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여진 각본’ 중기부 세종 이전 공청회, 편파성 논란
토론자들 4명 찬성 입장...반대는 단 1명 사실상 4 대 1 싸움...방청객 “토론자들 사주 받았다” 비난 대전-세종 지역갈등 우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의 세종시 이전에 대한 여론을 듣기 위해 17일 열린 현장공청회가 한쪽 입장으로 치우치는 등 공정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이번 공청회는 ‘의견수렴의 장’이 아닌 잘 ‘짜여진 각본’을 보는 듯한 인상을 남겨 편파성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전 10시 정부세종청사 6동 대강당에서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변경(안) 공청회, 이른바 ‘중기부 세종시 이전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는 개회식부터 안건설명, 지정토론, 방청객 의견청취 등을 거쳐 오후 12시 폐회됐다.
이번 공청회는 ‘중기부 세종시 이전’에 대한 각계 의견수렴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려는 목적이 아닌 일방통행식 발표회를 연상케 했다. 토론회에 앞서 이전시기 및 방법, 이전비용을 사전에 공지하고 토론자들은 행정 효율성을 위해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만을 거듭 주장했다. 공청회가 정부의 명분쌓기용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토론자들의 편파적 주장. 토론자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세종시 이전 찬성을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사회자를 제외한 토론자 6명 중 나주몽 전남대 교수, 조판기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조지훈 자치분권위원회 위원, 성은정 세종참여연대 사무처장 등 4명은 찬성 측에 섰다.
나주몽 교수는 부처 간 ‘협업’을 강조하면서 세종시 이전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정책유관기관과 행정 효율성을 위해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관계 부처가 떨어져있으면 협업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조판기 위원 역시 협업을 언급하며 중기부의 입장을 대변했다. “중기부는 업무연관이 많은 부처(기재부, 산업부)들이 세종에 있어 정책결정을 하기 답답할 것“이라며 ”원활한 업무협의를 위해서는 부처 단위는 세종시 청 단위는 대전청사에 묶는 게 어떨지 생각 된다“고 했다.
조지훈 위원도 “정책 수요자 관점에서 세종시가 아닌 대전에 있는 중기부는 매우 불편하다. 이에 따른 별도 비용(교통비 등) 발생한다”며 “중기부가 세종에 위치하지 않음으로 인한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 만족도가 저하된다. 중기부 세종 이전은 정책 수요자 입장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은정 사무처장은 “중기부가 관련 부처와의 효율과 함께 세종으로 안착하면서 코로나로 피해보는 소상공인 중소기업이 원스톱 행정서비스 받을 수 있다”며 “중기부의 국가정책 수행 위한 발전 위한다면 이전을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지정 토론자들의 주장이 한쪽 입장으로 치우치자 토론회 도중 대전 방청객 측에서 잇단 집단 항의가 빗발쳤다. 급기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토론 중 대전 방청객이 고함을 지르는 데도 토론자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보고서 읽듯 발표를 이어가자 방청객 측에선 “토론자들이 사주 받아서 하는 것 같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장수찬 대전참여연대 고문은 중기부 이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냈다. 장 고문은 중기부 이전은 대전시민들의 삶을 흔드는 행위라고 규정하며 세종 이전의 논리가 빈약하다는 쓴소리도 뱉었다.
장 고문은 “토론자들이 주장하는 유관기관과의 업무 협력, 행정 효율성 강화, 행정 융복합은 중앙정부 의지만 있으면 하는 것”이라며 “본인들이 안 해 놓고는 정책 수요자들에게 유리할 것이란 분석은 무리수다. 중기부가 세종으로 갔을 때 대전시민들이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의견은 궤변”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이미 비수도권에 위치한 중기부를 세종으로 이전하는 절차는 국가균형발전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비수도권 간 공공기관 이전은 쟁탈전으로 시작해 결국 첨예한 지역갈등으로 번질 우려가 높다. 정부가 대전을 설득할 수 있다면 대전에서 공청회를 열어 달라”고 볼륨을 높였다.
지정토론 이후 각 지역별 방청객들 간 지역갈등이 노출됐다. 반대를 주장하는 대전 측 방청객들은 패널들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 세종 측 방청객들을 향해서도 거친 성토를 쏟아 내 공청회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대전 측 방청객들은 “세종시 탄생의 주역인 대전시민들을 배신한 것”이라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이에 세종 방청객들은 “세종시는 개별 도시가 아닌 국책도시다. 법치국가인 만큼 중기부 이전을 따라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자 대전 방청객들은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폐회 전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한편 행정안전부의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변경안에는 중기부 본부(직원 499명)를 2021년 8월까지 세종시로 이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무실 임차료 및 이사비용은 약 104억 원의 혈세가 투입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세종시 내 청사 확보를 위해선 최소 500억 원이 추가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