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황혼의 반란을 꿈꾸며

국민연금

2005-09-02     편집국

‘… 레스토랑에는 70세 이상 노인 출입 금지 팻말이 걸린다. 정치인들은 노인들 때문에 국가 재정이 고갈되고, 과중한 세금이 부과된다며 반(反)노인 캠페인을 벌인다. 일정 기간 자녀들이 방문하지 않거나 소식을 끊은 노인들을 CDCP(휴식·평화·안락센터)가 잡아간다. 명칭과 정반대로 이곳은 노인들의 생을 강제로 마감시키는 곳이다. 한 노부부가 CDCP로 끌려가다가 도망한다. 이들의 뒤를 이어 많은 노인이 CDCP로부터 탈출해 산악지대 동굴에서 저항운동을 벌인다. 그러나 이들의 항거는 오래 가지 못한다. 정부가 투하한 독감 바이러스에 노인들은 무력화되고 반란은 진압된다 …’

생각도 못해본 기발한 발상으로 생각할 거리를 주는 공상과학소설가인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단편 ‘황혼의 반란’의 한 토막이다.

공경과 섬김의 대상에서 부담되고 성가신 존재로 치부된 노인 관련 매스컴 보도를 심심찮게 듣는 세상이다. 미래와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 속에서 나의 자화상은 아닐 거라고 선뜻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과학·의료기술의 축복 속에 우리네 평균수명이 늘어만 가지만, 효율이란 명분 아래 우리의 사회·경제적 입지와 수명은 갈수록 줄어만 간다. 노년은 길어지는 반면, 이에 대비할 경제활동 기간은 짧아지고 있는 것이다. 최하 20년 이상을 위험에 방치된 채 보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개인은 노후준비란 화두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범답안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며, 나아가 국가도 소외계층이나 사회적 약자들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대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면 국민연금이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일도 사회적 연대란 울타리는 큰 외풍도 막을 수 있는 법이다.

세대와 계층이 연대하여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본인의 노후를 스스로 준비한다는 국민연금의 필요와 가치를 토대로 개개인의 여력과 의사를 통해 민간 금융상품을 활용한 대비를 더한다면 노후가 그리 막막하지 만은 않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국민연금은 노년의 종자돈이라 할 수 있다.
진짜 농부는 굶어 죽어도 종자는 먹지 않는다 했던가.

소득이 낮더라도 국민연금을 통해 최소한의 노후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열악한 노후생활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 기울여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어떻게’가 아니라 ‘무엇을’ 하면서 노후를 보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유쾌한 황혼의 반란에 휩싸이는 건강한 대한민국의 내일을 꿈꿔본다.
오현균 / 국민연금충청지역 관할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