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부장관, UN 사무총장에 출마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차기 유엔사무총장에 출마한다.
외교통상부 유명환 제1차관은 14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제8대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추천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사무총장 선출절차가 개시되면 이를 안보리 의장에게 공식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인사가 유엔 사무 총장에 후보로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구체적인 선출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연말 이전에는 차기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오는 5월이나 6월, 아니면 8월이나 9월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외교부는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홍석현 주미대사 사퇴 이후 반 장관을 후보에 내기로 결정하고 조용한 가운데 물밑에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후보가 조기에 공개될 경우 선거에 유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유엔 가입국 외교장관에게 반장관의 출마 사실을 이미 통보했으며, 북한에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반 장관을 포함해 10 여개국에서 후보자를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사무총장은 5년 임기로 특별한 하자가 없는한 연임이 가능하다.
반장관은 지난 70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유엔과장과 미주국장, 외교안보수석, 외무 차관을 거친 직업 외교관이다. 특히 2천1년 9월부터 1년간 한승수 전 유엔총회 의장의 비서실장을 지내며 9.11테러에 따른 유엔 차원의 제반 대응조치와 UN 기관간 이견 조율 과정을 관리하는 등 유엔 경험이 풍부하다.
유엔 사무총장은 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 등 모든 회의에 참석해 국제현안을 협의. 권고하며,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조정과 중재역을 맞고 있다. 또한 어떤 정부나 국제기구로 부터도 지시를 받지 않는 국제 공무원으로서 정부 수반과 같은 예우를 받는다.
UN 사무총장, 어떻게 뽑나?
5년 임기의 유엔 사무총장은 대륙별로 돌아가며 뽑는 것이 일종의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이번 8대 사무총장은 아시아 대륙에서 선출될 차례다. 미국 등 일부 국가가 이같은 선출 방식이 적임자를 뽑는 데 불합리 하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관행에 따라 아시아 지역 후보가 선출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사무총장에 선출되기 위해서는 우선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의 반대가 없어야 한다.
안보리는 각 후보를 상대로 비밀 찬반 투표를 실시해 5개 상임이사국이 모두 찬성한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찬성표를 얻은 사람을 최종 후보로 총회에 추천한다. 15개 안보리 국가 가운데 통상 9표 이상을 득표해야 한다.
안보리에서 후보로 선출되면 총회에서 박수로 추인하는 형식적인 절차를 밟게된다. 지금까지 안보리에서 정한 후보가 총회에서 인준되지 않은 사례는 단 한차례도 없어, 사실상 안보리에서 사무총장이 결정되는 셈이다.
반 장관 당선 가능성은? … 정부 "해볼만 하다"
현재까지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인물은 10여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태국의 수라키앗 부총리와 자얀티 전 유엔사무차장은 이미 반 장관에 앞서 출마를 선언했다. 또 동티모르의 호르타 외무장관과 싱가포르의 고촉동 전 총리 등도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사무총장 선출의 열쇠를 쥐고 있는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은 반 장관의 출마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반 장관의 피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반기문 장관의 출마를 결정한 이후 조용한 가운데 물밑 교섭을 진행해 왔다.
반 장관은 지난해 부산 에이펙 등 국제회의와 안보리 국가들에 대한 순방 외교를 활용해 출마 결정을 알리고 이해와 지지를 요청해 왔다.
사무총장 선출의 열쇠를 쥐고 있는 5개 상임이사국들은 반 장관의 출마 사실에 대해 비교적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첫 관문은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부 국가들은 직업 외교관으로서의 반 장관을 평가하며 출마를 권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로 마지막 순간에 당선자가 뒤바뀌는 경우도 많아 누구도 섣불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지금까지의 조용한 외교적 노력이 효과적이었다고 판단하고 안보리에서 후보 선출 절차가 공식화될 때까지 현재의 교섭 방식을 유지할 방침이다. 섣불리 공개적인 활동에 나설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1년 발트하임 전 사무총장의 경우도 공개 캠페인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복병으로 남아있다 당선된 전례가 있다.
정부당국자는 "당선 가능성을 이야기 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며 "다만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보면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