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아들 잃은 가족, 가해자 용서

"아들을 잃었지만, 용서하지 못해 다른 가족 눈물짓는 일 없어야"

2006-02-02     편집국

교통사고로 어린 아들을 잃은 부부가 가해자의 장래를 생각해 사법기관에 선처를 호소하고, 숨진 아들의 안구기증을 결정한 사연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청주 모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던 조 모(11)군이 변을 당한 것은 지난달 13일 낮 12시쯤.

조 군은 자신이 사는 청주시 운천동 아파트 상가 인근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다 횡단보도에서 이 모(23)씨가 몰던 승합차에 치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날 끝내 숨지고 말았다.

경찰조사결과 교통사고를 낸 이 씨는 사고전날 마신 술이 깨지 않은 음주상태(혈중알콜농도 0.052%)였고, 횡단보도에서 사고를 일으켜 구속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외아들을 잃은 부부가 겪어야 했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이들 가족은 쉽지 않은 아름다운 결정을 내렸다.

아들을 숨지게 한 20대 청년의 미래를 생각해 아무런 조건없이 용서하고 사랑을 베풀기로 한 것.

조 군의 아버지(48)는 가해자 이 씨를 수사하는 경찰에 선처를 호소하고, 이 씨가 마련해 가져온 합의금도 그의 어려운 형편을 고려해 거절하고 돌려보냈다.

조 씨는 다만 저세상으로 먼저 떠나보낸 아들과 같은 또래의 딱한 어린이들이 생활하는 청주의 한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할 것을 당부했고, 가해자 이 씨는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특히 독실한 크리스천인 조 씨 부부는 아들의 안구와 각막을 기증하기로 해, 여러명의 시각장애인들이 새삶을 살게 됐다.

조 군의 아버지는 "아들을 잃은 슬픔은 영원히 잊을 수 없다"며 "하지만 남을 용서하지 못해 또 다른 가족이 눈물 짓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