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 이용하는 ‘신당’창당 안 될 일

2005-09-02     편집국

대전충청지역 정가엔 언제부터인가 이상한 바람이 불고 있다. 이미 오래전 한차례 광풍이 불었고 그 광풍이 얼마나 잘못된 바람인지 세상이 아는데, 세월이 하수상하여 그런지 비슷한 바람이 신당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시 불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당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지, 그 신당의 목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가 분명치 않다. 지금 이 나라가 타개해 나가야 할 망국병 중 가장 고치기 힘든 병이 ‘지역감정’이라는 병이다. 그런데 신당은 이 지역감정을 치유하기보다는 오히려 이용하려 하고 있다.

우리 지역 발원의 자민련의 생성과 몰락과정을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사람들이 또 다시 제2의 자민련을 위해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역사의 후퇴를 기도하는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이전 위헌판결과 그에 따른 충청권으로의 신행정수도이전 좌절, 그리고 그 후에도 계속되는 행정중심복합도시에 대한 위헌논란으로 흔들리는 지역민심을 업고 오래전에 ‘충청도 핫바지론’으로 재미를 본 세력들이 이제 또 다른 껀수(?)를 잡아 반사이익을 보려하고 있다. 

기득권 염두에 둔 ‘충청당’

신당은 이념적으로도 한나라당과 별로 다르지 않다. 두 당이 모두 보수를 자처하고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영남에 기반을 둔 정당이라 마음에 들지 않아서 충청에 기반을 둔 또 다른 당을 만들려고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 자체가 지역성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다.  같은 길을 가도 다른 지역의 사람들과는 같이 하고싶지 않다는 심리가 깔려있는 것 아닌가. 

또 신당창당의 주역들은 한때 둥지를 틀었던 자민련과도 별 차별성이 없다. 결국은 자민련 단물이 다 빠지자 또 다른 꿀단지를 만들어 보겠다는 것 아닌가.  그러기에 신당이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기보다는 지역, 그리고 지역의 얼마 안되는 보수인사들의 기득권 안위를 염두에 두고 만든 ‘충청당’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분권형정당이란 명분도 없는 말

여기서 일부에서는 지역당이 어떠냐는 항변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소위 ‘분권형 정당’이라는 말도 나오는 모양이다. 그러나 지방분권이나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말은 대의명분이라도 있지만 분권형정당이란 명분도 없는 말이다. 정당이란 정권획득이 그 목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애초에 정권획득에는 관심도 없고 (물론 대선후보를 내겠다는 말은 하지만) 주도하는 인사들의 지방권력 확보에만 목표가 있다면 그것이 무슨 정당이란 말인가. 또다시 지역주민을 볼모로 자신들의 권력욕을 채우려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이는 대전충청 시도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신당이 대전충청지역에 기반을 두되 전국정당화 할 가능성이 있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아니, 오히려 권장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참여하는 인사의 면면을 봐서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다. 전국정당으로서의 독자생존의 길보다는 기존정당과의 연합을 통해 지분을 확보하며 ‘무늬만 전국정당’의 형태를 띄게 될 것으로 보이며 결국 시쳇말로 ‘광팔기’위해 새로운 지역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다시 자민련의 길을 걸을 것이 뻔한 그런 정당은 태어나지 말아야 한다. 자민련도 한때 지역민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 지역민 스스로의 심판에 의해 소멸할 위기에 처해있다. 그런데 왜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는가.

충청권 주민의 이익 대변 어려울 것

그리고 신당이 충청권 주민의 이익을 대변하겠다고 하나 이 또한 혹세무민하는 말이다. 충청주민의 어떤 이익이냐가 중요하다. 지금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충청주민의 이익을 대변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며 거기엔 충청주민들이 일조를 한 면도 있다.

전국적 집권여당조차 이렇듯 충청지역 주민의 이익을 대변하기가 힘든데 지역당으로서 어떻게 충청권 주민의 이익을 대변하겠다고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물론 충청주민의 작은 이익은 대변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기존정당으로도 가능한 것이며 그것이 신당창당의 근거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 충청지역 정치인은 좀더 담대해지고 통이 커져야 한다. 변방의식을 걷어내고 중앙정치무대에서 클 생각을 해야 한다. 망국적 지역정서에 기대어 동네에서 장사 노릇을 할 것이 아니라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

큰 물에서 쟁쟁한 인사들과 경쟁을 하며 전국민의 마음을 사는데 힘써야 하며 그럴 때 충청인의 이익 또한 진정으로 대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인사 중 그럴만한 인물이 있는가.

신당바람으로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은 지역정치인뿐이다.  신당이 주민의 지지를 얼마간이라도 받으면 동네뱃지라도 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불순한 바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이 몰리는 것이다. 그러면 그 폐해는 어디로 가는가. 지역주민과 전 국민에게로 갈 뿐이다.

충청지역주민은 이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결과가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자기 앞의 작은 이익에 눈이 어두워 역사가 나아가야할 길을 가로막고 그 길에서 부스러기를 챙기려는 세력의 들러리를 서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들을 분명히 기억하고 심판해야 할 것이다. 바로 우리들 자신을 위해서다. 

신당창당, 이쯤에서 그만두는 것이 옳다. 더 이상 가는 것은 무리다. 충청민을 우롱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역사를 거스르는 행위이다. 충청인의 자존심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충청인을 부끄럽게 만드는 행위이다.

그리고 지금 대전·충청지역에서 신당을 추진하려는 분들은 그 길이 진정 자신의 이익이 아닌 나라의 이익을 위한 길인지를 다시 한번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여인철 감사 / 카이스트

Profile
현 카이스트 감사
과학기술과정치포럼 준비위원장
서울공대 졸업
미 버클리대, 버지니아주립대 박사(기계공학)
인터넷신문 대자보 주필(전)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전) 및 전국운영위원회 부위원장
청와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한국과학기술인연합 대표(전)
대전충남 민주화운동 계승사업회 이사
615 공준위 대전충남본부 대외협력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