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작은 거인! 왜소증 트로트 가수

2006-01-13     편집국

"깨지고 부서지더라도 일단은 부딪쳐 봐야죠."

왜소증 트로트 가수 나용희 씨(여,31). 이미 몇 차례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바 있는 그녀의 모습은 예상했던 대로 당당하고 자신감 넘쳐 보였다.

의자위에 앉은 그녀의 다리가 바닥에 닿지 않는 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나씨의 말과 행동에서 장애의 흔적을 찾아보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숨어서만 살 바에야, 한번 부딪쳐 보자"

나씨는 왜소증을 앓고 있는 다른 장애우들에게 사회의 시선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항상 자신감을 가지고 일단 사회로 나와 부딪쳐 보란다.

"처음에는 어려울 겁니다. 용기를 내어 사회에 나와도 일단 주의의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되면, 굳은 결심도 흔들리게 되고, 더욱 움츠려 들게 마련이죠. 그렇지만 그건 스스로 자신을 장애의 틀에 가두는 겁니다."라고 말하며 나씨는 자신의 사춘기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그 또한 여느 장애인들처럼, 유년시절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거의 집안에만 틀어박힌 생활을 했었다고 한다. 어쩌다 가끔 어쩔 수 없이 밖에 나가야 할 일이 있을 때면 여름에도 긴팔로 온몸을 가릴 만큼 소심한 성격이었다.

그러던 사춘기 시절, 그녀는 가정적 불화와 장애에 대한 비관으로 급기야 가출을 감행했고, 다른 가출 청소년들과 한 달 가까이 길거리 생활을 했다.

나씨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가출을 통해서라도, 일단 집밖으로 나와 사회와 부딪쳐 봤다는 것은, 저에게 너무나도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라고 말하며, 그 시절 가출 생활을 통해 "예전처럼 숨어서만 살 바에야 한번 부딪쳐 이겨내 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어머니의 꿈을 이어 가수로...

나용희 씨가 가수가 되기로 결심을 한 동기는 물론 노래에 타고난 재능이 있기도 했지만,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나씨의 어머니 또한 왜소증 장애인 이었는데,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그녀의 어머니는 그러나 안타깝게도 장애의 벽을 넘지 못하고, 평생 장사를 하며 어려운 살림만 이끌다 돌아가셨다. 결국 가수의 꿈은 나씨에게 이어져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두 모녀의 꿈이 마침내 이루어진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백번이고 천번이고 도전해 봐야해요. 일반인들 보다 물론 어렵고 기회가 적을지라도, 포기하지 말고 더 열심히 실력을 키우며 한발 한발 나아가다 보면, 결국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라며 다른 장애인들에게 당당한 도전의지를 당부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씨는 앞으로 가수가 되길 희망하는 여러 장애인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고 싶다고 한다. "장애인 들이 가수가 되기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어렵게 마음을 먹고 기획사로 찾아가도 오디션 한번 볼 기회조차 주지 않죠."

 

나씨 또한 가수의 꿈을 키워가던 시절 수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레슨비를 마련하기 위해 호프집 아르바이트를 비롯, 안 해 본 일이 없었고, 오디션 한번을 보기위해 여러 기획사를 전전하며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장애에 대한 편견 없이 그저 노래실력으로만 자신을 평가해 주던 한 음악 학원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 당시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고 나씨는 말하고 있다.

"선생님은 저를 왜소증 장애인으로 생각하지 않으셨어요, 그저 노래가 하고 싶은, 가수가 평생의 꿈인 한 꿈 많은 소녀로 생각해 주셨죠. 그 선생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는 첫 무대를 서 보기도 전에 가수의 꿈을 접어야 했을 겁니다." 라고 이야기하며, 나씨는 자신이 가수가 되기 위해 겪었던 많은 편견과 차별을 후배 장애인 가수들에게는 겪지 않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연예 협회에 등록된 정식 가수가 된 지금도 '너 같은 장애인이 노래를 하면 얼마나 하나 어디 두고 보자'는 식의 선배나 동료 가수들의 선입견이 심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녀는 노래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을 무기삼아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당당하게 노래하며,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한다.

2006년 자신의 생애 첫 앨범이 나온다고 어린애처럼 한껏 들떠있는 나용희씨. 새해소망으로 앨범이 많은 인기를 얻어 나용희라는 이름이 가수로써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글·사진 노컷뉴스 김승휘/이다람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