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구 ‘산모 농산물 꾸러미 사업’이 아쉬운 이유

'답정너' 방식, 산모 선택권 침해 유성구 사회적협동조합 선정..."지역경제 활성화" 대덕e로움과 정면 배치 담당자 달랑 1명...부실 관리 우려도

2019-08-12     김용우 기자

대전 대덕구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시행 중인 ‘산모 지역 우수농산물 꾸러미’ 사업이 몇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덕구

12일 구에 따르면 지난 4월 '산모 지역 우수농산물 꾸러미' 사업이 대전시 주관 ‘인구 감소 및 저출산 대응 공모’에서 우수 사업으로 선정돼 7000만원의 시비를 지원 받아 지난달 22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올해 자녀를 출산하고 대덕구에 거주하는 산모를 대상으로 1인당 16만원 상당의 지역우수농산물을 꾸러미로 총 4주에 걸쳐 제공한다.

다만, 산모들은 1만6000원을 자부담하고, 쌀과 채소 등으로 구성된 농산물 꾸러미가 매주 목·금요일 각 가정에 배달된다.

대덕구의 꾸러미 사업 목적은 산모를 대상으로 건강한 먹거리 제공을 통한 산모와 아이의 건강증진 도모, 지역 우수농산물의 소비 촉진을 통한 지역 선순환 경제 실현 등이다.

하지만 선택 방식부터 문제점이 드러났다. 대덕구는 산모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지도 않고 주는대로 받으라는 일방통행 행정이 입살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

사업 수혜자들인 산모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이른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따라와라) 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로 사업 신청을 고민하는 산모들도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대덕구 한 산모는 "대덕구 공식 홈페이지 등에 농산물 품목을 올려 산모들이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어떤 품목이 오는지 몰라 신청을 아직 보류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게다가 사업 주관사로 유성지역 업체가 선정돼 구가 지역 내 소비 촉진 및 자금의 역외 유출 방지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대덕e로움' 취지에도 정면 배치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덕구가 관내 전통시장에서 농산물을 구매했다면 구가 발표한 사업 목적과도 부합됐을 것이란 목소리도 아쉬움을 더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우수농산물 소비 촉진 등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었던 기회'였다는 것.

중리동 전통시장의 한 상인은 "산모들에게 지역 농산물을 지원해 주는 사업이 있는 줄 전혀 몰랐다"면서 "대덕구가 대덕e로움으로 질 좋은 친환경 농산물을 전통시장에서 구매했다면 지역 경제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유성의 한 사회적협동조합이 선정된 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구는 지난 6월 22일부터 7월 5일까지 사업시행 공모를 진행해 지난달 10일 단독 공모한 이 업체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이 '대덕경제 활성화'가 아닌 '사회적기업 활성화'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역의 한 인사는 "대덕구청 내 산모 꾸러미 사업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단 한명"이라며 "업체가 가격 부풀리기로 폭리를 취하거나 친환경 인증 등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했다.

대덕구의 부실 관리·감독 우려가 지속되는 만큼 해당 사업의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

한편 구 담당자에게 설명을 들으려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으나 출장 등의 이유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산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