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5년 너무 길어" 발언 속내는?

2006-02-27     편집국

노무현 대통령이 26일 취임 3주년을 맞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북한산에 올라 정국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 5년은 긴 것 같다"며 "개인적인 소회라기보다는 제도적으로 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 중간에 선거변수가 자꾸 끼어들어 국정이 끊임없이 흔들린다며 임기 중간에 선거같은 것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기 2년을 갖고 중간평가라고 하지만 결국 이미지 평가에 불과하고, 뭔가 하려고 해도 선거때문에 중지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특히 대통령 자신에 대한 선거라면 정치적 명제를 걸고 정면 승부하겠지만 당의 선거를 갖고 하면 정책심판도 못하고 싸움만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평가와 심판을 한꺼번에 모아 진퇴로 결정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노대통령은 밝혔다. 노 대통령이 이렇게 언급하자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임기 5년 길다"발언으로 개헌 논란 증폭

임기 5년을 줄이고 임기중에 전국단위의 선거 중복을 피하기 위해선 개헌밖에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결코 개헌 얘기를 한 것은 아니다"며 "개헌문제에 대한 입장은 옛날에 의견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 정치적 상황으로 봐서 대통령의 영역을 벗어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되지도 않을 일이고,우선 순위에서 다른 것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정치 쟁점으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다만 노 대통령은 "앞으로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에서 문제가 제기돼 사회적 공론으로 되면 나름대로 의견을 제시할 얘기는 있겠지만먼저 개헌문제를 들고 나갈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파문이 일 조짐을 보이자 이병완 비서실장은 이날 저녁 늦게 춘추관을 찾아와 "노 대통령의 언급은 개헌과 연결된 1%의 의도도 없었다"며 "양극화문제등의 해결을 위해 개헌문제를 꺼내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 대통령의 평소 생각"이라고 말했다.

개헌논란에 청와대 '발칵' … "개헌 염두에 둔 발언 아니다" 진화나서

개헌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는 노 대통령과 청와대측의 강력한 부인에 비춰보면 노 대통령이 실제 개헌문제를 제기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단순히 취임 3주년을 맞아 탄핵 등의 힘들었던 과거를 되새기며 임기가 긴 것 같다고 한 것일 수도 있고, 선거가 너무 많다는 것도 국정추진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개헌문제를 얘기한 것이 아니라면 노 대통령은 5.31 지방선거가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어느 정도 작용하지 않았나 추측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말한 임기문제,선거중복 문제등은 개헌과 직접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앞으로 남은 임기 2년의 국정운영 우선순위를 양극화 문제 해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두겠다고 밝혔다.

"양극화 문제는 반드시 해소해야 하며 더 이상 뒤로 미룰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서 "임기중에 다 해소하진 못하겠지만 최소한 악화되는 것은 저지할 생각이고 청사진만큼은 제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국민께 드리는 편지'를 통해서도 “양극화 문제는 여야도, 보수나 진보도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본다“며 “회피하지 말고 문제의 본질에 책임있게 다가서는 결단을 하자“고 말했다.

특히 “양극화를 세금 논쟁으로 몰아가면 해결책은 커녕 문제에 접근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노 대통령은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 협상과 관련해 “이 시기 하나의 큰 전환점으로 도전에 성공하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양극화와 한미 FTA는 남은 임기 동안 제일 큰 이슈가 아닐까 싶으며 2개 과제 모두 아주 버거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3년도 시끄러웠지만 남은 2년도 만만치 않을 것"

"3년도 시끄러웠지만 남은 2년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노 대통령은 말했다. 향후 핵심 과제인 양극화 문제,한미 FTA 추진 문제 때문에 시끄러울 것이라는 얘기다.

노 대통령은 "각료들 인사를 할때 기준은 무사하게 사고 안낼 사람보다는 좀 시끄럽더라도 할일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하는 사람을 뽑는데 스스로도 그 기준에 맞춰 한번 해볼 생각"이라며 "그래서 이런 저런 시비도 많고 좀 시끄럽게 계속 갈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해 남은 임기도 녹녹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또 자신이 대중적 파워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역사적으로 큰 사건"이라고 평가하고 "그것이 갖는 시대적 의미를 되밀리지 않고 밀고 나가는것이 역사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노 대통령은 취임 초기 북핵문제,금융위기,대선자금수사등이 겹치면서 "너무나 무거운 짐에 가위눌린 것 같은 심정이었다"며 "때로 제 운명에 절망한 적도 있었고,탄핵때는 차라리 정치적 운명이 거둬지길 바랐던 것이 솔직한 심경이었다"고 회고했다.

CBS정치부 김재덕 기자 jdeog@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