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능장애

2005-12-15     편집국

성에 대한 관심은 인간이 태생하면서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이며, 여자의 생애에 있어 성은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 부분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약 2/3의 여성이 자신의 성생활에 대하여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반면에 1/3 정도에서는 성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거나 장애가 있는데 이들 중 20%에서는 성교가 항상 즐거운 것은 아니라고 느끼며, 15%에서는 성교통이 있고, 50%에서는 몸이 흥분되지 않으며, 50%에서 오르가즘에 도달하기가 어렵고, 25%에서는 오르가즘을 전혀 경험하지 못한다.
성행위를 무조건 즐기는 것도 문제지만 성기능 장애도    심각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은 이 문제에 대하여 상담 받는 것을 꺼려하며 치료하려는 노력을 잘 하지 않는다.

몇 년 전에 어떤 환자 한분이 외래로 오셨다. 나이는 20대 후반이었고 임신 3개월인데 개인병원에서 처음 진찰을 받고 임신을 확인했지만 이미 자궁 속에서 유산이 되었다고 하였다. 과거 분만이나 유산의 경험도 없었고 첫 임신이었다. 마지막 월경을 언제 했는지, 출혈은 없었는지, 통증은 없는지 등 문진이 끝난 다음 내진을 하기 위해 환자분이 진찰대로 올라가 누웠다. 산부인과 진찰에서는 필수적인 것으로서 질 속에 넣은 다음 기구를 벌려서 질 내부를 관찰하는 질경이라는 것이 있는데 삽입을 하지 못하게 거부하였다. 물론 양 손으로 진찰하는 내진도 거부하였다. 성격적으로 좀 민감한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질 초음파를 하려는데 역시 질 속에 넣는 초음파 기계도 거부하였다. 하는 수 없이 복부초음파를 이용하여 유산되었음을 간신히 확인하고 계류유산이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었다. 진단은 내렸지만 유산수술을 해야  하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질경을 삽입하지 않고는 유산 수술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맥마취를 하고 한참을 설득하여 겨우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

일주일 후 별 이상이 없는지 외래에 진찰을 받으러 왔을 때에도 역시 질경검사나 내진을 거부하여 하는 수 없이 출혈은 없는지, 냄새나는 질 분비물은 나오지 않는지, 열은 나지 않는지, 통증은 없는지 등 문진만으로 이상 여부를 판단하고  진찰을 마칠 수밖에 없었다. 그 분이 진찰실을 나간 후 남편이 면담 요청을 하여 남편을 따로 만나보았다.

남편이 말하기를 결혼하고 5년이 지났는데 부부간에 한번도 성교를 해본 일이 없다며 성교 없이 아기를 가질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하였다.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부인이 외도를 했다는 말인가? 마음을 추스르고 차분히 사연을 들어보니 정말 결혼하고 5년이 되었지만 부인이 거부하여 단 한번도 정상적인 성교를 해보지 못했다고 한다.
질 속에 삽입하는 것을 거부하여 허벅지 사이에 성행위를 하여 사정을 해왔던 것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우연히 질 속으로 정액이 흘러 들어가 결혼 5년 만에 임신이 되었던 것이었다. 부부간의 문제는 아무도 모른다지만 적어도 남편의 부인에 대한 사랑과 배려만큼은 존경스러웠다.
결국 남편의 요구는 아기를 갖는 것이고 배란일에 맞추어 남편의 정액을 받아 단순히 질 속에 넣어주면 임신은 할 수 있겠지만 과연 이러한 임신이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과 이들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는 정상적으로 잘 길러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임신 기간 내내 산부인과를 다니면서 내진이나 질 초음파 검사 등 산전 진찰을 받아야  하는데 잘 견딜 수 있을까, 그리고 분만은 잘 견딜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러나 성교 없이 임신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알려 주었고 부부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돕겠다고 했다. 또한 그 이전에 정신과 상담을 포함하여 원인을 찾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고 해 주었지만 그 부부는 그 이후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성생활의 만족도와 결혼생활의 만족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비례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성기능장애가 있는 경우 결혼생활의 만족도가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여성에서 성기능장애의 원인은 정신적, 신체적 원인을 포함하여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성기능 장애는 크게 5 가지로 나누는데 성욕의 장애, 흥분장애, 오르가즘의 장애, 성교통에 의한 장애 등이 있으며 질환이나 약물에 의한 성기능 장애도 있다. 이것들은 일시적일 수도 있고 오랫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 여성은 정신적으로 편한 마음을 가질 때 적절한 반응을 할 수 있으며 스트레스나 근심, 피곤 등은 성적 반응의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사회적 관습이나 가치 또는 가족적인 영향 등에 의해서 성행위를 즐기려는 욕구와 그 반면에 성행위를 즐기는 것 자체에 대한 무의식적인 두려움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성욕의 장애 또는 불감증은 정신적으로 또는 육체적으로 성적인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서 성교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지도 않으며 성적 행위에 대한 신체적 반응 즉  혈관의 울혈도 생기지 않는다. 어렸을 때의 성적 학대 또는 성폭력은 영향이 매우 큰데 그 이유는 일부 여성에서는 정신적, 성적 기능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전반적인 건강과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흥분은 되지만 오르가즘에 도달하지 못하는    여성은 적절한 성적 반응이 부족하거나 자기 자신 속에 있는 정신적 갈등이 그 원인이 된다.
여성이 오르가즘에 도달하는 경로는 음핵의 자극에 의한 것이 40% 정도이며, 성교에 의한 경우가 30%, 자위행위에 의해 도달하는 경우는 20% 정도이다. 그리고 전혀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적절한 자극이 부족해서   오르가즘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자기 스스로 자극을 주도록 훈련을 함으로서 오르가즘에 도달할 수 있으며 다른 원인에 의한 경우에는 그 원인에 따라서 치료가 달라진다.

성에 대하여 잘못 알고 있는 흔한 오해들을 보면 성에 대한 나름대로의 엄격한 기준의 적용, 예를 들어 정상체위만이   정상적인 성행위이고 여성상위, 구강성교 등은 불결하고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남자는 여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방법을 필수적으로 알고 있거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 성행위는 남자가 항상 앞장서서 리드해야 하며 여자가 앞장서거나 요구하는 것은 부도덕하거나 성을 너무 밝히는 것이라는 생각 등이다. 

성기능의 문제는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인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에 진단 자체도 그만큼 복잡하며 치료도 어느 한가지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다차원적인 접근과 해결책이 요구된다.

그러나 성생활을 즐겁게 영위한다는 것은 인간의 생애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이므로 성기능의 이상이 있는 경우   원인을 찾고 해결을 하려는 노력 또한 그만큼 중요하다고   하겠다.

필자 이기환
이기환 교수는 충남대 의과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휴스턴 텍사스 의과대학 불임 및 내분비 연수를 받았으며, 충남대 의과대 조교수, 부교수를 거쳐 현재 충남대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www.dr4m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