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싸움 나면 무조건 맞으라는 건 후진적 법률문화 단면”

2020-06-02     이성현 기자

자녀 문제로 몸싸움을 벌인 피고인에 대해 정당방위 무죄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전지방법원

재판을 맡은 대전지법 구창모 부장판사는 “우리 사회에 싸움이 나면 무조건 맞아라라는 말이 마치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며 “지극히 후진적이고 참담한 법률문화 단면이 노출된 것”이라며 정당방위를 잘 인정하지 않는 법원의 인색한 판결 관행을 꼬집기도 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구 판사는 최근 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자녀 문제로 B씨와 몸싸움을 벌였고, B씨가 이를 문제 삼아 고소하면서 재판이 열렸다.

구 판사는 “B씨가 때리려는 듯 들어 올린 손을 피고인이 밀쳐냈고 이를 폭행으로 인식한 B씨가 피고인의 머리채를 잡았다”며 “피고인은 그 손을 풀어내려고 저항하는 과정에 있었던 만큼 상해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해죄 보호법익인 신체 완전성에 대해 원칙적으로 손상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도 “부당하거나 불법적인 공격이 있을 경우 방어하는 것이 폭넓게 허용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행위는 부당한 공격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소극적 저항수단으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당방위에 대해 형법 21조 1항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