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무 항생제 돼지 개발

‘다살림영농조합’ 이욱희 대표

2005-09-02     편집국

최근 황우석교수가 줄기세포로 차세대 생명공학의 지평을 열어 바이오산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가고  있는 요즘 무 항생제 돼지사육으로 차세대 생명농업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충북 진천군 초평면 용산리 123-2번지 소재에서 “원산농장”을 경영하는 이욱희(40)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21일 충북도가 시행한 바이오농업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 3000만원의 시상금을 받았는데 파격적인 상금도 그렇지만 이 대표가 사육하는 돼지가 바이오농업 대상수상의 요체가 됐다는 사실이 더욱 주목을 끌었다. 이 대표는 돼지 사육에 있어 항생제를 쓰지 않는 이른바 무 항생제 돼지를 개발한 공로로 충북도가   그동안 전략사업으로 추진하는 ‘바이오(bio-)’의 한 축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은 것이다.


 충북을 돼지 생명농업의 메카로 키울 터


이번에 대상을 차지한 무 항생제 돼지는 일반인들에겐 단순히 웰빙 차원의 개념으로 항생제를 쓰지 않는 돼지가 개발돼 건강식품으로 인식되기 쉬우나 충북도가 이 대표가 개발한 무 항생제 돼지를 바이오농업 대상으로 선정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이 대표가 수많은 시행착오와 오랜 경험으로 연구 개발한 무 항생제 돼지가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로 개발되었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 대표가 꿈꾸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 항생제 돼지사육으로 충북을 돼지 생명농업의 메카로 키우겠다는 것이고 지금 그런 노력들이 하나둘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돼지 사육은 지금까지 항생제를 떠나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 불가분의 관계로 사료에서부터 모든 질병에 사용되는 약품에 이르기까지 항생제는 돼지사육의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결론적으로 돼지의 성장촉진에 지금까지 항생제의 역할은 절대적이기 때문에 서민이 즐겨 먹는 돼지고기엔 필히 항생제 성분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런데도 항생제의 성분포함이 기준치 이하라는 잘못된 이유로 시중에선 무 항생제 식품으로 통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사육하고 있는 돼지는 태어나서 도축될 때까지 항생제와는 철저하게 거리가 먼 사육과정을 거치고 있다. 사료는 옥수수, 콩, 밀 등 20여 가지의 재료를 사용해 특수하게 만들어지는데 여기에 항생제 대신 천연식품에서 추출한 베타 글루칸을 배합한 특수 면역 증강물질(된장 추출물)을 첨가시켜 돼지의 면역성을 근본적으로 높였다.

봉침엔 페니실린의 1200배 살균 효과

또한 돼지의 질병치료는 봉침(벌침)으로 해결하고 있다. 봉침 요법은 지난 날 전국의 많은 단체나 협회에서 임상·실험을 통해 그 효능과 효과는 이미 입증 된 바 있다. 특히 원산농장 이 대표는 양돈업계에서도 봉침의 전문가로 통하는 프로급 수준으로 그가 벌침에 눈독을 들이기까지는 충북대 조성구 교수(축산학과)의 지도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벌침엔 페니실린의 1200배에 달하는 살균효과가 있기 때문에 돼지의 염증성 질환은 물론 설사병 호흡기질환 등에 특효로 작용한다. 핀셋으로 꿀벌의 흉부를 잡아 상처 난 부위에 직접 쏘이거나 꿀벌의 머리와 흉부를 제거하고 침이 들어 있는 복부만을 채취, 복부의 수축에 의해 침이 환부로 들어가게 하는 방법 등이 주로 사용된다.

이 대표는 “설사 등 돼지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질병은 천연 면역강화물질을 사료에 첨가하는 방법으로 다 해결했는데 감기는 좀처럼 대처방안을 찾지 못했다”면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한방 쪽으로 접근한 것이 큰 효과를 본 것 같다”며 벌침요법이 그 중 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 결과 치료용으로 연간 6000여만 원이 들어가던 항생제값을 연간 1백만 원으로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루쏘’라는 이름으로 출하된 이 돼지고기는 안전한 축산물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들의 요구와 맞아떨어지면서 다른 돼지고기보다 20∼30% 높은 가격인데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려 지난 2003년부터는 연간 18억 원이란 놀라운 매출실적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무 항생제 돼지농법은 부산물인 분뇨를 액체비료로 활용하면서 추출가스의     에너지화와 토양개량 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자연의 순환법칙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학계에서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자연 N 포크’ 16개의 점포와 유명 백화점 납품

