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지사 거취 결정 임박...충남도 긴장 고조
이 대통령 대국민 대화 후 이 지사 결단에 지역 여론 집중
이명박 대통령의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에 대한 입장 발표를 앞두고 이완구 도지사의 결단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23일 행정중심복합도시 관련 기자회견에서 "세종시 수정 움직임과 관련 지사로서 다듬은 생각을 보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이 대통령의 대국민 대화 이후 결단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었다.
이와 함께 25일에는 “충청권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본 뒤 향후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언급했으며 바로 다음날인 26일, 세종시 결단을 앞두고 있는 이 지사와 충남도 발전을 이유로 채훈 정무부지사가 갑작스럽게 사퇴했다.
이 같은 이 지사의 발언과 주변 정황에 대해 충청도민은 물론 지역 정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만약 이 대통령이 27일 ‘특별 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세종시 수정론을 공식화할 경우, 이 지사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도지사직 사퇴와 한나라당 탈당, 내년 선거 불출마 등으로 압축된다.
이에 대한 지역 여론의 반응은 다양하다.
지역의 한 정치인은 “이 지사는 재선 국회의원 출신인데다 중앙정치 진출에 대한 포부가 있는 사람인만큼 다음 총선 출마를 위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사직 사퇴 결정시 파생되는 문제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도의회 최의환 의원(청양2, 한나라)은 “도지사직 사퇴만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의원이나 도의원과는 달리 대통령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의 중간 사퇴는 막대한 피해와 손실을 초래하는 일”이라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최 의원은 이어 “당 탈당이나 내년 선거 불출마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도민에 의해 선출된 지사직을 버리는 일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충남도의회 이은태 의원(홍성2,한나라) 역시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현재 지사의 의중은 알 수 없지만 지사직 사퇴를 선택할 경우 막아야 된다”며 “세종시를 향한 지사의 강한 의지는 알겠지만 지사직을 버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탈당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지만 야당의 외로움을 잘 알고 계시지 않겠느냐”며 “내년 선거 불출마 가능성 역시 그 때 가봐야 알 일”이라고 일축했다.
충남도 한 간부공무원은 이에 대해 “아직 지사님께서 분명한 입장을 밝히신 것이 아니시지 않느냐”며 “직원들이야 세종시가 원안대로 추진돼 지사님께서 임기까지 무사히 마치셨으면 하는 것이 바람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어 “정치적 논리에 의해 잘못되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이 지사는 27일 밤 도지사 공관에서 실·국장 및 각 언론사 기자들과 함께 대국민 대화를 시청한 후 "이 시대에 왜 대통령한테까지 이러한 고백의 말씀을 들어야 하는지 참담한 마음이 든다"며 "국가경영에 있어 철학과 가치가 다를 수 있지만 자유민주국가에서 이것을 조정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합의한 법과 사회적 자본인 신뢰라는 두 축"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또 "이러한 버팀목이 무너질 경우 효율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며 "신뢰가 훼손된 이 상황에서 충청인의 현장에서는 어떠한 대안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통령은 임기 후 떠나시겠지만 남아있는 정치인들이 각종 선거에서 국민에게 공약을 하기가 두려울 것"이라는 뼈있는 말을 덧붙였다.
이완구 지사는 예고한 대로 다음달 1일 지역의 각계각층 지도층 인사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