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만들기 프로젝트

“영재로 키우려면…”

2006-01-10     편집국

내 아이가 영재라면 얼마나 좋을까.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영재’라는 단어를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음직하다. 게다가 고입·대입 합격자 발표시즌이 되면 전국 곳곳에서 '영재 탄생'에 대한 보도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내 아이도 영재로 키울 순 없을까?

병술년 새해를 맞아 시사포유가 마련한 ‘영재만들기 프로젝트’에 따르면 영재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첫째, 자녀의 의사를 존중하고 둘째, 어려서부터 학습환경을 조성해주며 셋째, 책을 많이 읽게 시킨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억해 둘 점은 ‘공부를 잘해야 영재’로 불리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것. 이제 세상은 각 분야별 뛰어난 능력을 지닌 영재를 원하고 있다. 그만큼 자녀의 적성과 소질을 잘 살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시사포유는 대전광역시교육청의 추천을 받아 각 분야별 ‘영재’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이들 부모의 자녀 교육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내 아이를 영재로 키우고 싶다면 ‘영재 만들기 프로젝트’를 자세히 읽고 실천에 옮기는 지혜가 요구된다. 교육청에서 추천받은 학생중 인터뷰를 사양한 학생은 기사에서 제외되었다. <편집자>


검정고시로 한남대 린튼 글로벌 칼리지 최연소 합격한 이성직군
어머니 조앵녀씨“모유로 키웠고, 한식으로 건강챙겨”
아버지 이병구 목사 “독서로 이해·논리력 향상시켜”

아직은 “노는 것이 제일 좋아요” 라고 말하는 16살 정인지군은 어릴 때부터 수학과 과학에 두각을 나타냈으며 그 분야의 여러 대회에서 각종 상을 수상했고 2005년 전국 중학생 통계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바 있다. 2004년부터 공주대 영재 교육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으며 2006년, 전국의 영재들이 모인다는 한국과학영재고등학교에 입학이 확정된 정인지군과 그 어머니를 시사포유가 만나 보았다.

“아이가 뭔가 남다르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이렇게 영재학교에 입학이 확정 되고나니 이제야 우리 아이가 영재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어요.”

정인지군은 스스로 공부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원리 이해 능력이 탁월해 그 영재성을 인정받는다. 공주대 영재교육원 교수들은 정인지군이 어떤 문제에 대한 접근과 풀이에 남들과는 다른, 나름의 독특한 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어머니 또한 아이를 키우면서 종종 남다른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구구단 하나를 외우더라도 그 안에서 제가 보지 못했던 규칙들을 찾아내고, 어떤 공식은 나름대로 그림을 그려가며 풀어내려고 하더라고요. 이런 아이의 모습들에 놀라워했던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지요.”

정인지군은 같은 문제라도 항상 다른 시각으로도 바라보려는 버릇이 있다.
다른 과목에 비해 잘 하지 못하는 과목이 국어인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려다보니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아이의 영재성을 위한 특별한 태교나 교육방법이 있느냐는 물음에 아이의 어머니는 음악과 책이라고 대답한다.

“아무래도 제가 피아노 레슨을 하다 보니, 아이가 뱃속에서부터 자연스레 음악을 접했고 바로 그게 좋은 태교가 아니었나 싶네요.”

정인지군은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시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5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고. 정인지군의 어머니는 그것이 손가락 운동을 하게 함으로써 두뇌발달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설명한다.

또한 아이가 어릴 때부터 책을 읽어주거나 영어, 음악 tape을 틈나는 대로 틀어 주었고 아이가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부터는 꾸준히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주었으며 요즘 들어서 과학에 흥미를 붙인 아이를 위해 인터넷 과학 잡지도 신청하는 등 아이에게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TV를 장롱 안에 숨겨놓기도 했었어요.”

정인지군은 다른 아이들처럼 TV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TV를 가까이 하는 버릇을 들이지 않으려는 부모의 생각 때문이다.

자제력이 없는 어린 아이들의 경우 한번 TV에 빠져들면 한없이 TV앞에만 앉아 있으려고 하기 때문에 곧잘 시간낭비를 하기 십상이라, 애초에 TV를 거실에 내놓지 않으면 아이의 흥미를 다른 유익한 곳으로 돌릴 수 있다.

“인지는 아주 성실한 아이입니다. 아이의 성격이 내성적이기도 한데,  그것도 오히려 학업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에는 남들처럼 선수학습을 하지도 않았고 오직 학교공부에만 충실했어요.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시험은 거의 올백을 맞다시피 했고요.”

정인지군의 어머니는 자녀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자녀의 능력을 고려하여 학교수업에 충실할 수 있고 흥미를 붙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아이의 타고난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 능력을 발견하고 개발해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것을 할 때는 집중이 정말 잘 돼요”

정인지군은 스스로 한때 수학에 미쳐서 살았다고 표현 할 만큼 좋아하는 과목에 대해서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인다. 싫어하는 과목의 경우에는 스스로 공부량을 조절할 줄 안다.

