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라는 언어로 관객에게 말을 건네다”
말아톤 정윤철 감독
말아톤 정윤철 감독이 영화학도들을 위해 강단에 섰다. 지난 5월 12일 오후 3시부터 목원대학교 콘서트홀에서 강연을 연 것.
올해 가장 성공한 감독 중 한사람으로 꼽히는 그는 영화를 만들기 전 마라톤을 직접 했었다고 한다.
또한 형진이와 1년을 넘게 생활하면서 형진이의 모습을 관찰했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만들어진 시나리오와 미적 감각이 넘치는 영상으로 올해 큰 성공을 거둔 그를 만나보았다.
말아톤 제작, 이렇게 됐다
말아톤이 개봉되기 전에는 인간극장의 ‘형진이’만 알뿐,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폐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거나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말아톤을 제작할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그 당시 나는 다른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있었다. 그러나 쉽게 스토리를 풀어내지 못하는 나에게 회사에서 인간극장에서 나온 형진이를 영화화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렇게 하여 처음 만나게 된 형진이는 무척 나를 당황시키는 아이였다. 그때 당시만 해도 자폐아이에 대해 잘 몰랐던 나는 ‘뭐 이런 애가 다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형진이와의 만남이 계속되면서 참 순수한 아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영화에서 초원이가 자두를 혼자 먹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은 실제로 내가 겪었던 사건으로 형진이는 절대 나에게 자신의 것을 나누어 주는 법이 없었다. 사실 형진이가 이러는 것은 나눠 먹는 것이 싫어서가 아니라 나눠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형진이와 산행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서야 약수터에서 ‘여름이니깐 땀나지’ 하며 나에게 물을 건네는 것이다. 정말 그때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영화에서 초원이가 감독에게 물을 건네는 장면처럼 말이다. 처음 기획단계에서는 어머님의 수기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많은 시행 착오를 겪었다. 시나리오 작업에서는 스포츠드라마로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실화의 느낌이 많이 약해지는 것 같아 다시 작업한 것이 어머니와 자식간의 러브스토리다.
그런데 작업을 하다보니 초원이가 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초원이를 좀 더 부각시켜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폐아이의 이야기가 아닌 한 아이가 어머니로부터의 자립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스토리로 구상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어머니의 능력에서 자식이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는 주인공 중심의 스토리가 완성된 것이다.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흔히
많은 감독들이 어린시절부터 영화를 꿈꾸며 살아온 반면 나의 어린시절 꿈은 과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훌륭한 과학자가 되어 많은 사람들과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 갈수록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창조적인 일로 많은 사람들과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보니 영화가 있었다.
영화란 단지 재미와 감동만을 전달해 주기만 하는 매체가 아니다. 영화란 관객이 보고 싶은 세상을 그리고 표현하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 즉 영화감독이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사회에 말을 하는 사람인 것이다.
배우 능력발휘 100% 환경을 꿈꾸다
최근 가수 신혜성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고, 지금은 영화
‘분홍신’의 예고편 편집 작업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 다음 영화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말아톤을 제작하며 추위와 여러 악조건 등으로
많이 지쳐 있다. 물론 배우들이나 기타 스텝들이 더 많은 고생을 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쉬면서 천천히 다음 작품을 계획하고 싶다.
솔직히 이번 영화가 잘 되서 다음에 100억짜리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수 있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말아톤처럼 조금은 열악한 조건에서의 작업이 아닌 안정된 셋트 속에서 배우의 능력을 100%로 나타낼 수 있는 그러한 환경에서 영화 작업을 하고 싶다.
이번 말아톤 때는 추운 날씨에 땀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온몸에 물을 맞으며 연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쉬는 기간동안 열심히 노력하여 가까운 시일에 좋은 영화로 관객들을 찾아올 것이다.
Profile
1971년생
1997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졸업
1997 단편영화 <기념촬영> 삼성영상사업단
주최 제4회 서울단편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
시네마테크상
1999 용인대학교 영화과 대학원 졸업
2000 단편영화 <동면> 프랑스 클레르몽페랑 국제
단편영화제 본선 경쟁부문
2000 호주 국립 영화학교 편집과정이수(삼성문화제단 맴피스트
장학생)
2002 <쓰리>(감독 짐지운)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