무 항생제 돼지는 일반 돼지보다 가격이 비싸다. 지금은 20~30% 수준에 불과하지만 향후 홍보 및 유통체계만 제대로 갖춘다면 이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만큼 상품성에 있어선 일반돼지와 달리 차별화를 두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경영철학이다. 다만 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혀 아직 ‘무 항생제’라는 공식 인증을 못 받는 것이 그저 아쉽다고 표현한다.

 이 대표는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지난해부터 청원군 오창면 양청리 752-3번지 소재에 ‘다살림영농조합’(043-215-0203)을 설립, 상품화에도 남다른 역량을 보이고 있다. 현재 ‘자연 N 포크’라는 상표로 뉴코아 백화점 전국 16개 점포에 납품하고 있으며 ‘루쏘’라는 이름으로 현대백화점과 롯데마트에도 무 항생제 돼지고기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 웰빙 바람에 편승, 점차 소비자들의 관심과 구매가 늘고 있어 판로엔 큰 문제가 없다고 자신만만한 포부를 보이는 이 대표는 처음 시작단계에서는 “양돈관련 단체나 협회에서 무 항생제 용어조차 사용하지 못하도록 간섭이 심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운영난으로 문을 닫은 폐 농장까지 주선해 줄 터이니 무 항생제 양돈을 지도해 달라고 부탁해 오고 있다”고 귀띔한다.
사실상 무 항생제 양돈은 유럽이 선구자이다. 유럽에선 사료에 항생제를 쓰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해 놓고 있지만 그러나 현실적으론 항생제는 돼지의 각종 치료용으로 다 들어가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유럽산은 무 항생제 돼지라고 볼 수 없다. 현재 일본에 우리처럼 완전 무 항생제 돼지를 생산하는 곳이 한 곳 있지만 규모가 매우 작아 사업으로 볼 수 없다. 이 같은 추세에서 자신이 세계 최초로 무 항생제 돼지를 생산하는 국가의 한 농민이라는 긍지를 갖고 일한다는  이 대표는 “얼마 전부터는 소문을 듣고 미국과 일본 등 축산 선진국에서 우리 농장과 영농조합으로 견학까지 오고 있어 자긍심과 함께 큰 보람을 느낀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해 11월엔 서울 스위스 호텔에서 열린 국제세미나에서 원산 농장의 사례가 의제로 채택돼 유럽인들을 깜짝 놀라게 한 바있다.

무 항생제 돼지를 충북 대표 브랜드로 육성 계획충북도 축산경영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무 항생제 돼지는 세계적인 상품으로서 이미 많은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지역특화사업 차원에서 좀 더 발전시키고자 바이오 친환경축산 육성특화사업을 7월부터 12월까지 각 시·군의 양돈·양계 농가를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하고 이에 따라 양돈과 양계를 생산하는 농가에게 필요한 대체에너지인 첨가제를 한 농가당 50%(1250만원) 지원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무 항생제 돼지를 충북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키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충북 진천군 초평 출생으로 구정초등학교를 거쳐 형석중학교 충북고. 충북대 축산학과(84학번)를 졸업한 이욱희 대표는 논농사와 양돈업을 하시던 부친의 2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래서 그런지 이 대표는 돼지에 대한 애정이 아주 특별한 사람이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축산에 관심이 많았는데 당시 돼지사육을 생업으로 하시던 부친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졸업하자마자 한 농장에 취직한 이 대표는 그 농장주인이 축산업보다는 땅 투기에 더 목적이 있는 것 같아 배울 것이 없다고 판단, 그 곳을 그만두고 궁리하던 끝에 92년 선진축산 계열인 진천 유전자원(주)에서 돼지를 위탁받아 사채 2억을 빌려 직접 양돈시설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돼지의 꿈을 키워나갔다.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기껏 수수료 정도가 수입의 전부였지만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요람으로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시간들이었다고 추억한다. 그 후 1995년 충북에서 유일하게 양돈업부문 선도개척농민으로 선정되면서 더욱 양돈연구·개발에 몰두하던 이욱희 대표는 청원군 낭성면에서 슈퍼 젖소를 사육하던 선도개척농민 이상범(당시 젖소부문) 씨를 만나게 된다.

