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모의 죽음을 애도하며…
얼마전의 일이었습니다.
모처럼 일찍 집에 들어와 동생 방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옆에 놓인 해수어항에서 니모 한쌍이 토닥거리며 다투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가만히 살펴보니 한 마리가 지속적으로 다른 한 마리의 꼬리지느러미를 물어뜯으며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저러다 말겠지’하고 TV를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니모 한 마리가 어항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좁은 해수어항에서 돌과 수초, 말미잘 등을 피해 숨는 곳은 온도계 옆이나 어항의 구석입니다. 잠시 조용해졌다가 벽에서 떨어지면 또다시 물어뜯기를 반복합니다.
‘배고파서 그러나?’하고 먹이를 주었습니다. 숨어 있는 니모는 한조각도 먹지 못하고 공격하는 니모가 다 먹어치웁니다. 자세히 보니 몸통이 두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아마도 약한 니모는 오랫동안 먹이를 먹지 못한 것 같습니다.
자꾸만 신경이 쓰여 야근중인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걔네 원래 그렇게 싸워, 괜찮아”라는 답을 듣고 제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날 밤 왠지 찜찜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었고, 다음날 한 마리의 니모가 숨진채 어항위에 떠 있는 모습을 보아야 했습니다.
동물의 세계를 논할 때 쓰는 말 중에 ‘약육강식(弱肉强食)’이라는 게 있지요. 약한 것이 강한 것에게 먹힌다는 뜻으로 생존 경쟁의 격렬함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문득 이 말이 떠오르면서 “조금만 더 신경썼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약육강식의 논리는 동물뿐 아니라 제 주위 곳곳에서도 적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한자는 살아남고 약한자는 죽는다’ 또는 ‘최고가 아니면 살 수 없다’ 등등. 서로 돕고 돌보는 시대는 점차 사라져가고 소위 ‘내가 살기 위해서는 타인의 희생도 어쩔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지는 않나 걱정됩니다.
세일즈를 주로 하는 직장을 비롯해 5.31지방선거를 앞둔 예비후보자들도 같은 입장일 수 있습니다. 벌써부터 “누구는 이런 잘못을 했다더라” “돈도 없는 사람이 뭐하러 선거판에 나오느냐” 등 상대 후보 예상자들을 비방하는 말들이 들려옵니다.
당선자는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타인을 비방하며 뒷거래를 일삼은 후보자가 당선된다면 그를 뽑은 유권자들은 그 실수를 어찌하겠습니까. 혹여 임기 중 당선자의 비리가 밝혀진다 하더라도 그를 뽑은 유권자들의 실수입니다.
우리는 힘과 권력으로 상대방을 억누르는 이들이 아닌, 진정으로 대전을 아끼고 사랑하며 발전시킬 수 있는 정치인을 뽑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 구에서 누가 출마하는지, 그 사람의 평상시 성품은 어땠으며 지역을 위해 앞장 선 일은 무엇인지 등 꼼꼼히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니모가 죽고난 뒤 “죽음을 막을 수 있었는데”하며 후회했던 제 모습을 반성합니다. 여러분은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어”라는 감탄사를 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여러분 주변의 정치인, 예비 정치인들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물론 시사포유를 통해 예비 정치인들의 여러 면모를 한 눈에 보실 수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