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원을 1천만 원 이상 가치 있게 쓰는 법
시각장애인 안마사업단 해서 번 돈 푼푼이 모아 더 어려운 이웃 도와달라 기탁
시각장애인 김 모씨(여·58·중구 용두동)는 요즘 틈만 나면 대전 자랑에 여념이 없다. 대전 가톨릭 시각장애인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 씨는 얼마 전 열린 전국 회장단회의에서도 대전 자랑에 열을 올렸다. 전국 회장단은 시각장애인을 배려하는 대전이 참 부럽다고 했다.
김 씨가 이처럼 대전 자랑을 하는 까닭이 있다. 지난 해부터 대전시가 마련해 준 시각장애인 안마사업단 때문이다. 안마사 자격증을 가진 시각장애인들이 노인복지관과 사회복지관을 돌면서 노인이나 장애인들에게 무료로 안마서비스를 제공하면 시에서 시각장애인들에게 보수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김 씨는 지난해 2월 시각장애인 안마사업단이 출범하면서 일원이 됐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일이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지난 2002년 뇌종양으로 시각장애를 얻게 된 김 씨는 다른 시각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힘든 적응기간을 겪어야 했다. 슬픔과 우울의 늪에 빠져 지내던 김 씨는 114 안내전화를 통해 시립산성종합복지관을 알게 됐고 재활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자식들에게 손 안 벌리고 자립하기 위해서는 자격증이 필요했다. 대전맹학교는 그런 김 씨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2년 과정의 이료재활반을 마친 뒤 안마사자격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을 해야 했는데 마땅히 할 일이 없었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나 성당 등을 통해 안마 일을 찾았지만 여의치 않았다. 이런 김 씨에게 안마사업단 출범은 단비와도 같았다. 김 씨가 안마사업단으로 활동하면서 받는 보수는 월 100만원 안팎. 그는 “100만원을 1천만 원 이상의 가치로 쓴다”고 말한다. 친정엄마와 딸에게 용돈을 주고, 성당건립기금으로 내놓는다. 남는 돈은 지인들에게 맛있는 것도 사 주고, 봉사하고 싶은 곳에 후원도 한다.
최근에는 푼푼이 모은 50만원을 들고 대전시청으로 박성효 시장을 찾아왔다. 그는 “일하게 해 준 게 너무 감사하다.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써 달라”고 했다. 박 시장은 “성당에 기탁하면 더 좋은 일에 쓰일 수 있다”고 그를 돌려보냈다.
김 씨는 “대전시가, 시장님이 정말 고마웠어요. 고마운 마음에 다섯 달 동안 돈을 모아서 시장님을 찾아갔지요. 그런데 뜻만 받고 안 받으시겠다는 거예요. 더 좋은 데 쓰라고 하시면서요. 그래서 가톨릭교구청에 기탁했어요. 힘든 이들의 따뜻한 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요…”.
박 시장은 “장애인들은 당연히 사회로부터 보호를 받아야하지만 이들에게 빵을 주는 것보다 스스로 빵을 얻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게 중요하다”며 “안마사업단이나 장애인복지공장 등이 그런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