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 산사음악회 매년 주최 ‘화제’

수필 ‘삭발하는 날’ 데뷔, 관음사주지 현진 스님

2005-09-02     편집국

청주에서 가장 야경이 아름답다는 우암산 자락의 서남쪽 암벽아래 자리 잡은 관음사(주지 현진스님) 천불전 앞마당에는 기와를 박아 무늬를 넣은 야트막한 토담이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청주시내의 야경은 세속에서 번뇌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굳게 닫혀있는 빗장 문을 열기에 충분하다. 특히 해마다 부처님오신 날에 연등을 내건 관음사의 야경은 보는 이들의 가슴속에 탄성을 자아내며 감탄과 함께 멋진 장관을 연출하여 더욱 풍미를 느끼게 한다.


이런 관음사에서 해마다 현진스님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산사음악회가 열리고 있어 지역에 화제가 되고 있다. 그것도 전통적인 불법을 고수하고 있는 절이란 특수한 장소에서 국악의 선율이 잔잔히 흐르는 산사음악회가 아니라 신나는 리듬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며 춤과 함께 박수치며 노래하고 즐길 수 있는 ‘트롯산사음악회’를 주관한 것이다.

현진스님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
현진스님은 “석가탄신일은 불교 최대의 명절인 만큼 가장 대중적인 장르인 트롯을 통해 신나는 축제분위기를 연출하고자 가수 한혜진 씨를 비롯하여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민정씨 등 트롯가수 5명을 초청하게 되었다”고 한다.

‘산사음악회’에 앞서 리허설로 시작한 품바(갈매기 예술단)들의 걸쭉한 입담 속에 벌어진 각설이타령은 우리 민중의 애환과 고달픈 삶을 잘 대변해 준 듯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어 방송사의 리포터로 활동 중인 김진경씨의 사회로 충북대학교 수화동아리와 관음사 합창단이 찬조 출연하여 흥겨운 분위기를 한층 돋구었다.
올 들어 5번째 산사음악회를 개최하였는데 해마다 국악이나 포크 등 테마를 정해 색깔 있는 행사를 연출한 것이 문화예술계에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톡톡’ 튀는 현진스님의 아이디어가 돋보인 작품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현진스님은 1994년 수필집 ‘삭발하는 날’로 문단에 데뷔한 이후 ‘산문 치인리 10번지’(2004년 열림원)에 이르기까지 잘 팔리는 수필집 4권을 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두 큰 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불교학문에 정진

경남 사천 출신인 현진스님은 유년시절 동네에 있는 ‘청년암’이란 작은 절에 자주 놀러갔다. 그곳에서 스님들이 부르는 경전을 따라 부르며 자랐는데 가르쳐 주지도 않은 경전을 술술 따라 외우는 모습을 보고 스님들은 ‘넌 크면 언젠가는 불가에 출가하게 될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학교 갔다 오면 늘 절에서 살다시피 한 현진스님은 지난 83년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18세의 나이로 불가에 출가했고 처음 수행한 곳은 충북 보은군소재의 법주사로 이곳에서 주지스님으로 계시던 이두(법명) 큰스님을 만나 정신적인 지주로 삼고 수행을 시작했다.

1980년대 초엔 불가에선 글을 쓰는 스님이 몇 분 되지 않았는데 당시 이두 큰 스님은 문인이자 시인으로써 크게 활동하고 계셨다. 현진스님은 이 무렵 우연히 이두 큰스님의 대표작인 ‘향리에 이르는 길’이란 수필을 읽고 크게 감명 받아 큰 스님을 만나러 법주사로 찾아간 것이 사실상 출가하게 된 동기라고 말한다.

전통적인 학문 선택 해인사 승가대학 입학

이두 큰 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법주사에서 1년간 수행을 쌓고 다시 3년간 만행을 시작한 현진스님은 그동안 끊임없이 번민해 오던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야 할 귀로에 놓이게 된다. 앞으로 세속적인 학문을 할 것인가 아니면 전통적인 학문을 할 것인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고심 끝에 전통적인 학문을 하기로 마음먹고 가장 전통적인 교육을 전수하고 있는 경남 합천에 있는 해인사를 찾아 승가대학에 입학하여 그곳에서 92년까지 약 5년간 불도에 전념했다. 그 후 1992년 법정스님이 주석하시던 송광사에서 1년, 그리고 해인사 선원에서 수행하던 중 은사이신 이두 큰스님이 법주사에서 관음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평소 눈여겨 지켜보던 자신의 제자인 현진스님을 불러 관음사의 총무스님으로 소임을 맡긴 것이다.

