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인선 왜 늦어지나

최광식 경찰청 차장(전남), 강영규 경찰대학장(경남), 이택순 경기경찰청장(서울)이 후보

2006-01-03     편집국

경찰청장 인선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경찰이 술렁이고 있다.

치안총수와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한꺼번에 옷을 벗은 데 대한 자조와 후임 인선을 둘러싼 중구난방식 예측, 여기에다 정기인사까지 연쇄적으로 지연되면서 경찰 조직이 아래에서부터 동요하고 있는 것이다.

치안총수, 서울청장 한꺼번에 옷 벗어…후임인선 싸고 경찰조직 동요

경찰청은 아직까지 경정 이하 직위에 대한 심사 승진 발표와 승진 시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승진 시험은 통상 1월 둘째주에 치뤄져왔으나 아직 시험 일자 조차 예고되지 않아 시험을 준비해온 일선 경찰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총경 이상 인사는 신임 청장 취임 이후에나 가능한 상황이다.

후임 경찰청장의 공식 취임은 지금으로봐서는 빨라야 1월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은 3일 "경찰청장 후임인선을 이제 막 시작했다"며 "다음 주 초나 돼야 하며, 이것저것 확인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완기 수석은 "이번주에는 인사추천회의가 없다"며 "충분히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다음 주 초에 내정을 하더라도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남아 있고,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의 움직임도 변수다.

현행 경찰법은 "경찰청장은 치안총감으로 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의 경우 2단계 승격이 없는 만큼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 즉 최광식 경찰청 차장(전남), 강영규 경찰대 학장(경남), 이택순 경기지방경찰청장(서울)이 후보들이다.

후보가 3명 뿐이고 이들에 대해서는 이미 축적된 인사자료가 방대할 텐데도 내정자 발표가 늦어지는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기회에 여권 핵심의 의중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명제가 주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허준영 전 청장이 결국 떠밀려 물러나게 된 것도 여권의 강력한 견제에도 불구하고 수사권 조정 등과 관련해 튀는 발언과 파격 행보를 이어온 것이 중대 요인이 됐다는 게 정설이다.

여권, 향후 수사권 조정, 경찰위상 확립, 지역안배 등 고려 '고민'

이에따라 견제와 통제가 가능한 경찰권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 여권이 생각인 것으로 분석된다. 15만명에 달하는 경찰이 앞으로 수사권까지 확보할 경우 거대한 권력조직으로 위상이 높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후임 인선은 청와대 비서실장을 포함한 이른바 '빅5'간의 지역 안배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병완 비서실장과 김승규 국정원장은 호남이고, 정상명 검찰총장과 이주성 국세청은 영남이다.

한편에서는 "경찰청장은 치안총감으로 보한다"는 규정에 따라 이승재 해양경찰청장도 후보군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해경청장이 '치안총감'인 만큼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누가 되든지 뒤숭숭한 분위기를 추스리고 땅에 떨어진 사기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무거운 짐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평화적인 시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검찰의 반발에 맞서 수사권 조정을 잘 마무리해야 하는 현실적인 과제도 앞에 놓여 있다.

CBS사회부 도성해 기자 holysea69@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