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가 튼튼해야
Dental Clinic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과의 만남이 흥겨워질 무렵 한 잔 소주에 곁들여 한 입 삼겹살을 기분 좋게 깨문다.
순간 어금니가 시큰하면서 기분 나쁜
통증이 섬뜩하게 등골을 타고 흘렀지만 ‘뼈를 잘못 씹었나?’ 하는 생각으로 무심히 그냥 넘겼다.
그런데 다음날이 되어도 식사를 하려고 하면 묵직한 통증이
느껴져 잘 씹을 수가 없다. ‘이상하다, 그래도 40평생 이빨 하나 썩은 데 없어 치과는 가 본 적이 없고 치아만은 자신 있었는데?’
그러면서 가만 생각해 보니 언제부터인가 이 닦을 때 피가 나면서 잇몸이 좀 부은 느낌이 있고 입안이 텁텁해서 자꾸 껌이나 박하사탕을
찾았던 생각이 떠올랐다.
곰곰 생각해 보니 얼마 전부터는 찬
것은 입에 대기 겁나고 아이들이 아빠와 뽀뽀도 잘 안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는 생각에 치과에 들려 진찰해 보니…. 전혀 생각해 보지도
못했는데 잇몸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잇몸상태가 나빠졌고 어제 씹을 때 아팠던 이는 치조골이 무너져 조만간 뽑아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놀라고 황당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설명을 들어보니 모든 일이 그렇듯 기초가
중요한데 치아 건강의 기초는 잇몸이고, 이 잇몸(치조골)이 상하면 아무리 이가 튼튼해도 통째로 빠지게 된다는 것.
그동안 충치가 없다고 자신하면서 잇몸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잇몸질환은 당뇨병이나
간 질환처럼 특별히 불편한 증상없이 만성적으로 진행되기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되고 따라서 성인들이 치아를 빼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잇몸질환(풍치)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주변사람들이 하고 나면 시리다고 겁을 줘서 그 흔한 스켈링도 한번 안한 것이 후회되었다. 속에 암이 생겨 수술안하면 죽는 데도
수술이 무섭고 수술 후 수술한 부위가 아프고 땡기고 불편한 것만 걱정하다가 그만 시기를 놓친 꼴이 되고 말았다.
시리고 불편한
것이 단지 일시적이고 또 방법에 따라서는 그렇게 불편하지 않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성수대교가 무너질
때 신나게 욕을 해댔지만 정작 내 입안의 기초에는 관심을 전혀 기울이지 못한 것에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다시 담을 수 없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최근엔 좋은 치료법들이 많이 개발되어 아프지 않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고 대부분의 잇몸치료는 보험적용이 되어 치료비도 많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만성질환이기에 계속해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런 관리도 치과에서 계속 할 수 있다니 마음이 놓인다. 그래도 후회막심인 것은 이미 너무 치조골이 무너져 조만간 빼야하는 치아는 다시 이를 해 넣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
잇몸치료비 보다 몇 배는 더 드는 것 같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고 예방이 치료보다 몇 배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딸 아이를 생각해보니, 기초가 부실해서 기초를 보강하러 과외를 시키느라 상당히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었던 것이 생각난다. 그래, 기초가 중요한 거야. 골프도 기본 스윙이 중요하대서 안 돌아가는 허리 꼬아가며 그렇게 스윙 연습을 했었지.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던가?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관리해서 그동안 즐겨 먹던
삼겹살, 나이 들어 노인이 되어서도 친구들과 소주한잔 곁들여 마음껏 씹어야지.
스켈링을 하니 상쾌하다.
“오늘은 아빠, 입 냄새 안 난다”며 사랑스런 딸아이가 달려와 기분 좋게 뽀뽀해 준다.
/ 치과의사 오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