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장 조용한 귀국' 하필 에버랜드 사고?

2006-02-05     편집국

"건강 문제로 오랫동안 해외에 체류하면서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

해외에 체류했던 이건희 삼성그룹이 회장이 4일밤 8시 20분 김포공항을 통해 전격적으로 입국하면서 한 첫마디다.

고르고 고른 귀국일 하필 에버랜드 안전사고 발생

이 회장의 귀국은 ‘안기부 X파일‘ 논란으로 삼성그룹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지고 국회 청문회 증인채택이 거론되는 등 급박한 상황에서 출국한 작년 9월 4일 이후 꼭 5개월만이다.

그동안 이 회장의 귀국은 작년 연말, 연초, 구정이후 등으로 여러 차례 귀국시점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결국 대부분의 신문이 나오지 않는 토요일 주말 저녁을 귀국시기로 선택했다.

일본 홋카이도 지토세 공항에서 회사전용기인 '보잉비즈니스제트(BBJ)운항허가를 받은뒤 여러차례 탑승자 명단을 바꾸는등 입국을 극비리에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세인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삼성관계자들의 고육지책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측의 이같은 '조용한 귀국'은 이날 공교롭게도 발생한 에버랜드 캐러비안베이 스파 천정 붕괴사고로 오히려 더 언론의 주목을 받는 상황이 되버렸다.

국내 최대 놀이공원인 에버랜드내 캐러비안 베이 스파 천정의 석고보드가 무너져 어린이 3명을 포함 5명이 다치고 1백여명의 손님들이 황급하게 대피하는 안전 사고가 발생했다. 대부분의 TV 방송들은 이건희 회장의 귀국과 에버랜드 사고소식을 첫머릿기사로 올렸다.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어린이 놀이시설물에서 붕괴사고로 내방객들이 다쳤다는 사실만으로도 삼성그룹의 이미지는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사고가 하필 이건희 회장의 귀국을 불과 서너시간 앞두고 발생, 설상가상의 형국이 된 것이다.

"삼성조직 비대해지고 느슨해졌다" 이회장 발언에 삼성그룹 초긴장

더군다나 이건희 회장은 현재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주식을 장남인 이재용씨에게 편법 증여한 혐의로 고발된 상태여서 에버랜드 안전사고는 결코 무관하지 않은 사안이다.

이 회장은 이날 귀국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제 경쟁이 하도 심해 상품 1등 하는데만 바짝 신경을 쓰다보니 국내에서 삼성이 비대해져 느슨해진 점을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전체에 대한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와관련, 삼성그룹 관계자들이나 에버랜드 관계자들 모두 5개월만에 귀국한 이날 하필 발생한 안전 사고문제를 비롯, '비대해지고 느슨해졌다'는 이회장의 판단과 그에따른 질책이 어떻게 이어질지 전전긍긍해 하는 모습이다.

국내외에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최대수익을 내는등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막내딸 이윤형씨의 자살 등 작년부터 삼성가(家)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부는 불운의 끝은 과연 언제쯤 끝날지 호사가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건희 회장 귀국 1문1답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4일 오후 8시20분 회사 전용기인 `보잉 비즈니스제트'(BBJ)를 타고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 회장은 이날 탑승구 앞에서 기자들에게 "작년 1년간 소란을 피워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전적으로 책임은 나 개인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목도리를 걸치고 베이지색 자켓에 베이지색 바지를 입었으나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고 허리에 복대를 한 채 휠체어를 타고 나왔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꼭 5개월만의 귀국인데 소감은.

▲한국이 좋네요….

--건강은.

▲건강은 좋은데 넘어져 발을 다쳤다.

--그동안 뭘했나.

▲건강 치료도 하고 작년에 약속한 사람들과 만나고 요양도 했다.

--지난해 삼성이 매우 시끄러웠는데.

▲작년 1년간 소란을 피워 죄송하게 생각한다. 전적으로 책임은 나 개인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국제경쟁이 하도 심해 상품 1등 하는데만 신경을 썼다. 그런데 국내에서 (삼성이) 비대해져 느슨한 것 느끼지 못했다. 그나마 중반쯤 느끼게 돼 다행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하나.

▲처음에는 그럴려고 했는데 (다친) 발 때문에 돌아왔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배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검찰과 판사 양쪽에서 다 연구해서 결정할 것으로 본다. 


노컷뉴스 민경중 기자 min88@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