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상공계, 정치권과의 악연 되풀이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 파문'이 확산되면서 부산 상공인들은 "정치권과의 악연이 되풀이됐다"며 지역 상공계 전체가 큰 상처를 입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과거 정권과의 마찰로 인해 국제그룹 등 지역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줄줄이 몰락하면서 시작된 부산 상공계와 정치권의 악연은 한동안 잠잠하다 부산을 정치적 고향으로 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출범이후 자주 벌어지고 있다.
먼저 2002년 대선과정에서 이번 골프모임에 참가한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 등 일부 기업인들이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2억원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상공계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당시만 해도 상공인들은 "정치자금을 주지 않는 기업이 어디 있냐"거나 "상의 회장이 지역 상공계를 위해 희생양이 된 것"이라는 등 동정적인 분위기가 우세했으나 이번 골프파문이 터지자 "당시 정치자금 제공이 단순한 보험차원을 넘어 줄대기용 아니었느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또 강병중 회장의 뒤를 이어 부산상의 회장에 선출된 김성철 국제종합토건 회장은 불법 정치자금의 `유탄'을 맞았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김성철 회장 주도로 부산지역 기업인들이 300억원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설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 검찰과 특검의 수사를 받았는데 정치자금 제공은 드러나지 않고 대신 회사공금 및 상의공금 유용 등의 개인비리가 밝혀져 결국 상의 회장직을 중도사퇴했다.
김 회장은 개인비리가 드러난 이후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사퇴를 거부, 상의직원 노조가 출근을 저지하는 등 심각한 내부갈등을 빚기도 했다.
또 노 대통령의 경제적 후원자로 알려진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노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 이기명씨 용인땅 매입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수사대상에 올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되기도 했다.
이번 '3.1절 골프파문'에도 강병중 회장과 신정택 차기 상의회장(세운철강 회장) 은 물론 주가조작 혐의와 가격담합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은 기업인까지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역 상공인들은 "또 부산 상공인 전체가 부도덕하고 정치권에 줄을 대는 사람들로 비쳐질까 걱정스럽다"는 반응이다.
모 중소기업 대표 C씨는 "이번은 물론 그동안 불거졌던 정치권 관련 사건들도 따지고 보면 극소수 기업인들에 의한 것"이라며 "그들로 인해 지역 상공계 전체가 상처를 입는 결과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중소기업 대표 K씨는 "이 총리 골프 파문의 진상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또 한번 상공계와 정치권의 악연이 되풀이된 셈"이라며 "더 이상 기업인이 정치에 연루돼 상공계에 상처를 주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들도 "정치권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전.현직 회장들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상의의 공신력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노컷뉴스