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과 아치의 부드러운 결합
미첼공원의 식물원 돔
밀워키에는 가장 유명한 것이 2개나 있지만, 모두 하나의 연결고리로 이어진다. 하나는 밀러(Miller)로 상징되는 맥주와 다른 하나는 밀러맥주회사에서 스폰서하고 있는 프로야구팀 부르어스(Brewers)이다.
이 팀의 산하에 있는 마이너리그에는 OB베어스 박철순 선수가 79년도에 우리나라 선수로는 처음, 미국 프로야구에 입문한 인연이 있기도 하다. 오대호 주변의 중심도시 시카고에서 북쪽을 향해 승용차로 서너 시간 달리면 우뚝 선 교회의 첨탑이 곳곳에 눈에 띄는 밀워키에 이르게 된다.
미시간호의 북안에 위치한 밀워키는 초창기 독일 이민자들이 많았기에 맥주산업이 발달하였는데, 이들로부터 가장 사랑을 받는 장소는 바로 미첼공원의 식물원 돔이다.
안내도를 따라서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방문객이 찾기에도 편리하고, 워낙 미첼공원이 규모가 크다보니 어느 지도에서나 찾기 쉽게 표기되어 있다. 규모에 반해 우선 들어가서 보자고 찾아온 공원의 심장부에 위치한 이 식물원 세 개의 돔은 건립 당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외관상으로는 좀 단순해 보였고,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한 노력이 점차 눈에 들어온 것은 입구를 들어서면서부터다.
처음 이 곳에 식물원이 문을 연 것은 1898년. 온실로 사용되어온 작은 돔형태의 식물원은 1955년까지 일반에게 공개되어 시민의 휴식처로 활용되었으나 시설이 낙후되어 붕괴의 위험에 처해지자 현상설계에 의하여 새로운 돔을 계획하게 된다.
이 현상경기에서 이 지역 출신 건축가인 Donald Gried가 당선되어 지금의 대규모 형태로 탈바꿈 하게 된다.
돔의 규모는 42m의 반경에 25m 높이로 단위 면적이 약 400여 평의 규모로 3개가 연결된 구조체를 이루고 있다. 1959년 당시 4만 5천불이라는 거액의 공사비를 들여 착공하여 연차로 시행하여 무려 8년 후인 1967년에 완공을 보게 된다.
식물원의 배치는 3개의 돔으로 구분되어 내부 전시물은 Arid, Tropical, Floral Show Dome으로 구획되어 있다. A돔에는 아프리카와 남북 아메리카의 여러 곳에서 수집된 선인장을 비롯한 건조지대의 식물이, T돔에는 열대우림지역의 동식물들이, F돔에는 일반 가정의 정원에는 키우는 꽃들이 계절에 상관없이 항상 화려하게 피어있다.
개의 커다란 돔을 여러 개 아치형 철근콘크리트조의 겹친 이음박스로 질서정연하게 연결해놓은 형상은 원과 아치가 동일건물에서 한 가지 요소로 결합되어 외관상으로도 흥미를 자아낸다. 입구의 특이한 지붕을 지나 돔의 내부로 진입하면서 서서히 큰 규모의 시설을 만끽할 수 있다.
더욱이 연결 복도의 천정은 형태만으로도 부드러운 곡선미를 연출하여 화려한 실내를 연출하고 있었고, 대규모이면서 작은 부분까지 세심한 손길을 주는 상호간의 배려와 공공시설을 서로 아끼면서 질서가 지금의 미국을 세계 최강의 국가로 이끄는 원천이 된 것 같다.
삼각형의 유리로만 온통 보이는 지붕을 균열하게 덮은 거대한 돔 안에서 어슬렁거리며 이리저리 돌다보면, 마치 내가 천국에 와 있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마침 때맞춰 아름다운 꽃들이 활짝 핀 F돔의 천정에는 화려한 색상의 연들이 매달려 펄럭이고 있었고,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그 아래로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두 가족들이 모여서 이색적인 결혼식을 연출하고 있었다.
많은 관람객들이 진열된 꽃을 보면서 곁눈질로 그들에게 부러운 눈초리를 보내지만, 누구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기 행사를 즐기는 그들의 성숙된 모습은 참 세련돼 보였다.
낡아빠진 군화에서 피어오른 가시 돋친 선인장, 함께 어울려 피어난 수선화의 고귀한 자태, 빨갛게 피어오른 영산홍 위로 질주하는 파란 조각새 모양의 바람개비, 정글 속에서 피어나는 열대 야생화의 도열, 꽃잎을 응용하여 만든 각종 어린이 오락기구와 꽃밭 사이에 놓여진 벤치에서 젊음을 즐기는 연인들을 보고 있노라면, 인공으로 꾸민 자연이 이토록 아름답다는 사실에 참으로 의아했다.
그리고 인간의 기술과 노력으로 만든 건축이 세계 각 지역의 식물들을 동시에 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건축이 주는 즐거움은 기능과 미를 함께 발산하는 구조체로 제작돼, 멋진 예술로 우리에게 다가와 있었다.
‘유병우 소장의 지구촌건축 나들이’ 코너 에서는 세계 각지를 돌며 필자가 경험한 세계의 건축물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져진다. 유병우 소장은 충남고, 충남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으며 꾸밈건축평론상을 수상하고 대한민국 건축대전 초대작가를 역임했다.
현재 CNU 건축사사무소
소장이며 저서는 판시도, 대전의 건축, Once In Every Lifetime 등이 있다. http://www.ucnet.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