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골프' 7대 미스테리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파문’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당초 ‘파업 첫날 골프를 쳤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만 비난여론이 일었으나 이제 골프를 치게 된 경위, 참석자 면면, 부산에 내려간 진정한 이유, 총리 후원 사조직과의 연계 여부등 여러 의혹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더군다나 파문 당사자들은 철처히 입을 닫고 있어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신임 회장단 회동’은 구실, 원래부터 ‘골프모임’?=이 총리의 해명대로라면 신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인 S회장이 이번 골프 행사를 총괄해야 했다.
부산지역 경제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신임 상의 회장단을 만나는 것이 이번 골프회동의 주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사의 ‘주최측’이 돼야 할 S회장은 정작 이 총리가 부산에 오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P회장으로부터 긴급 연락을 받고 골프장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초 1개팀이던 골프조는 2개팀으로 급조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S회장 등 일부 참석자는 사전에 잡혀있던 개인 일정을 취소하고 골프장으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측이 해명한 ‘신임회장단 상견례’는 어디까지나 해명 차원의 구실이었을 뿐, ‘다른 목적’의 모임이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누가 초청 했나=부산 상의 신임회장단과의 만남이 ‘부산행’의 진정한 이유가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누가 이번 행사를 주최한 것이냐는 의문도 자연스레 뒤따라온다.
즉, 이 총리측에서 부산 재계인사들을 초청한 것인지, 부산 인사들이 총리를 초청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만일 이 총리측에서 해당 인물들을 초청한 것이라면 과거 불법대선자금 관련 전력을 알고도 초청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부산측에서 초청을 한 것도 ‘누가 했느냐’에 따라 모임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참석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S회장측에 따르면 P회장이 연락을 맡았지만 부산 상의 등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정순택 전 교육감과 K회장이 만든 자리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증언이 엇갈려도 ‘부산 상의 신임회장이 자리를 마련했다’는 내용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부산 상의 신임회장단 접견’은 구실일 뿐, 결국 원래부터 ‘골프모임’이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누가 돈 냈나=골프 비용을 누가 냈는지도 의문이다. 이에 대해 총리실 관계자는 “알 수도 없지만, 설사 나눠낸다고 해도 1인당 얼마나 되는 액수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만일 부산 재계측 인사가 모든 요금을 지불했다면 이는 적법성 논란이 일만한 사안에 해당된다. 현재 국가청렴위 규정에 따르면 ‘직무와 관련한 골프 접대’는 엄연한 위법 사항이기 때문이다.
함께 골프를 친 재계 인사들이 어떤 방식이 됐든 개별 기업이나 사업에 대한 의견을 이 총리에게 전달했을 경우 포괄적 의미의 ‘직무관련 접대’ 또는 ‘뇌물공여’로 해석될 소지도 있다.
◈다른 공직자는 없었다?=당초 총리실측은 “당일 행사에는 수행과장과 경호팀만 따라갔다”며 다른 공직자는 동반 라운딩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일 골프에는 이기우 교육차관도 함께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차관은 직전 총리비서실장을 지내 이 총리의 측근으로 불리고 있으며, 이날 골프도 “이 총리가 부산에 내려온다”는 부산으로부터의 전갈을 받고 급하게 뒤따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골프’쳤나=이 총리의 당일 골프 경기진행 방식도 구설에 오르고 있다. 지난 4일 부산에서 현지조사를 실시한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5일 기자들과 만나 “이 총리가 정상적이지 않은 골프를 쳤다”고 주장했다.
‘정상적이지 않은 골프’는 일반 골퍼들과 요인이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요인이 속한 팀의 앞 뒤 한팀을 빼버리는 소위 ‘대통령 골프’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총리 일행은 골프장 정규 예약시간이 아닌 시간대(오전 9시30분대, 1부와 2부 시작사이 휴식시간)에 골프를 친 것으로 나타나 사전에 예약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예약을 성사시켰거나 다른 이용객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시간대를 특별히 배려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순수 골프 모임이었나=골프 참석자들 대부분이 이런 저런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이라는 점에 비춰볼때 이번 골프 모임의 순수성에도 의문이 간다.
특히 이날 골프장에 나온 Y회장의 경우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가 공정위로부터 ‘담합’혐의를 받고 있던터라 이 총리에게 이와 관련한 모종의 ‘민원’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인지 다른 멤버와 달리 유독 Y회장에 대해서는 실제 골프장에 나타났는지 안 나타났는지를 놓고 참석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참석 사실자체를 은폐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R회장, P회장 참석 여부=골프 회동의 순수성 여부가 핵심의혹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Y회장과 P회장의 라운딩 참석여부가 관심사지만 어디서든 속시원한 해명은 들을 수가 없다. 당시 라운딩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Y회장은 불참했으나 식사시간에만 합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P회장도 몸이 좋지 않아 정작 본인은 빠졌으며 다른 사람이 ‘대타’로 라운딩에 참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두사람은 이번 골프 파문에 깊숙이 연관돼 있는 것은 물론 이 총리에 대한 각종 로비의혹에서도 자유롭지 않아 참석여부가 확인되기 전까지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일보 양성욱기자 feelgood@ munhwa.com/노컷뉴스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