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옛 충남도청 향나무 무단 훼손 논란

2021-02-17     김용우 기자

대전시가 옛 충남도청사의 문화적 상징물인 향나무 100여 그루를 대거 훼손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전시는 도청사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 충남도의 허락도 없이 소통협력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향나무를 무단으로 베어 낸 것.

17일 시에 따르면 시 공동체지원국은 지난해 5월 행정안전부로부터 선정된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 조성사업'을 진행하면서 옛 충남도청사 건물 담장에 있는 향나무 100여 그루(50~80년생)를 잘라냈다.

옛 충남도청사는 충남도가 2012년 내포 신도시로 이전하면서 현재 대전근현대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문화체육관광부가 802억원에 사들여 잔금 71억원을 치르면 소유권이 충남도에서 정부로 이전될 예정이다. 명백히 대전시 건물이 아니라는 것.

문제는 대전시가 향나무 제거 과정에서 문체부와 충남도로부터 변경허가 등도 얻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입자격인 대전시가 집주인 몰래 공사를 진행했다는 비판의 화실을 피하긴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앞서 시는 지난해 6월 충남도에 소통협력공간 조성을 위해 시설물 철거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충남도로부터 "소유권이 이전될 예정이니 문체부와 협의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시는 공사전 문체부와 이와 관련 협의를 하지 않다가 나무를 다 제거한 지난해 12월 '옛 충남도청사 담장 안전성이 우려된다'며 공사관련 협의를 요청했다. 졸속 행정을 저지른 것이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문체부는 지난 4일 대전시에 공사 중지 요청을 함에 따라 공사는 일시 정지된 상태다.

충남도 역시 지난 15일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공문을 대전시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대부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다. 시가 충남도 요구에 불응할 경우 옛 충남도청사에 입주한 대전세종연구원과 대전시민대학 등 대전시 관계 기관이 건물을 비워줘야 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대해 대전시 측은 향나무의 원상복구가 어려운 만큼 문체부 등과 문제해결을 위한 협의를 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지켜내야 할 문화유산을 대전시 스스로 앞장서 망가뜨렸다"고 강력 비판했다.

시당은 "옛 충남도청사는 대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근대문화유산"이라면서 "이 유산에는 대전시민, 좀 더 가까이는 중구민들의 산 역사로 평가되고 있는 향나무가 대전시에 의해 한꺼번에 잘려나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전시민이 대전에 남겨진 역사적 유산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 무엇을 들여도 좋다고 허락한 적이 있느냐"며 "이 사안은 최종 결정권자인 허태정 시장의 역사의식 부재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