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용 대전광역시 씨름협회 회장

“타 종목과는 달리 기술과 힘, 지혜와 감각이 필요한 운동"

2009-03-16     성재은 기자

기축년 새해 <이규용 대전광역시씨름협회 회장>편

이규용 대전광역시씨름협회 회장은 씨름을 “민족성과 역사성을 지닌 우리 고유의 민속놀이”라고 말했다.

이규용 회장은 씨름이 지닌 매력에 대해 “타 종목과는 달리 기술과 힘, 지혜와 감각이 필요한 운동”이라며 “상대방의 느낌과 호흡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역동적이며 힘이 느껴지는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뜨겁게 사랑할 때에 비로소 더 잘 볼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남녀 간의 사랑이던 일에 대한 사랑이던 그냥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뜨겁게 사랑할 때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대전광역시씨름협회 이규용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씨름이 우리 민족 고유의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씨름의 미래를 걱정했다.

이 회장은 “누구보다도 씨름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써 가슴이 아프다”는 심경을 토로하면서 “선수들이 불확실한 장래 때문에 씨름에 대한 꿈을 중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본지는 이규용 대전광역시씨름협회장을 만나 제90회 전국체전 준비 상황과 당면 과제에 대해 들어보았다.

현 광무택시 대표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전광역시씨름협회 회장을 맡게 되신 계기와 과정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씨름에 대한 남다른 애정... 씨름협회 이사 3년, 부회장 3년 지내”

저는 대전광역시씨름협회 전 회장이셨던 이대연 회장님 시절 그 이전부터 씨름협회 이사 3년, 부회장 3년을 지내왔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전 이대연 회장님의 추천과 대의원들의 만장일치 합의를 통해 대전광역시씨름협회 회장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지닌 씨름에 대한 열정과 애착을 높이 평가하시고 지금 이 자리의 기회를 주신 것 같습니다.

씨름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씨름은 우리 민족 고유의 민속놀이... 기술과 힘, 지혜와 감각 필요해”

씨름은 단순한 운동 경기 종목이기 이전에 우리 민족 고유의 민속놀이로써 가치가 높습니다.

씨름은 두 사람이 서로 부둥켜 잡고 힘과 재주를 부려, 상대방을 먼저 넘어뜨리는 것으로 승부를 내는 한국 고유의 운동입니다.

씨름은 타 종목과는 달리 기술과 힘, 지혜와 감각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의 느낌과 호흡을 온몸으로 전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역동적이며 힘이 느껴집니다.

씨름은 민족의 얼과 슬기가 담긴 경기로 경기 승패를 가늠하기가 쉬워 온 국민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이기기 위해 최후까지 견디고 참아야 하기 때문에 강한 인내력과 투지력을 필요로 합니다.

제 90회 전국체전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올해 대전광역시씨름협회 운영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이름뿐인 회장 아니라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리는 한해 만들 것”

저는 회장 취임 이후 ‘대전광역시 씨름인의 날’을 만들었습니다. 올해 3회를 맞는 씨름인의 날 행사는 매년 8월 8일 열립니다.

대전광역시씨름협회장 취임식 날 많은 분들 앞에서 “이름뿐인 회장이 아니라 선수들 가장 가까이에서 땀 흘리는 회장이 되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회장 일을 하면서 씨름인들 사이에 대화와 의견 교환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고 한마음 한뜻이 될 때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생기고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8월 8일 대전광역시 씨름인의 날을 만들게 됐으며 8월 8일이라는 날짜에도 씨름처럼 팔팔하게 역동적으로 살자는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날에는 초.중.고 선수들을 비롯해 대전 출신 선수들 모두가 모여 화합과 단합을 도모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올해 씨름인의 날에는 탁 트인 야외로 눈을 돌려 1박 2일쯤 모임을 가질 계획입니다.

아울러 지난 2년 동안 선수들과 같이 훈련을 하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아 훈련을 하지 못했습니다.

올해에는 전국체전이 있는 중요한 해인만큼 각 학교별로 날짜를 정해 현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직접 땀을 흘리며 훈련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입니다.

