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대통령,시민들과 북악산행

2006-02-12     편집국

노무현 대통령이 12일 38년만에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북악산을 시민들과 함께 등반했다.

노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는 이날 오전 정월 대보름을 맞아 인터넷을 통해 참여를 신청한 시민 39명과 함께 홍련사에서 숙정문,촛대바위,동산쉼터,북악산 정상까지 이어지는2.3킬로미터 일대를 시범답사했다.

북악산이 일반에 공개된 것은 1968년 1.21 사태로 출입이 통제된 이후 38년만이다.

노 대통령은 동산쉼터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처음 대통령이 되고서 제일 기분이 좋았던 것이 북악산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며 "처음에는 혼자 누리는 것이 은근히 기분도 좋고 특권도 누리는 것 같아 기분 좋았는데, 나중에 몇번 더 와보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면서 북악산 개방을 지시한 배경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그래서 "(시민들에게)돌려주자고 마음먹었는데 경비하는 군 부대로선 난감한 일이었다.'예' 해놓고서 중국집 자장면 안오는 것 처럼 시간이 오래 걸렸다.기별이 없었다"며 "그 뒤에 문화재청장에게 보여주니 '그만 내놓으라'고 떼를 썼다.그래서 속도가 촉진됐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용산 미군기지가 남쪽으로 내려가고 90만평이 서울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면, 그곳을 녹지와 문화 공간으로 가꾸면서 남산에서 용산,한강으로 이어지는 녹지와 문화공간으로 복원된다"며 "그런 역사의 상징물이 만들어지면서 서울 시민 누구나 지하철 표 한장 사들고 가볍게 나가서 쉽게 즐길수 있는,가난한 연인들도 하루 보내기 어렵지 않은 그런 공간으로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행정도시가 생기면 서울시민들이 섭섭할수 있겠지만, 서울에 너무 집중되면 시민들이 불편해지고 시샘도 생긴다"며 "돈과 권력,정보가 한군데 집중되면 거대한 권력이 발생하고 그것이 우리 모두를 어렵게 하는 갈등과 문제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예를 들어 서울시민이 과반수고 서울출신 국회의원이 과반수면 서울시민이 싫어하는 어떤 결정도 이뤄질수 없다.서울시민이 좋아하는 것은 지방의 어떤 희생이 있더라도 무엇이든 관철되는 그런 국가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가의 미래를 멀리 내다보면 서울은 국제적으로 경제와 정보가 집중되는 최고의 도시,역사와 문화,자연과 숲이 복원돼 사람 살기 좋은 도시가 될 것"이라며 "전 국토가 조금씩 나눠서 발언권이 비슷한 국토에서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공동체로 발전할 것"이라고 노 대통령은 전망했다.

오는 4월 1단계 북악산 개방을 앞두고 이뤄진 이날 답사에는 유홍준 문화재청장과 문화재위원,유네스코 관계자등 20여명도 참석했다.

이날 답사에선 전통적으로 정월 대보름때 행해졌던 연날리기,부럼깨물기,길놀이 농악등이 펼쳐졌고 숙정문 개문의식도 거행됐다.

홍련사를 거쳐 숙정문에 도착하자 개방의 시작을 알리는 길놀이 농악이 울려 퍼졌고,북을 세 번 치는 개문의식과 함께 문이 열리자 노 대통령은 시민들과 함께 숙정문 망루에 올라 서울 경관을 감상했다.

이어 동산쉼터에 도착하자 김명자 안동대 교수의 정월 대보름 음식 설명,이인규 서울대 교수의 귀밝이술 건배 제의,안병욱 가톨릭대 교수의 서울 성곽 역사 설명,정기용 건축가의 성곽 복원 계획 설명등이 이어졌다.

특히 북악산 정상에 올랐을때에는 부산 동의과학대 이선우 교수가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대형 줄연을 띄우는 장관이 연출되기도 했다.
맨 앞의 '장군연'에는 '국태민안'이라고 쓰여있고,나머지 연들에는 숙정문 개방을 상징하는 '문(門)'자가 적혀 있었다.

이날 연날리기 행사에는 365개 연을 띄울 예정이었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200여개만 띄웠다.

노 대통령은 이 교수와 함께 연날리기를 한 뒤 '국태민안'이라고 쓰여 있는 장군연을 선물받았다.

한편 북악산은 오는 4월 1일부터 1단계로 홍련사~숙정문~촛대바위까지 1.1킬로미터 구간이 개방되고, 이어 2단계로 10월부터 와룡공원~숙정문~촛대바위 1.6킬로미터 구간,3단계로 2007년 10월부터는 와룡공원~숙정문~북악산~창의문 2.8킬로미터 구간이 완전개방된다.

문화재청은 완전개방때까지는 교통과 안전,편의시설등을 고려해 개방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가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접수를 받아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3월 19일까지 총 5회에 걸친 답사를 통해 문제점을 보완한뒤 3월말 단계적 개방에 따른 답사인원과 회수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CBS정치부 김재덕 기자 jdeog@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