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희망교육실천연대 성명서
충남도교육청은 교육불평등 조장하는 천안북일고 자사고 신청 허가를 반려하라!
충남도교육청은 5월20일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이하 자사고) 지정·운영 계획을 공고하였으며, 이에 천안북일고가 최근 신청서를 접수하였다. 그동안 많은 학부모들의 우려대로 충남에도 천만원대의 등록금을 내는 귀족학교가 생긴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정책에 따라 학교의 양극화 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북일고의 자사고 신청은 충남의 많은 학부모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그릇된 선택이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고교다양화 정책은 경쟁이란 미명하에 전국의 고등학교를 1부 리그와 2부 리그로 재편하는 것이다. 이제 전국의 고등학교는 자율형 사립고, 특목고 등 명문 1부 리그와 일반고·전문계고 등 2부 마이너리그로 나뉘어 질것이다.
현재의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에 더해서 기숙형 공립고와 자율형사립고 250개가 만들어질 경우 1부 명문리그 고교입학생은 전체 고교입학생의 상위 20% 학생들이 될 것이며 이는 서울소재 대학 정원 23%와 거의 일치한다. 이제 명문리그 고교에 진학하는 학생만이 명문대학을 선점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럼으로 사교육비는 폭증할 것이다. 그동안 소수 특목고 진학을 위해 고교 입시전쟁에 뛰어든 학부모와 학생은 소수였다. 그러나 1부 명문리그 고교가 300개 가까이 늘어날 경우 보통의 학부모들도 필사적으로 매달릴 것이다.
내 아이가 1부 리그에 속하지 못할 경우 명문대학은 꿈도 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관료들 조차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의 김효겸 부교육감은 자율형 사립고를 평준화 지역인 청주에서 시행할 경우 성적 우수자 선발에 따른 학교 서열화 및 사교육비 증가 우려가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하였다.
특히 자사고의 경우 부(富)에 의한 학교선택이 가능해지므로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자사고의 1년 등록금은 년 1000만원을 상회할 것이다. 3% 정도의 낮은 재단전입금으로 학교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부득이 학생들의 등록금을 대폭 올릴 수밖에 없다.
등록금을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였기 때문에 학교 운영에 필요한 모든 예산을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충당하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학비 천만원을 쉽게 낼 수 있는 부유한 집안의 자식만이 자사고 진학이 가능하다.
또한 자사고는 기숙형 입시학원으로 전락할 것이다. 교육과정의 편성권이 대폭 자율화 되면서 수능을 위한 국영수 주요 입시과목에 대한 비중을 더욱 늘릴 것이다. 비싼 등록금을 내는 학부모들은 교육과정을 입시위주로 구성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실제 전주상산고(자립형사립고)의 경우 지나치게 국,영,수 등 주지교과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특성화 되어 있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있기도 하다.
충남의 경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충남의 우수학생을 비롯하여 천안 지역 학생들의 고교진학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북일고가 자사고로 최종 선정될 경우 충남에 전국단위 학생모집이 가능한 학교가 총 4개가 된다.
공주 한일고와 아산의 충남외고가 이미 전국단위 모집을 하고 있으며 공주의 사대부고가 내년에 자율학교 지정을 통해 전국단위 모집을 준비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공주와 아산을 비롯하여 충남의 학부모들은 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비평준화 지역인 천안은 해마다 고교진학 문제로 큰 몸살을 앓고 있다. 다른 시,군에서 전입해 오는 학생들로 인하여 천안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늘 심각한 입시압박을 받고 있다.
심지어 타,시군으로 밀려나는 학생까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단위 학생모집이 가능한 자사고가 천안에 생길 경우 수도권에서 몰려온 학생 수만큼 천안을 비롯한 충남의 우수한 학생들은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다. 쉽게 말해서 천안 학생들이 갈수 있는 인문계고교 1개가 없어지는 꼴이다.
전국단위 모집학교가 늘어나면서 충남교육청의 속셈에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혹시 충남교육청이 전국의 우수한 학생들을 모아서 수능성적을 올려보겠다는 얄팍한 계산을 하고 있다면 차후 충남 도민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을 희생시키며 이룩한 성적향상은 교육감의 차기 선거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지역의 학부모와 학생들에게는 피멍이 될 것이다. 지역의 학생들을 모아서 천하의 영재로 키우는 일이 진정 교육자 본연의 임무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북일고는 그동안 국제반을 불법적으로 모집하여 파행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소문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국제반 진학을 위하여 주민등록 위장전입 등 다양한 불법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청은 이에 대한 분명한 조사와 감사가 있어야 한다. 자사고 허가를 위한 심의를 하기 전에 지역에 퍼져 있는 소문에 대한 진상부터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우리는 교육불평등을 조장하는 북일고의 자사고 신청을 개탄하며 교육청의 허가를 강력하게 반대한다. 근대 이후 만인에게 교육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는 일은 국가가 수행할 중요한 덕목이었다. 이는 교육 본연의 목적이기도 하다. 그럼으로 충남교육청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정치적 판단이 아닌 교육적 판단을 하리라 믿는다. 충남교육청이 분별 있게 행동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만약 충남교육청이 교육기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충남 도민의 여망을 저버린다면 우리 충남희망교육실천연대는 다양한 투쟁계획을 입안하여 충남도민과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