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여당 압수수색은 의도된 정치탄압(?)
열린우리당의 불법당원 모집사건,정치쟁점으로 비화될 듯
열린우리당의 불법당원 모집사건과 관련한 사법당국의 여당 사무실 압수수색에 대해 한나라당이 “계획적인 정치탄압”이라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새로운 정치쟁점이 되고 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지역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노인 백여명이 본인의 동의없이 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으로 등록돼 그동안 매달 천원에서 2천원씩 계좌에서 당비명목으로 돈이 인출된 사건이 결국 사법당국의 수사대상이 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에 드러난 열린우리당의 불법당원 모집사건을 지난 2002년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된 한나라당의 “차떼기당” 오명과 비교하기도 한다.
노인들의 차비를 몰래 떼냈다고 해서 열린우리당이 이른바 “차비떼기당”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을 정도다.
이런 와중에 16일 경찰이 전격적으로 열린우리당 서울시당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당원명부를 확보했다.
경찰은 이날 확보한 당원명부등 관련자료를 토대로 이른바 유령당원,몰래당원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사실 집권당 사무실에 대한 사법당국의 압수수색은 전례없는 일로 노무현 대통령까지 철저한 진상파악과 엄벌을 지시하고 나선 만큼 경찰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경찰의 압수수색을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차이가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측은 이날 경찰의 여당 사무실 압수수색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이 개입된 신종 정치탄압이라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같은 야당측의 반발은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한 사정당국의 수사가 결국은 야당을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는 경계심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최연희 사무총장은 “법에 근거했다는 명분만으로 당원명부 전체를 요구하는 것은 절대 허용될 수 없고 응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지난 13일 지방선거 부정방지 대책회의에서 여야 각 당의 내부경선 부정행위를 엄벌하겠다고 공언한 뒤 경찰이 여당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계진 대변인은 "당의 생명이자 근간인 당원명부를 압수하려고 하고 야당 당원의 발목을 잡으려는 음모를 즉각 중단하라“며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도 경찰의 압수수색이 정당한 법적조치라고는 하지만 야당에 대한 수사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에 반해 열린우리당은 그동안 기간당원제를 정치개혁의 상징으로까지 치켜세웠지만 결국 불법으로 당원을 모집한 것으로 드러난 이상 반성차원에서라도 다시 한번 정치개혁의 계기로 삼자는 입장이다.
박기춘 사무총장 대행은 “향후에도 당비대납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며,사법기관에 협조를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열린우리당은 이와 관련해 다음달 10일까지 자체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자동응답전화-ARS등으로 당비를 내는 18만명의 당원들에 대해 자체 확인작업을 벌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전병헌 대변인은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추가로 불법당비 징수사례에 대한 확인작업을 벌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그동안 여야 각 당의 내부경선 과정에서 일부 부정부패 행위들은 일종의 관행으로 또는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져온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의 불법당원 모집사건이 도마위에 오르면서 각 당 내부의 경선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정치개혁의 사각지대로 불리기도 하는 당내 경선과정의 비리들에 대해 사법당국의 수사가 확대되면 될수록 여야 정치권의 긴장도는 훨씬 고조될 전망이다.
당장은 열린우리당의 지도부 구성을 위한 2.18 전당대회.5월 31일 지방선거에 앞선 각 당의 지방선거 출마후보들의 경선.그리고 멀리는 오는 7월로 예정된 한나라당의 전당대회를 포함해서 각 당 내부의 경선구도와 출마후보들의 교체에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당원이 당의 진정한 중심이 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기간당원제의 허점에 대한 보완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보인다.
당장은 열린우리당이 도덕성에 큰 치명타를 입은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당의 근간이 되는 기간당원에서부터 불법이 난무했다면 기초공사부터 잘못됐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당 내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강력한 조치를 지시하고 나선 배경을 두고 기간당원제를 줄곧 고집하고 있는 유시민 의원을 중심으로한 개혁당 출신 진영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지난해말을 기준으로 45만명의 기간당원과 55만명의 예비기간당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과연 얼마만큼의 허수가 존재하는 지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 명확히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CBS정치부 박종률 기자 nowhere@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