질 리가 없다.

이제 한국공사삼일이라는 말이 다시 생성될 판이니   이 누구의 책임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