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한화갑 대표체제 최대 위기
"전당대회에서 83%의 대의원 지지를 받은 만큼 당이 부여한 임무(대표직)를 계속 수행하겠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지난 9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거취를 묻는 기자들에게 답한 언급이다.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항소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대표직을 사퇴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의 표현이다.
한 대표는 또 자신이 당을 사당(私黨)화 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당 운영과 관련해 돈을 받거나 사람을 함부로 부리거나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당내 비주류측 인사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집단지도체제 도입 주장과 관련해서는 "단일지도 체제에서 대표가 중심이 돼 뭉쳐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한 대표는 그러면서 "당에서 결정한 사안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은 당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개인을 위한 것"이라고 역공을 취했다.
한화갑 대표는 특히 이번 항소심 판결은 "자신과 민주당 죽이기"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오히려 더욱 당내 결속을 공고히 해서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자고 당원들을 독려하고 나섰다.
그러나 당내 반발이 쉽게 가라앉지만은 않는 분위기다.
당장 당내 비주류측 인사들의 거듭된 퇴진요구가 이어지고 있고,급기야 폭력사태까지 빚어져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실제로 당초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갖기로 했던 한 대표의 신년기자회견이 일부 당원들의 당사 점거농성 때문에 국회로 장소가 변경된 데 이어서,대표적 비주류 인사인 김경재 전 의원은 한 대표의 기자회견 바로 다음날 반박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임시전당대회를 통해 한 대표의 재신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경재 전 의원은 "대의원 83%의 지지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대의원들이 재판이 진행되는 줄만 알았지 자세한 내용은 몰랐다"면서이같이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또 "우리나라 정당 가운데 유일하게 민주당만이 단일지도체제를 고집하고 있다"면서 "현 단계에서 한 대표 혼자의 힘으로 위기에 처한 민주당을 끌고 가는 데는 솔직히 힘이 부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으로 주류와 비주류측의 갈등은 폭력사태로까지 확대됐다.
김경재 전 의원의 반박성명이 배포된 다음날인 지난 11일 민주당 광주시당 예비후보자 워크샾이 끝난 뒤 술자리에서 유종필 대변인이 비주류측 인사들로부터 맥주병으로 얼굴을 맞는등 집단구타를 당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한 대표의 의원직 상실형 판결(8일)-한 대표의 기자회견과 일부 당원들의 당사 점거농성(9일)-김경재 전 의원의 반박성명(10일)-유종필 대변인 집단구타 폭력사태(11일).
이같은 일련의 어수선한 분위기속에 민주당 지도부는 폭행사건 가해자에 대한 즉각적인 법적조치에 착수하는등 파문 수습에 나섰지만 불미스런 사태를 바라보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주류측의 한 관계자는 "사실 폭력사태가 빚어지긴 했지만 당 내부문제인 만큼 조용히 덮어두려 했는데 밖으로 알려지게 됐다"면서 정치적 음모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지방선거에서 호남싹쓸이의 민주당 필승을 목표로 뛰고 있는데 자칫 열린우리당에 빌미를 제공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한화갑 대표의 의원직 상실형 항소심 판결과 이번 폭력사태에 대한 파급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더구나 이처럼 엎친데 덮친 상황에서 13일 광주를 시작으로 본격화될 "민주당 죽이기 규탄대회"가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상당히 고심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을 지켜보는 세간의 관심은 이제 한화갑 대표의 1인체제 변화 가능성에 집중되고 있다.
한 대표는 항소심 판결을 받은 뒤 국회로 돌아오는 길에 "민주당을 살릴 기회가 오는 것 같다"는 이른바 "위기는 기회"라는 말로당당내 결속에 의한 지방선거 필승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한 대표의 바람대로 83%의 당원 지지가 이번에도 그대로 이어질 지는 두고 볼 일이다.
CBS정치부 박종률 기자 nowhere@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