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양심적 병역거부 선언

2006-03-06     편집국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한 현역 전투경찰이 성 정체성을 이유로 병역 거부를 선언했다.

대체복무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지 주목된다.

동성애자인 유정민석 씨(24)는 지난해 9월 국방의 의무를 지기 위해 육군 논산훈련소에 입소했다.

논산훈련소와 충주 중앙경찰학교에서 훈련을 마친 유정 씨는지난해 11월 서울 도봉경찰서에 전투경찰로 배치 받았다.

그러나 입대 전부터 성 정체성 때문에 병역 의무를 거부할까 고민했던 유정씨에게 남자들만의 집단생활은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부대 적응이 쉽지 않았던 유정씨는 지난달 초 한달간의 병가를 받아 나온 뒤 복귀일인 지난 2일 부대에 복귀하지 않았다.

그리고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유정민석씨는 "제 안에 섬세한 부분이나 그런 것들이 군당국에서 조화되지 않고 충돌되었을 때 여성주의적인 신념이 반작용으로 나오게 되어서 병역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정 씨는 기자회견 뒤 경찰서로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고 있다.

도봉경찰서는 유정 씨가 복무를 이탈한 만큼 규정에 따라 처벌할 방침이지만성 정체성에 따른 병역 거부 선언에 대해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관련규정을 자세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도봉경찰서 김윤식 경비과장은 "우리 경찰 전의경에서는 이런일이 처음인 만큼 검토하고 고민중에 있다"며 "복무규율 위반으로 들어왔으니까 규정대로 처벌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유정씨를 보호하고 있는 인권단체들은 실정법 위반에 따른 처벌과는 별도로 다양한 신념을 가진 군복무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교적 신념에 이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언함에 따라 대체복무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지 주목된다.

CBS사회부 최경배 기자 ckbest@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