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사람에게 암수술 이뤄져

해당 병원측은 잘못 없다며 책임 안져

2006-02-12     편집국

최근 대전지역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서로 뒤바뀌어 수술이 이뤄진데 이어 또 다른 대학병원에서 다시 황당한 수술이 벌어졌다.

멀쩡한 사람에게 암 진단을 내리고 수술을 시행했는데, 병원은 어쩔 수 없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2일 충남대학교병원에서 간암 수술을 받은 66살 박 모씨. 박 씨는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아 병원에서 열흘째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박씨의 간은 처음부터 이상이 없었다.

병원측이 멀쩡한 사람의 배를 가르는 큰 수술을 진행한 것. 환자의 가족 가운데 한 명은 “수술 도중 의사가 가족들을 찾기에 수술이 끝난줄로만 생각했는데 암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몸을 닫아야겠다고 해서 무척 황당했다”고 말했다.  수술진은 박씨 몸에 칼을 댄 뒤에야 암세포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서둘러 봉합했다.

수술을 주도한 담당 교수는 “종합 검진 과정에서 여러차례에 걸친 CT와 MRI 촬영 결과 시간이 지날 수록 암세포로 의심되는 부위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태에서 암이 전이됐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또 조직검사를 시행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해당 부위가 간장의 상단에 위치하면서 폐에 가리워 있다는 점에서 시술하기가 어려웠고, 조직검사의 특성상 단 한번의 시술만으로 암세포를 가릴 수 없다고 해서 암으로 전이되지 않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검사는 2차, 3차에 걸친 재진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러다 보면 시일이 상당히 소요돼 자칫 수술시기를 놓칠 수도 있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환자 가족들은 황당할 수 밖에 없다.

대장암이 환자의 다른 기관으로 전이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병원측의 오진으로 몸이 상한 것은 물론 큰 비용까지 지불하게 됐다는 것. 환자측은 현재 병원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한 상태지만 서로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원만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충남대병원은 여러차례 정밀검사를 거쳐 암 진단을 내렸다면서도 충분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엉뚱하게도 간암 수술을 받은 박 씨는 지난 2천1년 충남대병원에서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그 뒤 박씨는 1년에 두세차례씩 정기적으로 정밀 진단을 받게 된다.

3년여 동안 아무 문제가 없던 박씨의 몸에서 이상이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해 11월 하순쯤. CT와 MRI 촬영, 또 한달 뒤 다시 실시된 CT촬영에서도 박씨의 간에서 암세포가 자라는 것이 확인됐다.

의료진은 서둘러 수술 일정을 잡았다. 여건상 조직검사도 하지 않은 채 의심만을 가지고 수술을 시행한 것.

담당 의사는 이에 대해 “100% 확신을 가지고 수술을 시행한 것은 아니라며 어느 누구도 조직검사를 하지 않고는 확진할 수 없는 것”이라고 시인했다. 하지만 만의 하나 암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전 설명은 누락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CT 등 영상판독의 오류에 대해서는 의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담당 의사 조차 “이런 일은 처음 겪은 일이라며 매우 드문 현상에 틀림없다”고 밝혔다.

환자 박씨는 수술 뒤 식사를 거의 하지 못하는 데다 대소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등 후유증까지 나타나고 있다.

만약 병원측이 아무런 책임이 없다면 결과적으로 멀쩡한 사람을 대상으로 큰 수술을 시행하고 막대한 비용까지 부과된 상황에서 보상길은 정녕 없는 것인지 답답한 상황이다.

대전CBS 천일교 기자 ig1000@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