“하기 싫은 공부를 할 때 억지로 하려고 하면 머리에 절대 들어오지 않아요. 그럴 땐 제가 임의로 정해둔 분량을 마치고 약 10분간 머리를 식힌 다음 다시 공부를 시작하지요.”

“장래희망은 뭔가요?” 라는 질문에 정인지군은 무언가 말할 듯, 말 듯 배시시 웃으며 머뭇거리다 “잘 모르겠어요”라고 했다. 정인지 군의 어머니는, “인지는 본래 수학자가 꿈이라고 입버릇처럼 말 했는데, 과학을 배우고 나서 자신이 생각하던 학업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는지 그때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런 점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요. 인지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면 미래에 대한 꿈이 생겨나리라 생각해요” 라며 아이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나타내었다.

명확한 꿈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던진 질문이었는데 애매한 대답이 돌아오자 다소 의아했지만 곧바로 이어진 어머니의 이야기에 아이의 진지하고 깊은 생각을 느낄 수 있었다. 

 정인지군의 어머니는 “아이의 미래는 아이의 것이니만큼, 저와 아이의 아버지 둘 다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도움을 주겠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습니다”라며 아이의 앞날에 대한 결정을 아이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이렇게 아이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지지를 보내는 부모가 있어, 정인지군의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국과학창의력 경진대회 대상 수상한 대전전민중 최형섭군
어머니“아이 의견 존중하고, 여행 통해 시야를 넓게”

각 분야의 영재 교육에 대해서 학부모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문동건(13·대전갈마초등학교)군이 전국학생발명상상화 및 캐릭터 그리기 대회에서 대상(산업자원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남다른 창의력으로 큰 영광을 차지한 문동건군과 그 뒤의 숨은 주인공인 어머니 최명순(주부) 씨를 만나 자녀교육법에 대해 들어본다.

“제가 좋아서 하는 건데요”

“친구들이 인터뷰하러 간다니까 이상하대요.”
처음 본 문동건 군은 다른 또래아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건장한 체격에 약간은 수줍은 것 같았지만 이내 곧 쉽게 말을 주고받을 수 있을 만큼 쾌활한 아이였다. 어리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 자신감이 있어보였다.

“처음에는 누나들 따라 다녔지요.”
동건이는 위로 누나가 세 명이나 있다. 6살 때부터 누나들이 다니는 미술학원에 같이 다녔다. 아이에게 그림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최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동건이가 미술대회에서 입상을 하면서 그림에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걸 알고 난 후, 동건이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필요한 미술용품이 있으면 항상 부족함 없이 채워주었고 아이에게 꾸지람보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른 학부모들이 학원, 과외를 시킬지라도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미래에 행복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한 번도 강요한 적이 없다. 틀에 박힌 교육보다는 아이에게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느끼게 해 사고력과 창의력을 길러주려 노력했다. 그리고 많은 대화를 통해 의견을 존중해주었고 아이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공부가 전부는 아니다”
동건이가 입상한 작품은 ‘디지털과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주제로 ‘유비쿼터스(Ubiquitous)’의 세계를 그린 것이다.

초등학생의 입에서 유비쿼터스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는 말과 함께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을 듣고 다소 놀랐다.

동건이는 “상식은 꾸준한 신문 구독을 통해서 얻었다”라고 간단명료하게 말한다. 2년 전부터 꾸준히 신문을 읽은 건 논리적 사고와 집중력을 기르게 하기 위한 최 씨의 생각 때문이었다.

또한 상상은 상식에서 나온다며 어렸을 때부터 신문을 읽히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문 외에도 뉴스나 인터넷을 꼽았다.

특히, 동건이는 다른 또래 아이들과는 달리 게임보다는 인터넷에 있는 많은 정보에 관심을 기울인다고 한다. 새로운 사실로 인해 ‘왜’ 라는 호기심이 생길 경우에는 그것을 끝까지 알기 위해 노력한다. 아이의 호기심을 많은 대화를 통해서 이끌어 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이든 강요하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평소에도 하기 싫어하는 것은 절대 시키지 않는다는 최 씨는 “아이에게 강요하면 할수록 실력은 떨어지게 된다”며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시켜주는 것이 아이의 미래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인성 교육의 중요성도 빼놓지 않았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보다는 인격적으로 인정받는 아이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도 많고 이웃들에게 인사성 밝다는 칭찬을 듣는 걸 보면 잘 키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현재 동건이의 꿈은 아버지와 같은 건축 설계사이다. 아직은 어려서 조금씩 꿈이 바뀌기도 하지만 건축가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TV에서 어려운 사람에게 새 집으로 고쳐서 선물하는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그 안의 건축가들이 부럽기도 하고 너무 멋져 보인다고. 어머니 역시 그림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아이가 선택한 삶이 가장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모님께 좋은 집 한 채 지어드리고 싶다”고 야무지게 말하는 동건이. 미래의 멋진 건축가가 되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