이곳에서 6년간 이두 큰스님을 보필하고 2001년 해인사의 포교와 신도교육을 담당하는 포교국장으로 다시 자리를 옮긴 현진스님은 포교에 관한 영향을 정립하고 불교문화에 대한 마인드와 안목을 키워나갔으며 그 이듬해인 2002년 동국대학교 불교문화대학원을 졸업하면서 불교교육과 불교문화에 더욱 정진하였다.

관음사를 모든 사람들의 쉼터 공간으로 만들 터

모범적인 활동 속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현진스님의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이두 큰스님은 앞으로 불교계의 큰 인물로 성장해 줄 것을 기대하며 지난 2004년 10월 관음사의 주지로 임명하고 자신의 제자를 불러 들였다.

현진스님은 이곳에서 부임하자마자 관음사를 현대문화와 접목시켜 볼 생각으로 문
화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부처님오신 날 개최했던 ‘트롯 산사음악회’ 이다. 이것은 대중적 정서에 다가가기 위한 한 방법으로서 트롯이라는 장르인 독

특한 주제를 선택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절 입구에 수많은 야생화를 심어 방문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제 관음사는 더 이상 신도들만의 공간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마음 놓고 편히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쉼터로서 활용되길 바란다고 현진스님은 전한다.

이밖에도 지난 99년도부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불교문화를 전파하는데 앞장서 왔고 지역신문과 교계에 글을 쓰는 것도 문화와 연관된 일들이라고 귀띔한다. 특히 현진스님은 “불교는 첫째 쉬워야 한다”며 때문에 “교리적으로 전달하려고 하면 안 된다” 고 강조한다. 따라서 음악회나 다도회, 청소년들을 위한 캠프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불교를 전달해야 한다. 그래서 관음사 경내 곳곳에 정자도 만들어 놓았다. 또한 인터넷을 최대한 활용하여 다음카페에 ‘삭발하는 날’이란 사이트와 싸이월드에 ‘잼 스님’이란 사이트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21세기에 맞는 불교문화 정립 시급

또한 현진스님은 “불교문화는 그 시대의 문명에 맞춰 거부하지 말아야 하며 21세기의 불교는 이 모든 것을 다 수용하고 받아들여 살아있는 불교로 승화시켜 나가야 한국불교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하며 “지금 한국불교의 모습은 17세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내부적으로는 21세기에 맞는 불교문화의 정립을 위해 하드웨어는 그대로 놔두고 소프트웨어는 과감히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둘째 불교문화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면서 그래서 현진스님은 재치와 유머를 섞어가며 재미있게 법회를 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TV에서 방영하는 개그프로그램을 따라 개그맨들이 쓰는 유행어를 적절히 활용하여 법회를 하는데 무겁고 경직된 분위기 속에 일괄된 예불의식을 따라하던 의식에서 참여하는 의식으로 뒤바꿔 놓아 신도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일년에 한두 차례 품바 팀의 초청 정기공연을 벌이기도 하고 법문을 할 때도 영상을 통해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현대적인 교육을 주도하고 있다.

현실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 나의 철학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사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현진스님의 철학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낭비에 지나지 않아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릴 뿐만 아니라 지나쳐 허비하고 만다. 그래서 절망이나 슬픔, 위기 등 어떠한 고통이라도 피하지 말고 받아들여 그것을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한다. 

스님들의 수행도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모습에서 이제 탈권위주의로 전환돼야 한다는 현진스님은 21세기는 틀을 깰 수 있는 파격적인 수행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권위적이고 전통적인 모습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결코 지금의 불교문화를 대중화 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편, 현진스님은 “관음사를 청주지역의 대표적인 문화 사찰로 만들어 정신적인 쉼터 역할을 톡톡히 담당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하고 “굳이 불자가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 볼 생각”이라고 소신을 피력했다.
/ 최원기 기자

Profile
1992년 해인사 승가대학교 졸업
2002년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졸업
청주·청원 불교연합회 사무총장
충북 불교총연합회 사무총장
충북 경찰청 경승 위원
참여자치 시민연대 상임위원
대학생 불교 연합회 충북지부 지도법사
현, 관음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