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살해후 화재사고로 위장한 인면수심 '충격'
신용불량자 30대 가장, 수억원 보험금 노려 독극물 구입해 부인과 두아들 살해
열흘전 대전에서 일어난 주택화재로 일가족 4명이 숨진 사건은 수억원의 보험금을 노린 30대 가장의 범행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일가족 변사사건, 화재 사고로 잠정 결론내린 상태
대전시 중구 문화동의 한 목조 주택에서 화재가 일어난
것은 지난 18일 밤 11시쯤.
신고를 받고 119 소방대가 현장에 출동해 진화작업에 나섰지만 집안에서는 일가족으로 보이는 주부와
아이들의 시신이 놓여 있었다.
당시 화재 감식반은 일단 전기 누전이나 선풍기 과열로 불이 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하지만
사체 부검결과는 일반 화재 사건과는 거리가 멀었다. 숨진 김 모 여인(34)과 10살, 8살난 두 아들의 장기에서 일명 청산가리라 불리는
시안화칼륨이 발견된 것.
이때부터 경찰의 수사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경찰, 숨진 두 아들에게서 청산가리 발견…타살 가능성에 무게
경찰은 먼저 숨진 일가족의 사인이
질식사보다는 독극물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자살과 타살 가능성을 놓고 저울질해왔다.
하지만 사건 현장에는 유서나 아무런 자살 징후가 발견되지
않은데다 주택의 잠금잠치는 모두 안으로 잠겨 있었고 도난 물품이 없는 등 아무런 침입 흔적이 없다는 점에서 원한관계에 있거나 가까운 주변인물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경찰은 이때부터 숨진 김씨의 남편 장 모씨(35)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조사한 결과 장씨의
진술에 일관성이 떨어지는데다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범행이 일어나기 며칠 전 고액의 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증거는 컴퓨터 전산기록에서 밝혀졌다.
장 씨는 가족들을 살해하는데 사용한 독성물질 시안화칼륨을 인터넷을 통해 구매했고 경찰은 이 과정에서
장씨가 자살사이트에 접속한 기록을 찾아냈다.
긴급체포한 장씨로부터 자백받은 내용은 예상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인터넷 자살사이트 통해 독성물질 구매, 햄스터에 주입하는 등 '사전실험' 불사
장씨는 그동안
휴대폰 대리점과 주점 프렌차이즈 등을 운영해 왔지만 잇따라 실패하는 바람에 신용 불량이 되는 등 생활고에 어려움을 겪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급기야 지난달 보험에 가입한 뒤 가족을 살해한 다음 거액을 챙기기로 마음먹고 보험사를 물색해 자신과 아내 김씨 명의로
2곳에 가입했다.
장 씨는 이들 보험사와 피보험자가 사망할 경우 최고 3억원씩 모두 6억원까지 지급되도록 계약을 맺었다. 또 가족을
살해하는데 필요한 독극물은 인터넷 자살사이트 등을 통해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장 씨는 이 과정에서 인터넷에서 만나 자살을 모의한 3명과
함께 서울에서 신원불명의 한 판매자로부터 25만원에 시안화칼륨 20그램 가량을 산 뒤 4명이 나눠갖고 약효를 확인하기 위해 햄스터 2마리에
주입하는 등 동물 생체 실험까지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모든 준비가 갖춰진 장씨는 지난 18일 아침 출근하기 전 냉장고 물병안에
청산가리를 넣어 놓고 가족들이 마시도록 방치했다.
습관대로 아침에 일어나 이 물을 마신 가족들은 차례대로 쓰러져 숨을 거뒀다.
하지만
4살난 막내아들 만큼은 물을 마시지 않아 살 수 있었는데도 가족들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들른 아버지의 손에 결국 목이 졸려 숨을 거두고
말았다.
또 장씨는 퇴근하기 몇시간 전 평소 사무실에서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시너를 가져다 가족들의 시신주변에 뿌리고 불을 지른 뒤 달아났다
퇴근시간에 맞춰 태연히 귀가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장씨는 자신의 손으로 살해한 가족들의 장례까지 버젓이 치른 뒤
완전범죄를 노렸지만 보험금을 채 청구하기도 전에 경찰에 긴급 체포돼 철장신세를 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