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냉혹함 보인 21대 총선

대전 중구 한국당 이은권 의원-조재철 예비후보 등 과거 공천권자와 지방의원간 대결 잇따라

2020-02-10     성희제 기자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선거판의 냉혹함에 대한 단적인 표현이다. 21대 총선 역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된 사례가 적잖아 눈길을 끈다.

대표적 예는 대전 중구 자유한국당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당 공천 경쟁을 벌이는 이은권 의원과 조재철 예비후보는 10여 년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강창희 전 국회의장과의 인연으로 각각 보좌진 또는 구청장(이은권)과 당직자 또는 지지자(조재철)로 활동하며 인연을 이어왔다. 

오랜 인연 속 지역정가에선 수차례 이 의원이 조 예비후보의 지방의원 공천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치적 욕망’이란 표현을 제외하고는 둘의 경쟁을 설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례로 이 의원과 조 예비후보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각각 구청장 후보와 구의원 후보로 출마한 전력을 갖고있다. 사실상 정치적 공동운명체인 ‘러닝메이트’ 성격을 띄고 선거에 출마한 셈이다.

또 2018년 지방선거에선 이 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아 조 예비후보 공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예비후보는 이 선거 본선에 출마했지만 안타깝게 고배를 마셨다.

비슷한 사례는 대전 서구갑에도 있다. 서구갑에서 한국당 공천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이영규·조성호 예비후보는 각각 당협위원장과 지방의원의 관계로 지내왔다. 이 예비후보가 당협위원장을 하며 지난 지방선거 당시 기초의원에 도전했던 조 예비후보의 공천과 당선에 영향을 줬다는 것.

이 같은 사례는 같은 지역구에서 활동하는 조성천 예비후보도 마찬가지다. 조 예비후보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서구청장 후보 공천을 받았었다. 당시 공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당협위원장은 이 예비후보가 맡고 있었다.

대전 유성을에서 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간판으로 경쟁하고 있는 김소연 전 대전시의원과 김종남 전 대전시 민생정책자문관도 비슷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김 전 시의원과 김 전 자문관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각각 민주당 대전시의원 후보와 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선거본부장으로 활동하며 사실상 ‘한길’을 걸었었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김 전 시의원의 민주당 제명과 시민단체의 이익단체 전락 강력 비판 등의 과정을 거치며, 차기 총선에서 자웅을 결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까지 이어지게 됐다.

이번 총선 과정에선 어제의 동지가 적이 됐다가, 다시 동지가 된 사례도 있다. 대전 유성을 지역구의 이상민 의원과 조원휘 전 대전시의원의 관계가 그렇다. 당초 조 전 시의원이 총선 출마를 선언하며 어긋날 것 같았던 둘의 관계는 조 전 시의원이 출마를 접으며 다시 예전으로 돌아왔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대전시의회 부의장까지 지낸 조 전 시의원을 공천한 민주당 지역위원장은 이 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