▶ 전국체전 출전 기대주 선수 소개와 자랑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올해 체전 기대주는 승부근성과 순발력 좋은 박기석 선수와 한재범 선수”

이번 전국체전에는 고등부 7명, 대학부 3명, 일반부 7명이 출전합니다. 이중 기대주 선수는 박기석(고3, 용사급 90kg이하)선수와 한재범(계룡공고2, 역사급 100kg이하)선수입니다.

박기석 선수는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해왔으며 체력이 좋고 승부근성이 있어 이번 체전에서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기석 선수는 작년 전국 선수권대회에서 1위를 기록했습니다.

한재범 선수 역시 장래가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전국 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기록했으며 승부근성과 순발력이 좋은 선수입니다. 최소 동메달 이상이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씨름이 시민들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방안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우리 것 외면 당해 씁쓸... 당면 문제 다각적으로 접근해 나갈 것”

우선 씨름인의 한사람으로서 반성합니다. 우리 민족 고유의 씨름이 시민들의 관심 속에서 멀어져 간다는 사실에 가슴 한구석이 씁쓸합니다.

우리는 가끔 좋고 비싼 레스토랑에 가 음식을 먹곤 합니다. 그러나 그 음식을 매일 먹는 사람은 드뭅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질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봄나물에 뚝배기 된장국은 평생 먹어도 질리지 않습니다. 바로 우리 것, 우리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씨름도 마찬가지입니다. 씨름은 우리의 민족성과 고유성을 지닌 운동입니다. 운동이기 이전에 민속놀이입니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씨름이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대전시 씨름 역시 그러합니다. 대학팀, 일반팀이 탄탄하게 자리하고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합니다. 선수층이 굉장히 얇습니다.

씨름이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연결 고리가 필요합니다. 고등부와 대학부, 일반부 모두가 서로 연계성을 가지고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선수층이 얇다보니 이를 상호 보완하는 것이 부족합니다.

제대로 된 실업팀이 있어 맥이 끊기지 않도록 선수들을 붙잡아주고 끌어주는 역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래와 장래성이 보장되지 않는 다는 이유로 선수들이 하나 둘 선수 생활을 접거나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극복해나가기 위해 임원진들과의 모임 뿐만 아니라 씨름인들과 자주 만남을 갖고 이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대안 찾는 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하나 될 때 비로소 뜻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내부적으로 단합해 씨름이 지닌 여러 문제들에 대해 다각적으로 접근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데 온 정신을 집중하겠습니다.

훌륭한 선수 발굴과 육성이 씨름이 성장해나가는 지름길이며 선수들이 마음 편히 훈련에 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전국체전 몇 위를 목표로 하고 계신지 말씀해주십시오. 

“올해 전국체전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가 목표”

지난 체전에서는 금1, 동2개를 기록했습니다. 올해에는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목표로 선수들과 감독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올해 전국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각오와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더 뜨겁게 사랑할 것... 선수 육성과 발굴 위해 최선 다할 것”

제 좌우명은 ‘뜨겁게 사랑하자’입니다. 남녀 간의 사랑이든 일에 대한 사랑이든 사랑이 없으면 집중할 수 없습니다.

그냥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뜨겁게 사랑하게 되면 후회가 적고 더욱 더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회장 취임 초기 씨름을 하는 아이들이 씨름복을 물려 입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불평불만 없이 낡아빠진 씨름복을 입고 운동을 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씨름을 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가정 형편이 좋지 않습니다. 때문에 부모님이 아이들을 위해 풍족하게 운동복을 사주거나 할 형편이 되지 못합니다.

이 선수들이 중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씨름을 해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현재 씨름 선수들은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선수들 대부분이 이 때문에 불안해하고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지원 받는 것이 흔한 모래, 씨름복 뿐이며 정작 제대로 된 경기장 하나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씨름하려면 모래만 있으면 되지’ 하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휘황찬란한 시설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대전에서 가장 좋다는 경기장도 조립식에다 모래만 덜렁 놓여 있는 상태입니다. 수영장이다 축구장이다 수억을 들여가며 경기장을 지으면서 정작 우리 고유의 운동에는 왜 그리 관심들이 없는지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늘 선수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고생하는 선수와 감독들을 보며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더 골몰하게 됩니다.

무엇이든 진정성을 가지고 뜨겁게 사랑하면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늘 이러한 마음으로 전국체전 목표 달성을 위해 그리고 씨름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