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전마케팅공사, 수년간 무허가 놀이기구 운영
2014년부터 2017년 한빛탑 인근서 어린이용 놀이기구 불법 운영 엑스포기념관 옥상에 '키즈파크' 안전검사 전무 대전시, '오월드' 운영권 이전 추진 속 자격 논란 커질 듯
대전마케팅공사가 어린이용 놀이기구를 불법 운영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본지 취재결과 대전마케팅공사 공원운영팀은 지난 2014년부터 2017년 초까지 엑스포과학공원 한빛탑 인근에서 어린이용 바이킹, 회전목마 등 놀이기구 4종을 무허가 운영했다.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유원시설을 운영하려는 자는 관리기관에 신고 후 허가를 받아 운영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영업정지 및 벌금을 부과하며, 사고 발생 시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마케팅공사는 관련법을 비웃듯 수년간 운영하면서 시민들에게 이용료까지 받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더 큰 문제는 놀이기구의 이용자가 대부분 어린 아이들이었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운영 중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의 안전을 담보로 돈을 버는 행위에 과연 공공기관인가 하는 의구심까지 가질 정도다.
철거 과정도 비상식적이었다.
시설 책임자로 자리를 옮긴 한 직원이 불법 운영에 대해 적극 문제를 제기하자 내부적으로 상당한 진통을 빚었다는 전언이다. 결국 공사 내부에서 공론화가 되자 당시 사장이 곧바로 철거 명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철거 이후 해당 부서 관계자에게 경징계를 내렸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해 제식구 감싸기란 지적도 나온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공사는 2015년 엑스포기념관 옥상에 설치한 ‘키즈파크’ 역시 무허가 운영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불법 운영된 키즈파크는 안전검사를 받지 못해 현재 철거한 상태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해 부서 관계자는 불법 운영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당시 용도 변경이 안돼서...”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대전시 감사관실, 유성구청 뭐했나.
대전시 감사관실과 유성구청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수년간 이뤄진 불법 행위 사실을 파악조차 하지 못 했다는 것은 사실상 감사 기능에 구멍이 뚫렸다는 해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는 “한빛탑 앞 노상에서 놀이기구를 버젓이 운영했는데도 시 감사관실이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묵인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또 공원운영팀이 놀이기구를 운영하기 위해선 내부 결제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면서 어떻게 결제가 이뤄졌는 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 제보자는 “실제 바이킹을 비롯한 일부 놀이기구는 꿈돌이랜드 철거 전 한빛탑 인근 노상에 옮겨 설치했으며, 회전목마는 놀이기구 렌탈 업체에서 대여했다. 비용이 들어간 만큼 내부결제가 이뤄졌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명백한 사실은 이들이 불법 놀이기구 운영에 사용한 렌탈 비용과 인건비, 시설유지비 등은 시민들의 혈세라는 것이다. 공사가 혈세로 무모한 불법 운영을 강행한 셈이다. 게다가 시민들에게 이용료를 받아 수익을 챙겼음에도 적자 운영이란 오명까지 얻게 됐다.
불법 유원시설 운영 및 적자 공기업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감사관실도 책임이 뒤따르는 이유다.
한편 유성구는 2016년 3월 공식 블로그에 불법 놀이기구 4종을 홍보한 게시글을 올려 빈축을 샀다.
대전마케팅공사, ‘오월드’ 운영 자격 있나
최근 대전시는 4개 공사공단과 산하기관 조직개편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대전도시공사가 운영 중인 오월드를 마케팅공사로 이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불법 운영 전력이 있는 조직에 오월드를 맡긴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로 비춰질 수 있다는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마케팅공사 시설관리팀에는 과거 불법 운영을 일삼은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듯 오월드 운영권 이전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대전마케팅공사는 시민의 안전과 준법에 앞장서야 하는 공기업이다. 현행법을 조롱한 과거 행태에 대해 과연 오월드를 운영할 자격이 있는지 물음표가 찍히고 있다.
오월드는 다양한 놀이기구(유원시설)를 운영하고 있는 종합 유원지로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매우 높은 시설이다. 안전 불감증에 떨고 있는 대전시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 지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