구제역 발생, 사육하던 돼지 한꺼번에 잃어

청원군 내수읍에서 생명공학과 미생물분야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동암BIOS를 운영하고 있는 이상범 씨는 (전)서울대 식품공학과 교수인 이계호 박사의 아들로서 둘은 서로 호형호제로 통하며 각각 돼지와 소의 거상이 될 것을 약속한다.

그 이듬해 96년 원산농장을 설립한 이 대표는 농업인후계자로도 선정되어 희망에 부풀어 미래의 자신을 그리며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도 불행의 어두운 그림자가 찾아왔다. 2002년 5월 구제역 발생으로 사육하던 돼지를 모두 폐기해야하는 슬픔을 겪어야만 했다. 그동안 자식과 같이 애지중지 그렇게 정성을 다해 키워온 돼지를 한꺼번에 다 잃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 앞에 그저 망연자실 한동안 실의에 빠져 넋을 잃고 말았다. 너무나 기가 막혀 이제 양돈업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는데 평소 호형호제로 지내던 이상범씨의 충언에 용기를 얻어 제기를 다짐할 수 있었고 뜻밖에 면역증강물질까지 발견하게 된다. 이 물질은 공교롭게도 이상범씨가 자신의 부친을 통해 가지고 있었던 것인데 가축사육에 활용될 만큼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던 것을 이 대표와 이상범씨가 공동으로 돼지를 통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임상실험으로 연구·개발 끝에 성공시킨 것이다. 그 후 대량생산에 나서 지금의 무 항생제 양돈의 기초가 되었다.

“다살림영농조합 설립” 성공신화 창조

다시 양돈에 자신감을 얻은 이 대표는 2002년 9월 동암BIOS 이상범 씨와 함께 면역증강물질과 봉침으로 무장한 채 제주도로 건너갔다. 당시 제주는 축산 때문에 관광산업이 골치를 앓던 때라 무 항생제 양돈의 필요성이 매우 절실하던 시점이었다.

‘다살림영농조합’의 이욱희 대표는 “제주의 산업기반은 축산(영농)과 관광인데 상반된 업무관계로 인해 이 둘은 항상 충돌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 이유는 관광지에 돼지 축사냄새가 난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고소 고발이 남발하다보니 제주의 축산업자들은 대다수 환경사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 예로서 제주에서 의욕적으로 사업을 넓히던 한 중소기업이 어느 날 문을 닫은 사건은 아주 유명한 사례이다. 그 이유는 산소 캔에 축산 분뇨냄새가 들어가는 바람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했기 때문이다. 이런 때에 “제주도 천혜의 관광자원이 축산으로 망가지는 것을 예방하고자 우리가 무 항생제 노하우를 갖고 상륙한 것인데 지금 생각하면 어려움도 많았지만 보람도 있었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제주도 무 항생제 프로젝트는 기존의 양돈업자들의 고정관념과 이해부족으로 인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결국 9개월 만에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와 오늘에 이른 것이다.

차세대 바이오 농업으로  성공신화 창조

 한편, ‘다살림영농조합’은 지난 2004년 1월, 8개 농가로 발족한 내추럴포크연구회가 그 시초로 이후 내추럴영농조합(12농가 참여)을 거쳐 2004년 9월 ‘다살림영농조합’으로 변경했다. 현재 원산농장을 비롯하여 9개 농장이 참여하고 있고 전체 사육두수는 육성 돈을 포함 약 3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으며 그의 기술은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 20여개 양돈농가에 보급. 년 간 200억원의 매출을 끌어 올리고 있어 한국의 축산업발전에 톡톡히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양돈 부산물인 액체비료(분뇨)를 이용해 유기농 쌀까지 생산하고 있어 진정한 친환경 농업인으로도 불리우고 있는 이욱희 대표는 한국 축산분야에 초보단계인 바이오 농업의 산파역을 맡아 성공신화를 창조함으로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과 함께 한국 축산업계의 거상으로 떠오르고 있어 앞으로 그의 행로가 더욱 주목되고 있다.    

 / 최원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