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대 최문자 석좌교수, 여덟 번째 시집 출간

최문자 시인이 시집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 펴냄

2019-06-10     김남숙 기자

“고백은 나의 벽돌로 만든 나의 빨간 지붕이 달린 아직 아무도 열어 보지 못한 창문 같기도 하고 창문 아래 두고 간 그 사람 같고 내 앞을 떠나지 못하는 슬픔 같고 흰 구름 같고 비바람 불고 후드득 빗방울 날리는 것이 눈보라 같아서 내 몸 같아서 나는 고백할 수 있을까?”-‘고백의 환(幻)’에서

최문자

배재대학교 석좌교수인 최문자 시인이 여덟 번째 시집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민음사‧172쪽)'를 펴냈다.

시인은 ‘훔친 것들’을 아무도 모르게 숨겨 둔 외로운 이처럼, 덤덤하게 삶을 풀어 놓으면서도 때때로 고백과 비밀, 죽음과 참회 들이 터져 나오도록 둔다. 오랫동안 품어 왔던 비밀을 털어놓고 일생 동안 사랑했던 이가 죽음을 맞이하는 ‘끝’의 순간들로부터 시인은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한다.

상실과 불안을 여유롭게 부려 내며 촘촘히 짜인 시의 격자는 어떤 것도 헐렁하게 빠져나가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우리는 그 안에 단단히 붙잡힌 채, 슬픔과 참혹함이 지나가며 남기는 흔적들이 지나간 뒤에도 여전히 이어지는 시간의 궤적을 가만히 바라본다.

협성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와 총장을 지낸 최 교수는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귀 안에 슬픈 말 있네’ 등을 발간했다. 한성기문학상 박두진문학상 한국여성문학상 한국시협문학상 야립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