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토네이션 없는 영어는 고추장 빠진 비빔밥?
해리가 영어를 만났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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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경 | ||
그곳에는 전 세계에서 한 건 하려는 외국인들이 많았는데 필자가 다니던 회사도 백인 한 명에 인도인 한 명, 히스패닉 한 명 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늘 이상한 것은 우리가 듣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인도인들의 발음을 미국사람들은 다 알아듣는데, 그보다 훨씬 혀 꼬브라진 우리 한국사람들이 얘기하면 늘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었다. 적어도 필자의 귀에는 우리 발음이 훨씬 분명한데 말이었다. 그리고 그게 필자한테는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였다.
하루는 볼 일이 있어서 시내에서 버스를 잡아 탄 적이 있다. 몽고메리(Montgomery)라는 곳을 가려는데 어디서 내려야 할 지 몰라서 운전사에게 “몽고메리에 도착하면 저에게 말씀 해주시겠어요? (Would you tell me when you arrive at Montgomery?)” 하고 필자 딴에는 정중하게 부탁을 했다.
그런데, 운전사가 “뭐라고? (You said what)” 하길래 필자의 발음이 좀 그랬나 싶어 좀 더 큰 목소리로 다시 질문했다.
“몽고메리에 가고 싶은데 거기 도착하면 말씀해주세요(I want to go to Montgomery. Tell me when we arrive there)”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운전사는 “어디 가고 싶다고? (You wanna go where?)”하고 더 크게 묻는 것이었다.
필자는 이 운전기사 아저씨가 귀가 먹었나 싶어 “몽고메리 (Montgomery)” 라고 몇 번 말했는데 그제서야 그 아저씨는 “아! 몽고메리 (Ah! Montgomery)”하면서 알겠다는 듯이 웃는 것이었다.
바로 그 순간 인도영어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면서 우리가 배운 영어에 얼마나 큰 잘못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뒤통수를 강하게 내려쳤다.
인도영어는 비록 발음은 시골분위기지만 인토네이션(Intonation)과 액센트(Accent)는 그대로 묻어 있구나. 그래서 통하는구나.
필자는 그제서야 인토네이션과 액센트가 빠진 영어는 고추장과 참기름이 빠진 비빔밥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밋밋한 비빔밥을 먹고 싶어하지 않는 것처럼 인토네이션과 액센트가 없는 영어 역시 잘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 인토네이션과 액센트는 따로 노는 게 아니고 한 몸이 되어서 움직이는 하나의 리듬이니까 늘 그 리듬을 캐치하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잘 들어보면 그들이 말하는 “Hello”와 우리가 하는 “Hello”는 이미 다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